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디스나 S&P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다고 보고….” 6월 22일 열린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공교롭게도 최 부총리 발언 다음날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2015년 2분기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외부 충격에 대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가계의 채무 불이행 등이 야기할 금융 불안정은 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부채 총액은 1099조3000억원이다. 총량도 문제지만, 상환능력과 소비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게 더 걱정이다. 가계신용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04년 100.8%에서 2008년 120.7%, 지난해에는 138%로 급증했다. 외국과 비교할 수 있는 자금순환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4.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3.5%)을 크게 웃돌고 영국(154%)·일본(129.2%)·미국(114.1%)보다 심각하다. 다른 나라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 디레버리징’에 나설 때, 한국 정부는 오히려 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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