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시장의 영역 공공의 영역 

 

이병태 KAIST 경영대학교수·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메르스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병이라 국민이 느끼는 공포가 더 큰 것 같다. 생기가 갓 돌기 시작한 경제는 다시 수렁에 빠졌다. 정부와 대통령에게 질타를 퍼붓는 일부 국민과 여론은 이 사건을 또 다른 세월호 사태라고 말한다. 그렇게 정부의 초동 대처 실패의 정치적 책임만 추궁하면 과연 제2의 메르스, 또는 제3의 세월호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인가? 사전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완벽한 대처만 주문하는 자세는 결과론적인 비난에 불과하다.

이 사태가 주는 진정한 교훈은 무엇일까? 메르스는 중동에서도 전염성이 낮아서 계절 질환 취급을 받는 질병이다. 이런 병이 우리나라에선 급속도로 번졌다. 원인은 한국의 병원 환경 탓에 있다. 여러 명이 공유하는 병실엔 환기 시설마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환자들이 병실을 배정 받지 못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장기간 체류한 병원도 나왔다. 다양한 환자들이 모이는 장소면 병균 종류도 더 많을 것이다. 이곳에 면역이 부족한 환자들이 모여 치료 받는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민의 소득수준에 걸맞지 않는 현상이 어떻게 병원에서 일어난 것일까? 한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병원을 비영리 기관으로 규정해 지배구조를 통제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획일적 가격 정책도 고수해왔다. 의료수가를 낮게 통제하니 병실에 대한 투자가 어렵다. 수익성을 올리기 어려운데다, 비영리다보니 새로 투자하기도 어렵다. 어떤 상품이든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정하면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품질을 포기한 것이 결국 전염성 병균의 빠른 확산이라는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몇몇 병원들은 메르스 환자들을 진료했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국민의 공포감 탓에 의료기관이 제역할을 못하는 단계에까지 몰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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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1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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