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전문가의 함정에 빠져드는 사회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영국 최고의 지성으로 일컬어지는 노리나 허츠 런던대 교수는 현대인들이 교수·의사·변호사·펀드매니저 같은 이른바 전문가들에게 중독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살다 보니 사람들은 어느 순간 생각하기를 멈췄고,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의존하게 됐다는 것이다. 허츠 교수는 주장한다. 사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오해하고 틀린다는 사실을.

실제로 투자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부적절한 조언 때문에 손해를 입은 피해자나, 전문가들이 고안해 냈다고 하는 터무니없는 금융 상품 탓에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자주 보게 된다. 더구나 최근에는 재판 과정에도 이런 전문가들이 종종 등장한다. 화려한 이력으로 무장한 이들은 자신을 선임한 쪽의 입장에 따라 정반대의 주장을 아주 그럴싸하게 펼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들은 전문가에 대해서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다. 우선 전문가가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으론 전문가가 공정하고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고 그것은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라고 한 허츠 교수의 말처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무지하다. 특히 불확실한 미래의 예측에 관해서는 인간이 가진 능력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우리들은 그런 불확실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끊임없이 이를 회피하고자 하며, 그 일환으로 전문가들에게 그들이 가진 능력 이상의 조언을 구한다. 조언이라기보다는 ‘예언’을 바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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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2호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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