조선업의 불황으로 KCC의 주력인 도료사업의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그리스 선박기자재 박람회장에 설치한 KCC 도료사업 부스. /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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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9월 30일 삼성 SDS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승인했다. 상장 규모는 약 1조2000억 원. 올해 최대 규모의 기업상장이 될 전망이다. 증시의 화제 기업은 또 있다. 내년에 상장할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이다.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최대 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CC도 제일모직 상장의 수혜자다. 제일모직의 2대 주주로 상장 후 1조 원대의 자금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KCC는 제일모직 상장 얘기가 나올 때마다 덩달아 관심을 끈다.KCC에 호재만 만발한 건 아니다. 올 상반기 주력 사업의 성적표가 엇갈려 울고 웃었다. KCC의 도료 부문은 상반기 내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최대 고객인 조선업 불황 탓에 조선용 도료의 실적이 악화됐다. KCC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국내 최대 건축·산업자재용 도료 생산업체다. 규모가 크다 보니 타격도 다른 업체에 비해 큰 편이다.KCC 도료 부문 은 올 상반기 매출 8295억 원, 영업이익 90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지만 영업이익은 14%가량 줄었다. 119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2012년에 비해서는 24% 급감했다. KCC의 도료사업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현대건설 등 범현대가의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조선업의 불황으로 전방업체인 현대중공업이 흔들리자 상황이 어려워졌다.현대중공업은 저가 수주의 여파로 올 상반기 영업손실만 1조2929억 원을 기록했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KCC 도료 부문의 매출 정체 현상이 장기화되는 점이다. 매출이 정체된 상태에서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일반 기업 같으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상황이다. 하지만 KCC는 악화된 실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KCC 관계자는 “도료사업 시황은 보통 3~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가곤 하는데 올해 다소 부진한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며 “전방산업인 건축·조선·자동차 업황 회복에 따라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 정도가 가려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차원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조선업 불황에 도료사업 직격탄 KCC가 어느 정도 여유를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다각화된 KCC의 사업군이다. KCC의 주력 제품은 건자재·도료·유리 그리고 폴리염화비닐(PVC)이다. 다루는 물품이 다양해 다른 사업이 도료 부문 부진을 상쇄해주고 있다. 올해 KCC의 효자 사업으로는 건자재를 꼽을 수 있다.KCC 건자재사업부는 올 상반기 매출 6460억 원, 영업이익 76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정점을 찍었던 2011년 실적과 비슷한 규모다. 2012년 상반기 KCC 건자재 사업은 건설업이 불황을 맞으며 부진을 겪었다. 2012년 상반기 KCC 건자재 사업은 불과 27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 들어 영업이익이 3배 가까이로 늘어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그간 건자재 업계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잔뜩 움츠러든 상태였다. 지난 수년간 신축 아파트 공사가 크게 줄며 건자재 업계 도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들어 분위기가 바꿨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데다, 하반기 신규 아파트 분양도 활발해서다. 재건축에 이어 리모델링 시장까지 본격화되며 건자재 업계의 행보가 빨라졌다. KCC 건자재 사업에 힘이 붙은 배경이다. 대기업이다 보니 제품 생산 단가가 낮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데다 탄탄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한발 먼저 치고 나갈 수 있었다.증권사들이 ‘KCC 주식을 사라’ 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배경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건축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등급제 시행과 난연 단열재 의무화 등 각종 환경규제로 고기능 건자재 수요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당분간 KCC 건자재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 상반기 KCC는 건자재사업의 호조 덕에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 20% 증가했다.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열재·유리·바닥재 등의 건자재 사업이 KCC의 실적 호조를 견인하고 있고, 도료 부문은 주력인 선박용 도료 부진에 비하면 선방한 편이지만 다소 주춤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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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사업에 미련 못 버려 건자재 부분 실적으로 도료 사업의 부진을 덜어낸 KCC가 다시 태양광 사업을 확대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KCC는 충남 대죽 산업단지에 연산 6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운영하다 업황 악화로 지난 2011년 가동을 중단했다.하지만 최근 사우디에서 태양광 사업 재도전에 나섰다. KCC는 지난 2010년 사우디 신재생 에너지업체인 ME C와 합작 법인 PTC(POLYSILICONTECHNOLOGY CAMPANY)를 설립했다. 이후 현대엔지니어링과 KCC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사우디 현지에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를 구축해왔다. 현재 연산 3000t 가량의 폴리실리콘 생산설비 건설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KCC는 연내에 준공을 하고 공장가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KCC가 태양광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시장이 다시 회복 중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태양광 업계는 중국의 태양광 설치량 증가세 등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업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폴리실리콘 가격도 하반기에 1㎏당 23달러를 웃돌고 있다. 다만, 태양광 시장이 워낙 변동이 심한 곳이라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업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서서히 상승 중이지만 언제 다시 시황이 나빠질지 모른다”며 “장기적 인 시각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KCC는 태양광 사업의 전초 기지인 사우디 법인의 수익성을 지켜본 이후 국내 태양광 사업 재추진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할 전망이다. KCC가 자신 있게 사우디 태양광 공사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제일모직 주식에서 얻게 될 막대한 자금이 있다. 추후 주식 매각에서 얻게 될 자금을 태양광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는 것이다.KCC는 제일모직의 2대 주주(지분 17%)로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5%)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쥐고 있다. 2012년 초 삼성카드로부터 지분을 인수한 지 3년이 지났다. 당시 KCC가 가진 제일모직 지분의 취득 가격은 7741억 5000만 원이었다. 액면분할 후 주식 수(42만 5000주→2125만 주)를 감안한 주당 취득가는 3만 6000원대다. 제일모직의 공모가가 5만 원으로만 결정돼도 3000억 원 가까운 차익을 벌어들인다는 계산이 나온다.올 상반기 말 제일모직의 기준 장부가액은 9444억 600만 원이다. KCC 관계자는 제일모직 지분 처분 시기와 용처에 대해선 “지금 얘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