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Management | 시니어 산업 키우는 유한킴벌리 - 노인 일자리 만들고 시니어 산업 저변 확대 

실버 관련 19개 소기업 육성 국내 최초 시니어 전문매장 열어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서울 낙원동 낙원상가의 시니어용품 전문 매장인 ‘골든프렌즈’에서 시니어 판매사원이 고객들에게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11%(201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2060년에는 40.1%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이를 해결하면서도 관련 산업을 키우는 사업모델이 눈길을 끈다. 바로 유한킴벌리의 ‘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이다. ‘액티브 시니어’란 55세 이상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갖춘 집단을 말한다. 액티브 시니어 사업의 궁극적 키워드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이다. CSV란 기업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모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 문제도 해결하자는 개념이다. 더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를 새로운 경제활동 인구로 끌어들이면 일자리 창출, 소비 촉진, 국가의 재정부담 경감 등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유한킴벌리의 액티브 시니어 사업은 시니어 관련 용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과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 위해 ‘액티브 시니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한다. 올해 기금 규모는 총 5억원이다. 지난 10월 말까지 총 19개 시니어 유관 소기업을 육성했다. 노인용 돋보기를 제조하는 이플루비, 어르신 구연동화업체 책농장, 노인용 초경량 기능성 구두 제조업체 오지오 등이다. 유한킴벌리는 소기업을 지원할 때 시니어 채용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19개 소기업 육성을 통해 노인 일자리 100여개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가 성인용 기저귀의 구전 마케팅에 시니어 고객을 참여시킨 것도 CSV의 한 예다.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전략제품으로 요금실 팬티인 ‘디펜드 스타일 언더웨어’도 출시했다. 유한킴벌리가 50∼80세 시니어 1000명을 대상으로 ‘노년에 겪고 있는 질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요실금이 고혈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경험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의 경우 요실금 때문에 4명 중 1명 꼴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요실금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많지만 주위에 알려지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하고 큰 거부감까지 일으킨다. 이에 요실금 증상이 있는 사람이 팬티 대신 입을 수 있도록 기존 제품보다 더 속옷처럼 디자인했다.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고객에게 주변에 성인용 기저귀를 소개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들의 구전 마케팅을 통해 유한킴벌리의 매출이 늘었고 시니어층의 소득도 증가했다.

시니어 제품을 마음 놓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시니어 매장도 만들었다. 약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2년 서울 낙원동 낙원상가에 시니어용품 전문매장인 ‘골든프렌즈’ 1호점을 냈다. 노인용품 전문매장으로는 국내 최초다. 이곳에서는 요실금 팬티를 비롯해 노인용 체취 제거제 등 100여종의 ‘시니어 케어(senior care)’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종로점에 이어 경기도 안산, 지난 7월에는 대구에 3호점을 열었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시니어 세대를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해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면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된다”며 “노령층이 좀 더 활동적으로 바뀌게 만들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62호 (2014.11.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