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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프리우스 V] 레저·캠핑 시장 넘보는 가족용 하이브리드 

프리우스의 레저차량(RV) 버전 ... 연비 좋고 공간 활용성 뛰어나 


▎사진:도요타코리아 제공
국내에서 하이브리드는 유난히 맥을 못 춘다. 특히 수입차 시장이 그렇다. 동급 차량에서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10% 이내에서 비슷하다고 할 경우 대부분 디젤로 향한다. 이유는 디젤이 내뿜는 ‘토크’에 취해서다. 디젤의 덜덜거리는 진동이나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참아내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하이브리드가 왜 싫으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가속력이 떨어져 운전이 답답한데다 전기모터를 돌리는 배터리 크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좁다”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이브리드의 장점인 뛰어난 도심 연비와 정숙성이 파묻힌다.

트렁크에 자전거 2, 3대 넣을 수 있어


▎뒷자석을 접으면 자전거 같은 긴 짐도 편하게 실을 수 있다.
최근 한국에 소개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V도 그럴까? 이런 의심을 하면서 프리우스 V를 타봤다. 우선 이 차는 2011년 국내에 진출한 프리우스의 레저차량(RV)이다. 해치백 스타일인 프리우스의 뒷부분을 늘려 적재 공간을 키웠다. V는 다재다능함(Versatility)을 뜻한다. 가장 큰 특징은 트렁크 공간이다. 평상시 968L이고, 2열 시트를 접으면 1905L로 커진다. 자전거 2, 3대는 물론 작은 냉장고 하나를 넣을 수 있는 크기다. 일본에서는 프리우스 알파라는 이름으로 팔리는데 3열 시트를 갖춘 7인승 모델도 있다. 짐이든 사람이든 공간활용을 극대화했다. 차의 크기나 활용도로 판단할 때 국산차 기아 카렌스나 쉐보레 올란도와 비슷한 차로 보면 된다. 수입차에서는 유일한 전륜구동 BMW 모델인 액티브 투어러, 푸조 308SW가 경쟁차다.

앞모습은 살짝 프리우스와 다르다. ‘킨 룩(keen look)’이라 부르는 도요타의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 모양과 안개등 형상 등이 프리우스가 순하게 웃고 있다면 V는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조금 더 강렬한 인상이다. 옆모습은 앞에서 중반부까지는 프리우스와 비슷하다. 뒤로 가면 해치백과 RV의 차이로 인해 완전히 달라진다. 길이는 프리우스보다 16cm, 휠베이스는 8cm가 늘어나 길어 보인다.

뒷모습은 투명한 클리어 타입 램프를 써서 분위기를 통일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 프리우스와 차이가 크다. 센터페시아와 센터 터널이 비스듬하게 연결되는 프리우스와 달리 V는 두 부분이 분리돼 있다. 대시보드도 프리우스는 곡선으로 연결했고 그 속에 계기판이 포함됐다. V는 수평으로 처리하고 계기판 부분이 볼록 솟아 있다.

앞부분에서도 공간의 여유를 전달하기 위해 공간을 최대로 뽑아냈다. 뒷좌석은 여유롭다. 슬라이딩은 15mm씩 12단계에 걸쳐서 이뤄진다. 시트 기울기는 2도씩 앞 4단계, 뒤 10단계로 기울일 수 있다. 뒷좌석은 6:4로 분할해 접을 수 있어 자전거 같은 긴 짐을 실을 수 있다. 수납 공간은 넉넉하다. 위아래로 구분된 센터 페시아 하단부 수납 공간, 2개로 나뉜 듀얼 글로브 박스, 조수석 컵홀더, 넉넉한 센터 콘솔, 트렁크 바닥 수납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곳을 다 수납공간으로 만들었다.

가장 큰 매력은 넉넉한 트렁크다. 2열을 접지 않고도 어지간한 짐은 다 소화할 수 있다. 턱이 높지 않아서 짐을 싣기도 편하다. 요즘 거대해진 크기의 유모차를 싣기에 아주 편하다. 캠핑 장비나 골프백 4개 정도는 대충 넣어도 공간이 부족할 일은 없어 보인다.

프리우스 V는 프리우스와 동력장치가 같다. 4기통 1.8L 가솔린 엔진의 출력은 99마력, 최대토크는 14.5kg·m이다. 여기에 모터 출력을 더하면 총 136마력이다. 변속기 역시 CVT로 똑같다. 대신 무게는 V가 더 무겁다. 프리우스(1395kg)에 비해 V는 1515kg이다. 이런 무게 차이는 곧 연비 차이로 이어진다. V의 복합연비는 L 당 17.9km다. 21.0km/L인 프리우스보다 낮다.

하이브리드라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다. 본격적으로 엔진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전기모터로만 움직인다. 엑셀 페달을 힘주어 밟으니 엔진과 모터가 함께 움직이며 힘을 키운다. 주행 여건에 따라 전기모터만으로, 엔진만, 전기모터와 엔진이 함께 움직이는 상황이 수시로 교차한다. 에너지 흐름을 나타내는 모니터를 보면 각각의 흐름이 알기 쉽게 눈에 들어온다. 각 모드마다 주행감각에 차이가 있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에너지 모니터를 보지 않으면, 각각 어떤 모드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매끈하게 동력의 흐름이 이어진다.

가속은 차분하다. 가속 페달을 힘주어 밟아도 급하게 튀어나가지 않는다. 밟는 대로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일단 속도가 붙으면 시속 150~160km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는 무리는 없지만, 가속 과정이 답답하게 진행된다. 디젤의 토크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답답할 수 있겠다. 파워 모드 버튼을 누르면 살짝 힘이 추가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에코 모드는 급격한 힘의 이동을 최소화해 연료 낭비를 막는다. 프리우스 V는 운전문화가 시속 120㎞ 이상 과한 속도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운전하는 일본의 도로 사정에 맞춘 세팅이다. 제한 속도를 지키고 급가속 운전을 하지 않는 모범 운전자에게 맞는다고 할까.

가속력 떨어지지만 연비 17.9km/L로 높아

정말 가속이 더딘지 실제 계측기로 측정을 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11초 정도 걸렸다. 이 정도 가속력이라면 2000㏄ 가솔린 세단보다 1,2초 빠른 셈이다. ‘하이브리드는 가속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관이 그런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비는 최고 수준이다. 어른 넷이 골프백 4개를 꽉 채워 넣고 에어컨을 켜고 아무리 막 밟아도 L당 16km가 거뜬하게 나온다. 2.0L 디젤보다 최소 10% 이상 연비 면에서는 우수하다. 동급 2000㏄ 가솔린차라면 10㎞/L를 넘기기 어려울 게다. 연비에 대한 불만은 있을 수 없다. 디젤보다 정숙하고 진동이 없는 하이브리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프리우스 같은 좋은 연비를 내는 SUV나 RV 차가 나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프리우스 V는 이런 수요를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차량이다.

단점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연비 위주로 세팅한 답답한 가속력이다. 가격은 3880만원이다. 친환경차 보조금 100만원과 31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으면 3470만원으로 부담이 줄어든다. 이 가격대에 포진한 경쟁 디젤 모델은 푸조 308SW 1.6L가 3390만원이다.

1290호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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