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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면세점 사업 삼국지 - 롯데·신라 쟁탈전에 부영도 가세 

요우커 급증에 ‘황금알 낳는 거위’로 인기 … 관광레저사업은 부영의 차세대 성장동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400만명. 그중 절반가량인 610만명이 ‘요우커(중국 관광객)’였다. 이들에게 제주도는 꿈의 도시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제주도는 비자 완화 정책을 펼치며 요우커들의 발길을 잡는다. 실제로 한국을 찾은 요우커의 30%는 제주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326만 여명 중 약 86%에 달하는 281만 여명이 중국인이었다. 최근 들어 특히 크루즈를 타고 제주를 찾는 요우커가 늘면서 제주도 시내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제주도 시내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6000억원 대에 달한다. 전년 대비 158% 급증한 수치다. 시내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현재 관세청의 허가 기준(고시)에 따라 제주 도심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내 면세점은 단 2곳뿐이다.

각각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자리한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그동안 제주도 내 면세점 사업을 독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상반기 중 경쟁력을 갖춘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울 2곳과 제주 1곳 등 전국에 3개 시내 면세점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요우커 특수를 누리는 제주도 신규 면세점 설치를 두고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신라 면세점 매출 급증


올해 3월 계약이 만료되는 롯데면세점은 이번 사업권 연장에 성공하면 기존 서귀포시에 있던 위치를 제주시 연동 롯데시티 호텔 내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단기 체류 크루즈 관광을 통해 입국하는 요우커가 급증하면서 크루즈가 정착하는 제주항에 인접한 위치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제주항에서 서귀포까지는 편도 1시간이 소요돼 고객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제주항 근처로 이전하면 더 많은 고객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시 연동에 신라면세점을 둔 호텔신라는 이미 지난해 6월에 5년 간의 사업 연장에 성공했다. 신라면세점은 인근지역으로 이전을 계획한 롯데에 대한 반격으로 기존 롯데면세점이 있던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에 면세점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앞서 관세청은 2013년 관세법을 개정하며 제주도 내 지역 간 균형 발전을 고려해 면세점 특허를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배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롯데면세점이 계획대로 서귀포시 면세점을 철수하고 제주시로 이전하게 되면 신규 면세점은 서귀포시에 설치돼야 하는 조항을 활용한 것이다. 이 작전에 따라 신라면세점이 제주도에 추가로 시내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면 중문관광단지 신라호텔 내부에 3933㎡ 규모의 면세점이 들어서게 된다.

제주 시내 면세점 운영권을 두고 롯데와 신라가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은 예정된 시나리오였다. 뜻밖의 변수로 떠오른 것은 건설 전문인 부영그룹이 던진 출사표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말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시내 면세점 허가를 관세청에 신청했다고 1월 4일 밝혔다. 부영이 개점을 희망하는 위치는 현재 롯데면세점이 자리한 중문관광단지 내다. 부영이 면세점 운영권을 획득하면 오는 3월 개장 예정인 서귀포 부영호텔 2개 층에 5102㎡ 규모로 열게 된다.

지난 40여년 간 주택 건설·임대사업에 집중했던 부영그룹이 복합리조트 단지 개발에 이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관광레저산업을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설정한 데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그동안 호텔과 리조트 사업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2011년 제주 중문단지의 호텔 사업권을 사들인 후 지난해 말 사용승인을 받아 올해 3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중문관광단지 내 6개의 특급호텔과 리조트, 월드타워, 워터파크 등이 포함된 복합리조트 단지를 개발 중이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장이 관광레저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2011년 4월 무주덕유산리조트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국내외 골프장을 운영하며 관광레저기업으로의 변신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주택 부문을 비롯해 16개 계열사를 거느린 부영은 2013년 말 자산 총액(15조7000억원) 기준으로 재계 22위다. 오랜 기간 임대 주택 사업을 펼치며 줄곧 30위권이던 재계순위를 2010년께 2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업계 순위가 급등한 것과는 반대로 건설 경기 악화로 임대 아파트 사업이 부진하자 차세대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해왔다.

2012년에는 서울 중구 소공동의 6562㎡ 땅을 1721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인근에 웨스틴조선호텔과 한국은행이 있어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이 땅의 시가는 3000억원대(공시지가 기준 850억원)로 알려져 있다. 이전 주인인 삼환이 호텔을 짓기 위해 모은 땅으로, 금융위기 때 법정관리 후 매물로 나온 것을 부영주택이 사들인 것이다. 부영그룹 역시 이 땅에 호텔을 세울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업계 내에서도 보수적인 경영으로 일관해오던 이중근 회장이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것은 관광레저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기숙사 기증하고 지역상생 외치지만…

단순히 호텔 사업뿐 아니라 복합 레저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부영으로서는 이번 제주 시내 면세점 특허권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이중근 회장의 행보도 여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이 회장은 사업 계획서 마감일인 지난 12월 말 직접 제주를 방문해 제주 서귀포여고에 기숙사를 건립해 기증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사상 첫 면세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목표로 내세워서다. 부영 측은 시내 면세점 특허를 획득할 경우,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운영해 사업수익을 제주도 내 재투자하고, 지역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에 면세점을 운영하던 다른 기업과 달리 지역 기업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영 관계자는 “복합리조트 개발의 핵심 축이 될 이번 중문 시내면세점 진출을 계기로 상대적으로 침체된 서귀포 관광 활성화에 앞장설 것”이라며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중근 회장은 2003년부터 캄보디아를 비롯, 베트남·라오스·태국·스리랑카 등에 600곳이 넘는 초등학교를 건립·기증하는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이 회장의 야심찬 행보가 제주에서도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269호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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