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中 대국굴기 전략의 속내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최근 1~2년 간 중국 시진핑 정부의 경제·외교 행보는 대단히 적극적이다. 숨어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대놓고 힘을 드러내는 대국굴기(大起)로의 전환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개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에서 중국은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아·태 지역에서의 중국 경제·외교는 두 가지 줄기로 요약된다. 하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라 불리는 실크로드 기금, 다른 하나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 인프라은행이다. 실크로드기금은 육로와 해로를 통해 아·태 지역 국가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기 위한 구상이다. 지난해 APEC 회담에서 중국은 방글라데시·타지키스탄·몽골·파키스탄·미얀마 등 비(非)APEC 회원국 정상과의 회담을 가졌다. 이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00억 달러(약 40조원)의 실크로드기금 창설을 발표했다고 전해진다. 이들 국가에 철도·파이프라인·통신망 등 인프라를 건설해 주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 실크로드 구상에 대한 대상국들의 관심은 상당히 크다. 이들 국가에 인프라 투자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2010~2020년 아시아의 인프라투자 수요는 8조 달러(약 8000조원)다. 매년 약 730조원의 엄청난 돈이 필요한 셈이다. 현재 아시아개발은행의 자본금(1620억 달러)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아시아인프라은행은 자금 여력이 있는 국가들이 출자하는 은행이다. 설립 때 추가 출자와 레버리지 펀딩이 가능해 역내 국가들의 강력한 돈줄이 될 전망이다. 주변국들의 관심도 크다. 지난해 10월 발표됐는데, 1년여 만에 인도·몽골·싱가포르 등 21개국이 참가를 확정했다. 출자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00조원)다. 이 중 중국이 50%(약 50조원), 나머지 50%를 싱가포르 등 20개국이 분납한다. 본부는 베이징, 운영 개시는 내년 말이 목표다.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 이후 대(對) 아시아 발언권을 높이려는 미국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중국의 외교행보 배경은 뭘까. 첫째는 정치적 동기다. 아시아를 발판으로 국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다. ‘아시아의 안전은 아시아인이 유지해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중국 중심의 패권과 경제권을 신장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력이 회복되기 전, 또 미국 오바마 정부가 자국 정치 현안으로 정신 없을 때 서둘러 영향력을 확대해 두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정치적 동기뿐 아니라 중국이 안고 있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은 현재 이른바 구(舊)경제라 불리는 철강·화학·건설·시멘트산업 등의 생산설비 과잉 문제가 심각하다. 성장률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를 구조조정 하겠다는게 ‘신창타이(新常態)’라는 경제 슬로건이다. 하지만 구경제의 생산량을 주변국 인프라건설에 돌릴 수 있다면 구태여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수출 증가에 성장률도 높이고 주변국으로부터 에너지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서부대개발도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 보이는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결국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면서 내부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함이다.

1276호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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