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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셰어하우스 WOOZOO(우주) 대표 - 전문가에게 쓰는 돈 아끼지 말라 

계약서 문구 하나 틀려 호된 경험 ... 집 한 채에 여러 명 함께 사는 모델로 대박 


▎김정현 대표는 “20~30대 젊은 창업자는 여러 분야에서 경험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며 “변호사·회계사 등의 도움을 적극 받으라”고 조언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고정미(24)씨는 3년째 서울 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엔 고시원, 그 다음엔 원룸, 얼마 전까진 오피스텔에 살았다. 얇은 벽 하나로 나눠진 고시원은 사생활 보호가 아예 불가능했고, 월세 10만원을 더 내고 선택한 원룸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큰 맘 먹고 오피스텔로 옮겼지만 비싼 월세와 관리비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외로움. 혼자만의 생활을 해보겠다며 스스로 선택한 ‘서울 살이’였지만 늘 그렇듯 자유엔 대가가 따랐다. 내내 방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괜히 우울해졌고, 밤에는 작은 소리에도 혹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어 잠을 깼다. 고민 끝에 고씨는 함께 사는 삶을 선택했다. 바로 ‘셰어하우스 WOOZOO(우주)’다.

대학생 인턴의 넋두리에서 뽑아낸 사업 아이템

“이전에 창업한 회사를 매각한 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기획 할 때였어요. 사무실에 대학생 인턴이 몇 명 있었는데 지방에서 서울로 온 친구들이었습니다. 요즘 무슨 고민을 하면서 사느냐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월세 부담을 말하더군요. ‘월세도 비싼데 괜찮은 집을 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는 푸념이었죠. 사실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던 제가 그동안 체감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따져봤죠. 실제로 젊은 세대의 주거비 부담이 만만치 않더군요. 충분히 건드려볼 만한 주제란 생각이 들었고,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집을 쪼개는 것’이었습니다.”

김정현(30) 대표가 이끄는 셰어하우스 우주의 사업 구조는 의외로 간단하다. 회사가 집을 하나 빌린 뒤 여러 명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월 임대료 150만원짜리 아파트를 임대해 대략 6명의 입주자에게 각각 월 35만~40만원을 받고 다시 빌려주는 식이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보증금은 두 달치 월세만 받는다. 관리비 역시 공동 거주자가 나눠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대충 집만 빌려주는 게 아니다. 여러명이 함께 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내부 인테리어까지 손 본 뒤 재임대한다. 우주가 직접 집을 임대하는 경우도 있고, 집주인이 우주에 임대사업을 위탁하기도 한다. 월세 차익과 집주인으로 부터 받는 위탁수수료가 우주의 주 수익원이다. 우주는 현재 서울에서만 18곳의 셰어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저렴한 월세에 시설도 좋은 편이라 입주자 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임대한 한 아파트는 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단순히 싼 월세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사와 제휴를 맺고 입주자 중 일부를 추첨해 무료로 해외 여행을 보내주고, 토익학원 등의 수강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금융회사와 손 잡고 조만간 학자금 지원 사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난 2년 간의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수요가 충분하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올해는 사업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약 80여 곳으로 늘려볼 계획인데 현재까지 입주자가 99명이니 2016년쯤에는 1000명을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3학년 때 처음 창업에 도전했다가 6개월 만에 실패를 맛 봤다. 첫 창업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모임의 동료들과 함께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저가형 보청기를 공급하는 ‘딜라이트’였다.

“사실 딜라이트는 인도의 실패 사례에서 찾아낸 사업 모델이었습니다. 비록 인도에선 실패했지만 한국에선 가능하겠다 생각했고, 실패의 이유를 점검해가며 창업에 나섰죠. 우리나라는 비교적 의료보험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만 보청기나 임플란트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시중 판매가보다 50%가량 저렴한 보청기를 내놨습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큰 시장은 아니었지만 업계에서 제법 반향이 컸죠.”

우주가 세 번째니 김 대표의 창업 승률은 66.6%다. 그가 생각하는 창업 성공의 열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일단 철저한 ‘돈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돈이 창업의 필수 요소는 아닙니다. 그러나 돈이 있으면 생각보다 많은 걸 해결할 수 있죠. 창업도 사업입니다.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죠. 투자를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느 정도의 돈을 써서 어느 시점부터 수익을 낼 건지 꼼꼼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20~30대 젊은 창업자라면 이 부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땐 변호사·회계사·세무사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저 역시 계약서 문구 하나를 잘못 써서 큰 손실을 입은 경험이 있습니다. 또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공동 창업자 간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런 분란을 겪지 않으려면 창업 초기 단계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분관계나 수익 배분 문제 등을 깔끔하게 정리 해둬야 합니다. 그래야 훗날 문제가 없거든요.”

전문가에게 쓰는 돈을 아끼지 말란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나이에 연연하지 말고 선배 세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라고 조언했다.

경험 많은 선배 영입해 배워라

“창업은 동년배 몇 명이 모여 할 수 있지만 사업을 키워가려면 경험이란 게 중요합니다. 이건 당장 쌓을 수 없는 것이니 누군가에게 배워야죠. 기업이 성장 단계에 들어가면 해당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시니어급 직원이 꼭 필요합니다. 반드시 한번쯤은 위기가 찾아올 텐데 젊은이의 실행력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창업자가 겉으로는 오픈 마인드라면서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틀에 갇히면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없어요. 선배의 경험과 지혜, 시행착오에 투자하라는 거죠.”

그는 어린 나이에 창업에 뛰어든 탓에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경험을 꽤 많이 했다고 했다. 심지어 창업한다는 얘기를 부모님께도 못했다고 하니 보통 스트레스는 아니었을 터다(김 대표의 부모님은 아들의 창업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한다). 그는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믿음을 거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창업은 참 재미난 도전인 동시에 엄청난 부담입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오로지 본인에게 있으니까요. 일이 잘 될 땐 관계 없지만 조금이라도 계획대로 안 되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저 역시 ‘나는 바본가?’하는 자괴감에 빠진 적이 많죠.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자기자신을 불신 해선 안 됩니다. 세상에 어떤 이가 자신도 못 믿는 사람에게 일을 맡길까요? 과신도 문제지만 불신이 훨씬 나쁜 겁니다.”

1272호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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