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텅 빈 요람이 초래할 위기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싱글족 테마가 대세다. 역시 TV는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미혼(未婚)과 만혼(晩婚) 등 사회·경제적 요인들로 인해 기존 가족주의는 물론 핵가족마저 무너지고 있다. 벌써 4명 중 1명이 ‘1인 가구’ 일 정도로 일상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싱글족의 일상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그 여파가 결코 적지 않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곧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국가가 됐다. 최근 발표된 ‘2014년 유엔인구기금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5년 우리나라 여성의 합계출산율(평생 낳는 아이 수)은 1.3명이다. 1.1명을 기록한 마카오와 홍콩에 이은 세 번째이지만 국가로 친다면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가 1위인 셈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노동력 부족, 소비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고 잠재 성장률을 끌어내린다. 또한 노년층 부양을 위한 세금 부담을 늘리고 정부의 재정수지를 악화시킨다. 결국 경제의 모든 주체들이 몰락해 나가는 악순환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미국의 저명한 인구문제 전문가인 필립 롱맨은 그의 저서 <텅 빈 요람>에서 현대적 생활양식이 출산율 하락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현대 환경에서는 더 적은 자손을 남기는 개인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자식이 곧 노동력이자 재산이었다. 이와 달리 현대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그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득 중 많은 몫은 사회와 나눠 가져야 한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양육비와 교육비를 생각하면 아이가 많은 집보다는 적거나 없는 집의 부담이 가볍다. 더구나 여성들도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아이가 없거나 적은 여성이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아이를 낳기 위한 전제 조건인 결혼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든다. 빚을 지고 시작하는 결혼생활보다는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 애초부터 결혼하지 않는 독신이 아이를 가질 리 만무하다.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한다면 출산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아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저출산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도 아이를 기르며 회사생활을 하는 ‘워킹맘(Wor king mom)’들이 여럿 있다. 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슴이 아플 때가 많다. 어려운 환경에서 사회생활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 하루하루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에서 그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싶지만 여의치 못한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다.

여러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문제에 직면했다. 일부 나라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선 결과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평가다. 스웨덴이나 영국, 프랑스가 모범 사례다. 이들 국가의 비결은 가족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 등이라고 한다. 필립 롱맨 역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자녀를 둔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 가정을 우대하는 기업 문화 등을 들었다. 저성장이라는 만성적인 질병이 악화되기 전에 우리 모두가 하루 빨리 발 벗고 나서야 할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한다.

1266호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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