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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 개발 게임 - 놀면서 동료와 호흡 맞춘다 

팀워크 개발 게임에 수억원 투자 탑 쌓기, 요가, 조정 등 종류 무궁무진 

라인리 브라우닝 뉴스위크 기자

▎팀워크 구축 활동은 평범한 게임으로부터 신뢰구축 훈련, 요리강습까지 각양각색이다.
4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간부 20여명이 특이한 과제를 마주했다. 위험도 높은 모기지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은행이 주제가 아니었다. 그들의 앞에는 스펀지 막대, 마분지 벽돌, 원통형 블록이 놓였다. 재료들을 이용해 독립적인 구조물을 설계하고 동료의 키보다 높이 쌓아 올리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회의실 안에 모인 이들은 4개조로 나눠 ‘탑 쌓기’ 놀이에 열을 올렸다.

조직 내 리더십 프로그램이 진행된 현장이다. 게임에 참여한 한 간부는 “각 팀이 스스로 정한 성과 목표를 집중력 있게 달성하는 훈련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이 팀의 목표는 ‘탑을 재미있게 즐기며 쌓기’다. 또 다른 팀의 목표는 ‘다른 사람을 따라 하지 않는 태도 익히기’다. 이 팀의 구성원들은 다른 팀이 어떻게 쌓는지 훔쳐보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어떤 팀이 자신들보다 높게 쌓았다며 경쟁을 하지도 않았다.

팀워크 개발 게임은 새로운 게 아니다. 30년 전부터 미국 기업과 조직 문화에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경쟁적인 놀이의 색깔이 강해지고 있다. 말단 사원부터 한 부문의 책임자까지로 구성된 조직을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팀워크 개발 게임은 조직관리이론으로 탄탄하게 무장했다. 1990년대 유행했던 신뢰게임(뒤에 선 동료가 자기를 받아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뒤로 넘어지는 게임)에서부터 점차 발전해왔다.

데이비드 렝기엘 벤처업 대표는 “전에는 작은 그룹이 5일 동안 뗏목타기를 하며 조직력을 키우는 방법이 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벤처업은 팀워크 개발을 돕는 업체다.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이 벤처업의 주요 고객이다. 렝기엘 대표는 “최근 기업들은 협동보다는 경쟁 위주의 놀이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게임’인 만큼 흥미도 있어야 한다. 스펀지 창으로 하는 검투사 창술 겨루기와 담벼락 점핑 등이 인기다. 담벼락 점핑은 찍찍이 복장을 한 사람이 트램폴린으로 점프를 해 더 높은 높이의 담벼락에 달라붙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조직관리이론으로 무장한 팀워크 개발 게임

금융회사에서는 좀 다른 종류의 게임이 인기를 끈다. 요리 콘테스트, 얼음조각 작품 만들기, 단편영화 만들기 등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퀴즈쇼와 초콜릿 제조 콘테스트, 유리섬유 소재를 이용한 보트 레이싱 게임도 등장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컨설팅 회사들이 설계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이 놀이를 바탕으로 학습하는 프로그램을 기업으로 옮겨온 것이다. 놀이기반 학습 방법은 호주 출신의 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이 고안한 방식으로 이미 많은 유치원에서 활용하고 있는 교육법이다.

FRB 직원들은 ‘FRB 임원 중 누구의 머리가 가장 클까?’라는 제목의 게임을 진행했다. 스스로를 ‘창의적 컨설턴트’라고 칭하는 아담 셰임스가 FRB 간부와 직원용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해 진행하는 퀴즈쇼다. 시카고 FRB에서 2년 연속 진행했다. 셰임스는 임직원들에게 “역대 최장수 FRB 의장은 누구인가?”라는 질 문을 던 졌다. 정 답은 윌 리엄 맥 체스니 마 틴으로1951~1970년까지 재직했다. 하지만 게임에 참가한 대다수의 사람은 앨런 그린스펀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런 놀이에 참가한 직원들은 이후 더 나은 통화정책을 만들었을까? 캘리포니아 포도주를 시음하고 상그리아 칵테일 만들기 게임을 즐기며 아프리카 콩가 댄스를 추는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는 하는 걸까?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유심 교수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군대식사후 보고가 실행되느냐에 전적으로 좌우된다”고 유심 교수는 말한다. 한 놀이가 끝났을 때 그 활동의 요점을 정리해주는 과정이다. 그는 “찍찍이 복장으로 담벼락에 몸을 던지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배움을 얻지 못하지만 의사결정 리더십과 팀워크라는 프레임을 잘 설정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 애들피대 재무학과 교수인 마이클 드리스콜의 의견은 다르다. 그는 “팀워크 개발 게임은 아무 효과가 없으며 시간낭비”라고 주장한다. 그는 베어스턴스와 지금은 크레딧 스위스 은행 소유가 된 ‘도널드슨, 루프킨&제렌트’ 소속의 월스트리트 정상급 트레이더였다. 뉴욕의 소규모 헤지펀드인 지오스피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트레이더로 일하며 경험한 연례 팀워크 구축 훈련을 돌이켰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직원과 배우자들을 비행기에 태워 맨하튼 북쪽에 있는 컨퍼런스 센터로 불러모은다. ‘아이디어 뛰놀게 하기(idea bouncing)’에 관한 전문용어 투성이의 강연을 들으면서 일하려는 목적이었다. 정말 뭔가를 얻었을까? 드리스콜이 웅변조로 물었다. “아니다. 우리는 이미 함께 1년에 360일 동안 일한다. 새로 발견할 만한 것이 없었다.”

