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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왕이로소이다 - 저성장·저금리·저실적에 배당 요구 늘어 

한국 배당수익률 1.1%로 주요국 중 꼴찌 … 배당률 1% 올리면 26조원 더 풀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은 인색하기로 악명이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707개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1%에 불과하다. 주요국 가운데 꼴찌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쥐꼬리 배당’이 한국 증시가 저평가 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다. 더구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의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 주가가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부동산 침체, 저금리 고착, 고령화 진전으로 주가에 목을 매는 사람은 더 늘었다는 것이다. 증시를 빼고는 돈을 불릴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정부가 배당 확대 정책을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주주를 깍듯이 모시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배당주펀드도 인기다. 달라진 배당 풍속도를 짚어봤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1월 19일 합병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전부를 되사달라고 요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청구한 주주들이 많아서다. 두 회사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주주들의 합병에 대한 반대가 컸던 것은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하락 때문이다. 주주들이 요구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삼성중공업이 9235억원, 삼성엔지니어링이 7063억원이다. 총 1조6299억원으로 회사가 마지노선으로 잡은 1조36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중공업 측은 “이 상태로 합병하면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주주가 기업의 중요 결정을 무산시킨 것이다.

주주 반대로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한솔그룹의 지주회사 전환도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솔그룹은 한솔CSN(현 한솔로지스틱스)과 한솔제지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투자회사만을 따로 합병해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가칭)를 설립한다는 계획이었다. 한솔제지의 분할과 합병안이 모두 통과됐다. 그러나 한솔CSN은 주주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져 합병안이 부결됐다. 1년 뒤인 지난 8월 한솔그룹이 다시 지주회사전환 계획을 밝혔다. 11월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날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지주회사로 전환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주들이 무서워졌다. ‘큰 손’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미약한 지분 탓에 구경꾼 취급을 받아온 소액 주주들도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주는 기업의 주인이다. 자기 돈을 투자해 주식을 산다. 기업의 경영자는 이익 실현을 통해 주주에게 보상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좋은 성과를 낸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보답하듯이 주주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주주에 대한 대접은 형편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707개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1%다. 해외 기업은 다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1%다. 독일은 3%, 영국은 3.9%에 이른다. 태국도 4%에 이른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은 인색한 것으로 악명 높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각각 1%, 0.8%에 불과하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글로벌 기준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저배당 기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저배당 기조가 코스피 지수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하락으로 주가가 오르길 기대하긴 어렵다”며 “결국 기업이 배당확대 등 주주에게 이익을 많이 나눠주는 정책으로 주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피 지수가 3년째 머물고 있는 1900~2100선의 박스권에서 탈출하려면 배당 확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도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한국 주식이 낮은 배당성향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배당 촉진 대책으로 주식 가치가 오르고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한 장기 투자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쥐꼬리 배당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 원인


실제로 배당 확대는 주가를 올리는 호재가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그동안 무배당 정책을 고집했던 애플은 2012년 17년 만에 배당을 결정했다. 애플의 배당정책은 2012년 스티브잡스 사망과 아이폰 판매 감소 등으로 순이익이 18% 줄자 주주보상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다. 애플 주가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덕에 11월 18일 115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근 실적 악화로 주가가 급락한 삼성전자도 3분기 실적 발표 후 내년 초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0% 줄었지만 배당 확대 기대감으로 주가는 이틀 동안 10% 올랐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애플이 부진한 실적과 함께 배당 확대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부는 배당 확대에 적극적이다. 역대 정부도 기업들의 배당확대를 요구했지만, 이번처럼 적극적인 제도와 정책을 도입하 지는 않았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저배당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지금까지는 기업 자율에 맡겼다”며 “박근혜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실효성이 뒷받침된다면 자본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나치게 낮은 한국 기업의 배당을 국제 수준에 맞게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면 그 혜택이 개인과 기관투자가에 돌아가고,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목소리 커질 듯

한국 경제가 저금리·저성장으로 대표되는 뉴노멀 시대에 진입한 것도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다. 배성진 연구원은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투자자들은 더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반면 저금리 현상으로 이자 수익은 줄고 있다”며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각종공제회 같은 기관투자가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배당이 중요한 의제로 등장한 것도 배경이다.

배당 확대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어느 기업이 배당을 늘릴지를 예측하는 증권사 보고서가 줄을 잇는다.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은행과 보험 등 금융회사와 한국전력 등과 같은 유틸리티 업종 등을 꼽는다. 금융 업종은 수익성이 개선됐고 유틸리티 업종은 특성상 정부 지분이 많아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호응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삼성전자·현대차를 비롯한 일반 기업으로도 확산할 조짐이 보인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1%에 불과하던 배당수익률이 올해 2%로 1%포인트가량 높아지면서 올해 상장기업의 현금 배당금이 26조38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과 최대주주에게 돌아가는 50% 정도를 제외하면 13조2000억원이 국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배당주펀드도 순항 중이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17일까지 코스피 지수가 2.65% 하락하는 동안 배당주펀드는 연초 이후 5.99% 수익률을 냈다. 펀드 유입 자금도 연초 대비 2조7039억원 늘었다.

일부에서는 기업들의 이익금이 배당으로 나가면 연구개발(R&D)과 설비에 투자하지 못해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강현철 팀장은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있긴 하지만 현재 사내유보금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배당률을 더 올린다고 해서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배당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배당 확대 정책의 성패는 기관투자가들에게 달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국내 상장사 260곳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국민연금은 그동안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지적에 따라 국민연금도 향후 배당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초까지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촉구하는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기업의 수익성, 투자 기회, 자본 구조 같은 주요 배당 요인을 감안해 배당을 적게 하는 기업을 골라내 ‘중점 감시 기업’으로 지정하는 방법이다.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이 탄력을 받으려면 기관투자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배당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성향: 기업의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액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당기순이익 100억원 중에 15억원을 배당했다면 배당성향은 15%가 된다. 기업이 얼마나 배당에 적극적인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쓰인다.

배당수익률: 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다. 만약 주당 배당금이 500원이고 현재 주가가 1만원이라면 배당수익률은 5%가 된다. 이 주식을 계속 보유했을 때 시세차익이 전혀 없다면 배당 만으로 1년에 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배당 성향과 함께 기업의 배당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쓰인다.

사내유보금: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 이익금 중에서 배당·세금 등을 제외하고 회사에 남은 자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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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3호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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