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가 ‘검투사’를 선택했다. 1월 20일 제3대 금융투자협회장에 선출된 황영기 전 KB·우리금융지주 회장 얘기다. 그는 금투협회장 1차 투표에서 과반(50.69%)의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 3년 전 1차 투표에서 다른 후보자들이 과반을 얻지 못해 2차 투표까지 간 것과 비교하면 압승이라는 평가다. 금융권을 떠난 지 5년만의 화려한 복귀다. 그의 당선은 ‘강한 협회’에 대한 회원사들의 바람이 담긴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과 보험업계에 밀려 번번이 당국의 정책에서 소외된 금융투자업계에 힘을 실어 달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등의 규제로 업계 타격이 불가피한데도 그간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업계이익을 대변하지는 못했다”며 “대외협상력 측면에서 황 회장이 많은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황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힘있는 협회, 섬기는 협회’를 내세우며 대외협상력과 실행력을 강조했다. 업계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셈이다. 실제로 그는 금융권 전반을 두루 거친 만큼 정·관계와 금융계를 아우르는 폭 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은행계에 있을 당시 강한 추진력으로 금융당국과의 충돌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할 말은 하는 인물’로 평가된 점도 주효했다. 또 그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금융계 관련 사안에 대해 자문하는 막역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와의 스킨십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다만 금융당국과의 어긋난 첫 단추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황 당선자는 우리금융지주 시절 은행이 파생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낸 전력이 있다. 이를 빌미로 금융당국은 그가 KB금융지주 회장 시절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려 그를 중도하차 시켰다. 자신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지만 당국과의 앙금이 남아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당국은 규제나 정책이슈를 놓고 당국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당국에 힘 있는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도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
회원사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숙제도 산더미다. 침체에 빠진 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 난제가 그의 몫으로 남았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거래세 인하와 파생상품 시장규제 완화(업계 전체), 방문판매법 조속입법 추진(증권업), 해외투자펀드 분리과세(자산운용업) 등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국민연금 등 연기금 주식투자 비중의 확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정착 지원, 한국형 개인저축계좌 조기(ISA) 정착, 소득공제 장기펀드 가입대상 확대, 펀드과세 개선방안 모색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부분 풀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앞으로 그의 발걸음이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황 당선자는 2월 4일 취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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