제약업, 첨단 기술, 소매 유통 같은 업계의 미국 기업들은 2012년 임직원 훈련과 개발에 1642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중 460억 달러가 외부의 팀워크 개발 업체로 넘어갔다. 그 영세기업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소규모 산업을 형성했다. 비용은 요리행사 건 당 100달러 안팎에서 종일 조정 프로그램 1인당 1000달러까지 다양하다. 기업과 단체들이 그 행사에 지출하는 액수가 쉽게 수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그 수십억 달러의 금액보다는 자신들의 지역공동체 서비스 프로그램을 세상에 더 많이 알리려 열을 올린다. 푸드뱅크(식품 중계 서비스), 무료급식소(soup kitchens), 노숙자 보호소 같은 봉사활동 등이다. “요즘 금융회사들을 감시하는 눈이 많기 때문에 내부를 기웃거리는 눈길과 외부 노출에 극히 민감하다.” 전통적인 경영 코칭 기업 ‘서밋 컨설팅 그룹’의 창업자이자 사장인 앨런 와이스의 말이다.

네덜란드의 대형 은행인 ABN 암로는 지난 9월 이틀 간의 사외 단합행사를 가졌다. 장소는 맨하튼 북쪽의 19세기 후반 대호황기(Gilded Age)의 맨션들로 이뤄진 태리타운 하우스 에스테이트였다. 첫날 밤 암스테르담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은행 경영진은 카바레 스타일 촌극이 곁들여진 고급스러운 만찬을 즐겼다. ‘빌리 아메리카’로 분장한 용역 배우가 2008년 금융붕괴 이후 시대가 요구하는 은행가 되는 법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엔 경쟁 위주의 놀이 선호

둘째 날에는 가장 먼저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무도장의 요가 매트 위에서 호흡 훈련을 했다. 이어 ‘얼음인간’으로 알려진 ‘저온에서 버티기’ 세계 기록 보유자인 네덜란드인 빔 호프와 함께 얼음 목욕을 했다. 두 가지 활동의 요점은 호흡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아침식사나 커피 마시기 전의 호흡 조절은 커다란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강인한 은행가를 만든다고 한다.

월스트리트를 모니터 하는 FRB 뉴욕 지부는 버지니아대 다든 비즈니스 스쿨로 팀을 파견했다. 조정의 엄격한 규율을 배우기 위해서다. 빅 차크리안 부사장보를 포함한 중역들이 탄소섬유 소재 ‘베스폴리 8’에 올라탔다. 팀 콘셉츠사 창업자인 올림픽 조정 선수 댄 라이언스의 지시에 따라 조정 훈련 준비를 하고 부드럽게 노 젓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그 중 쉬운 일이었다.

“우리는 여러분 비위를 맞춰가며 ‘우와, 거 봐요! 그렇게 잘 하잖아요!’라고 말하려 여기 있는 게 아닙니다.” 필라델피아 외곽 슈일킬 강에서 조정 프로그램을 실시해온 제이슨 콜드웰 팀 콘셉츠 대표가 말했다. 컬럼비아대 보트하우스와 밴가드 인베스트먼츠를 통해 골드먼삭스의 의뢰를 받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 후의 사후보고가 중요하다고 콜드웰은 말한다. 평소 입이 무거운 FRB도 겉으론 거의 드러내지 않았지만 동의하는 듯했다. 팀컨셉츠의 웹사이트에 FRB로선 보기 드문 추천사가 있었다. “자신과 관리 스타일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1266호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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