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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뜨고 플라스틱 지고 - 스마트폰에도 냉장고에도 ‘메탈 열풍’ 

성형·가공 기술 발달로 제조사 채택 늘어 … 플라스틱 부품사 실적 급전직하 


▎케이스에 메탈 소재를 채택한 삼성전자 갤럭시 알파(왼쪽)와 LG전자의 더블 매직 스페이스 냉장고.
스마트폰 시장에 메탈 케이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중국의 샤오미가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잠식해나가자, 삼성전자 등 기존 업체들이 세련미·중량감 있는 메탈 소재로 차별화에 나섰다. 아직 고주파(RF) 노이즈 간섭 등 기술적인 문제는 남아있지만, 메탈 케이스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같은 변화 속에 기존 플라스틱 부품 기업들은 실적 악화, 적자 경영 등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바뀐 흐름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심지어 회사를 매각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들 업체는 생존을 위해 투자 확대, 구조조정 등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자금 여력이 낮고 메탈 소재 산업의 진입장벽이 높아 반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스마트폰 케이스의 메탈 바람은 삼성전자가 몰고 왔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외장재로 플라스틱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샤오미 등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자 결국 방향을 선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알파와 갤럭시노트4에 메탈 케이스를 채택했다. 3월에 출시되는 갤럭시S6에도 메탈 소재를 적용키로 했다. 현재 삼성전자 메탈 케이스 채택 비중은 7%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는 30% 가까이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금속소재 성형·가공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착실하게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플라스틱 부품기업, 지난해부터 줄줄이 적자


삼성전자가 메탈 소재를 적극 활용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이 기류가 업계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LG전자가 올해 2분기 출시할 G4의 경우도 메탈 케이스를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고, 소니 역시 지난 2013년 내놓은 엑스페리아Z1부터 메탈 프레임을 채택했다. HTC·레노버·ZTE 등 후발 중국·대만 기업들도 메탈 소재 채용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저가형 스마트폰을 만드는 샤오미 역시 미(Mi)4·샤오미 노트 등에 메탈 케이스를 적용하는 실정이다. 메탈은 그동안 무겁고 가공이 어려워 외면받아 온 소재이지만, 성형·가공 기술의 발달로 활용도가 높아졌다. 무게 역시 플라스틱만큼가벼워져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고민을 덜어줬다. 애플의 아이폰6의 경우 초기 아이폰에 비해 크기가 1.5배가량 커졌음에도 무게는 오히려 135g에서 129g으로 줄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추가 플라스틱에서 메탈로 이동하면서 기존의 스마트폰 부품 기업들은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스마트폰 플라스틱 케이스 제조사인 인탑스의 경우 지난 2013년 1조원대 매출, 5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와 삼성전자의 케이스 소재 변경으로 지난해 분기별 매출이 1000억원대로 급전직하했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이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주가도 덩달아 미끄럼을 타 지난해 4월 주당 2만5000원에서 올해 들어 1만8000원선까지 떨어졌다.

신양엔지니어링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양엔지니어링은 지난 2013년 28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94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 개선을 위해 지난해 3·6월 두 차례에 걸쳐 인력을 절반 이상을 잘라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재 인력은 15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2013년 초 1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1000원대로 푹 꺼졌다. 대표적인 스마트폰 부품 업체인 우전앤한단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5000억원대의 준수한 매출 규모를 자랑했지만, 지난해 경영난이 닥치며 3분기까지 매출은 2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매 분기 100억원씩 적자를 봤다. 우전앤한단은 극심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현재 아바쿠스파트너스와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플라스틱 제조를 아예 중단하고, 메탈 케이스 설비투자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장비 구입과 해외시장 진출 작업을 벌여온 탓에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회생 여부는 불확실하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아직 낮아 다시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적어도 올해 중으로는 어렵다”며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 합산 추이를 보면 스마트폰 부품 업종이 얼마나 빠르게 수익성이 나빠지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탈 부품 기업, 실적 호조·주가 급등

플라스틱 부품 업체들은 울고 있지만, 반대편에서 휘파람을 부는 기업들도 있다. KH바텍·유원컴텍 등이 대표적이다. KH바텍은 아연·마그네슘·알루미늄·조립모듈 등 메탈 소재를 제조하는 회사인데, 스마트폰 케이스가 메탈로 바뀌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정밀 메탈 부품을 다루는 전문업체는 많지 않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4와 갤럭시 A3·A5를 판매하면서 외장 메탈 솔루션을 의미 있게 확장하고 있다”며 “이에 KH바텍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각각 6.5%, 8.8% 가량 증가해 다른 부품회사들에 비해 차별화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만원대 중반에서 맴돌던 KH바텍 주가는 올해 들어 4만원대로 치솟은 상태다. KH바텍 주식을 사들인 곳은 메릴린치 등 외국계 기관이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유원컴텍도 실적과 무관하게 메탈 소재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주당 713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쓰기도 했다. 하나대투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유원컴텍은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18.1%, 274.9% 급증할 것”이라며 “메탈케이스와 스마트 CNC장비 관련 매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밖에 파버나인·에스코넥 등도 메탈 소재 관련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메탈 소재가 스마트폰을 넘어 일반 백색 가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 이들 기업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LG 전자는 지난해부터 냉장고와 공기청정기·사운드바 등 일반 가전제품에 메탈 소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LG 등 업계 내부에서는 메탈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인력의 필요성도 커지는 것으로 안다”며 “포화 상태에 다다른 시장에서 메탈 소재를 활용해 차별화한 제품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274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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