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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김태완의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⑥ - ‘6차 산업’ 농업에 디자인 날개 달아야 

농산품 브랜드 가치 높이는 지름길 … 관광지로서의 농촌 개발에도 한 몫 

김태완 ‘완에디’ 디자인컨설팅 대표

▎스웨덴의 농업 디자인 기업 ‘플랜타곤(Plantagon)’의 도시 비닐하우스 빌딩 조감도.
농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펼쳐진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농업은 6차 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든 것이다. 농산물 생산의 1차 산업에 제조·가공의 2차 산업, 그리고 유통·체험·관광 등의 3차 산업을 총체적으로 융합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촌마을 살리기라는 프로젝트를 저마다 내놓고 있다. 농업이 1차 산업에 머물렀을 때만 해도 디자인과 농업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6차 산업으로 움직이니 디자인도 따라 움직인다. 머지않아 디자인 산업에서도 농업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길 것이다. 디자인 경영이 도시나 기업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라 농촌 마을회관에서도 자연스레 회의 주제로 나올 법한 때가 온 셈이다.

농촌은 그 자체가 브랜드이고 경쟁력을 갖춘 자원이다. 그러나 기업에 비교하면 조직적으로 경영을 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거의 1인 기업 형태다. 각자의 논밭에서 생산을 하고 판매와 유통채널도 개인이 선택한다. 자유로운 생산활동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브랜드 차별화로 안정된 수익구조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또 농촌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

농업 디자인을 도시 건축에까지 확대시킨 예가 있다. 스웨덴의 농업 디자인 기업 플랜타곤(Plantagon)은 올해 7월 도시 비닐하우스 빌딩이 세워질 린셰핑(Linkoping) 지역 내 구역을 정하고 건축을 시작했다. 이미 도시에서도 주말농장이나 옥상농장 같은 취미 생활로 농작물을 기르는 일이 흔해졌다지만 도심 가운데에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한 17층짜리 건물을 짓는 다는 건 생소한 경우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 비닐하우스 빌딩은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자동화 된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식물들이 이동하면서 적당한 햇빛을 쬐고, 건물 지하에서는 바로 수확한 농작물을 판매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농촌 자체가 브랜드이자 자원

이와는 반대로 일부 농촌 마을에서는 도심에 살던 사람들이 농촌에 정착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 나는 지난해 여름에 지인의 초대로 지리산 자락의 한 마을 회관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 빵을 만드는 수업의 수강생들이 서울에서 온 특강 선생님을 모시고 각자 만든 빵과 곁들인 요리를 소개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귀농한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30~40대였고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농촌에 보금자리를 튼 경우가 많았다.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가 도시와 시골 중간 어딘가에 와있는 듯했다.

농업 디자인은 핵심은 기존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농산물의 수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지역마다 특산품을 정해 놓고 각종 행사와 광고선전으로 판매를 부추기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값싼 중국산 농산물과의 싸움은 승산이 없다. 어느 산업이나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전략이 필요하다. 최저가로 내놓을지,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지, 아니면 기존에 없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지 등 시장상황에 맞게 전략을 세운다. 그리고 이 모든 계획 안에는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포함된다.

특히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 없을 때는 디자인의 요소가 더욱 중요하다. 디자인은 상품이 가지는 본래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해 상품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질 좋은 농산물이 잘 팔리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디자인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다. 농촌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지방 언론의 기사를 보면 ‘시골 사람들은 농사도 잘 짓고 최상품의 질 좋은 작물을 많이 내놓는데 그것을 상품화 할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마케팅·홍보 등의 벽에 부딪힌다’고 지적한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한 농업 컨설팅 회사가 눈에 띈다. ‘쌈지농부’는 농부를 대상으로 디자인 컨설팅을 하고 그들이 지은 농산품을 비용으로 받아 판매를 한다. ‘농사는 예술, 농부는 예술가’라는 콘셉트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올해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농촌 관광마을의 VI(Village Identity) 디자인과 포장 디자인의 개선’에 관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해당 마을의 대표 작물을 모티브로 해 ‘컬러 이미지 스케일’ 분석을 한 뒤 가장 자연스러운 색을 사용한 VI 디자인을 활용했다. 이후 통일된 라벨 디자인과 포장 디자인을 새롭게 해서 판매했더니 수익이 30% 정도 증가했다. 이런 결과는 농산물 디자인이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정부에서는 2017년까지 ‘농식품 수출액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013년 기준으로 57억 달러인 것으로 보면 거의 2배에 가까운 증가율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자료를 보면 우리 농식품의 해외 수요 창출을 위해 시장을 개척하고 대규모의 홍보와 박람회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보여주기에 앞서 보여줄 것에 대한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먹거리의 경우 생산지와 생산 과정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만큼 짧고도 간결한 언어와 이미지, 질 좋은 포장으로 상품을 매력적으로 보여줘야 하고 신뢰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심플한 언어로 디자인돼야 한다.

30년 내다보고 농업 디자인 결정해야

더욱 중요한 것은 적어도 30년은 한 가지 디자인만을 사용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 일시적인 디자인은 어디에서도 성공하지 못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50년 이상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1월 말부터 한달 간 청와대 ‘사랑채’에서는 한국의 수출 농수산식품 기획전시를 진행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 농수산식품인 김치·인삼·고추장·김 등을 전시한다. 농산물 수입 개방에 맞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좋은 취지의 전시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농산물 자체에 대한 이미지를 개발하기보다 한류 흐름에 편승한 홍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변하지 않을 농산물 그 자체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홍보가 우선돼야 한다.

한국의 농업은 국내총생산(GDP)에 총력을 기울여 경제 성장을 하던 때에는 공업에 가려져 종종 후순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좋은 먹거리를 찾으려는 사람과 새로운 산업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려는 국가에 의해 농업은 이제서야 진심 어린 손길을 받고 있다. 농업을 살리고 농촌을 개발하려는 중심에 디자인이 그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태완 - ‘완에디’ 디자인컨설팅 대표.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디자인 석사를 받았다. 자동차·항공기를 디자인하는 영국 IAD(후에대우 워딩연구소)에서 일하다 이탈리아 피아트로 옮겨 친퀘첸토(피아트500)의 컨셉트 모델을 디자인했다. 이후 한국GM 디자인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wanedesign@gmail.com

1265호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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