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이 흘러 내려 섬진강과 만나는 곳, 경남 하동 악양들판에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반듯반듯한 사각의 황금들녘이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보는 듯합니다. 건너편 산 아래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최참판댁이 있는 평사리가 보입니다. 들 한 가운데 두 그루의 소나무가 서 있습니다. 토지의 두 주인공 서희와 길상처럼 다정하게 서 있어 ‘부부송’으로 불립니다. 부부송 옆에 있는 동정호가 가을 정취를 더해 줍니다. 올해는 쌀도, 과일도, 채소도 대풍이라고 합니다. 풍요의 계절입니다. 악양 들판 맞은편 구제봉에 올라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들녘을 보며 가을을 즐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