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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의‘ 탈(脫) 카카오’ 바람] 모든 길은 카카오로? 글쎄 이제는 … 

네이버·구글과의 경쟁에 게임 개발사의 자체 플랫폼 구축도 변수 


▎최근 탈 카카오를 선언한 레이븐·라인레인저스·캔드크러시소다·쿠키런(왼쪽부터). / 사진:각사 제공
다음카카오의 핵심 수익원인 모바일 게임 사업이 심상치 않다. 게임 업계에서 ‘탈(脫) 카카오’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글플러스·네이버 등 경쟁사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내놓으며 관련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탓에 다음카카오의 1분기 모바일 게임 부문 매출은 587억원으로 전기 대비 18억원 감소했다. 물론 적은 매출은 아니지만 수치가 줄어든 점은 다소 충격이었다.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게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2년 7월 ‘카카오 게임’이 출시된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2~3분기 매출은 1분기보다도 더욱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수료 비싸도 카카오톡에 의존했지만…


카카오 게임의 부진이 시작된 것은 시장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초기에는 지인들과 네트워크로 연결해 게임을 즐기며 실력을 겨루고 협력하는 부류의 게임이 인기였다. 지난 2012년 카카오 게임을 통해 큰 히트를 기록한 애니팡·윈드러너·드래곤플라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카카오톡의 네트워크 효과에 기댄 게임들이다. 시장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투자 비용이 적고 아이디어로 승부를 겨루는 캐주얼 게임이 많았다. 카카오톡은 이런 게임들의 사용자 간 연결성을 보완해 콘텐트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친구 초대나 아이템 보내기가 가능했기 때문에 개발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됐다. 게임 업체들이 수수료가 다소 비싸더라도 게임 업체들이 카카오톡에 의존하기 시작한 이유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모바일 게임 시장 트렌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인 간 경쟁에 대한 사용자들의 피로감 증가와 네트워크 효과보다는 게임 자체의 재미를 찾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대작’ 게임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캐주얼 게임은 과금이 어려운 데 비해, 대작 게임은 막대한 개발비와 화려한 그래픽, 중독성을 가해 과금이 쉽다는 점에서 개발사들도 이에 치중했다. 모바일 게임의 대작화와 몰입도 높은 게임들이 늘면서 카카오 게임의 친구초대와 같은 기능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카카오 게임에 입점하지 않는 대신 TV·인터넷 광고 등 직접 마케팅을 펼치는 신작 게임이 늘어났다. 올해 모바일 게임 중 최고 대작으로 꼽히는 넷마블 레이븐의 경우도 카카오 게임 진입을 포기하는 대신 네이버와 협력해 연예인 등을 이용한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벌였다. 넷마블이 현재까지 레이븐에 투입한 광고비는 150억원에 달한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안드로이드·아이오에스(iOS) 등 모바일 플랫폼 회사가 매출의 30%를, 카카오 게임이 21%의 수수료를 가져가기 때문에 이윤을 남기기 힘든 구조”라며 “최근 게임 업계에서는 탈 카카오를 위한 여러 대안을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구글과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안드로이드폰, 혹은 인터넷 사용자의 계정을 게임에 연동시켜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점도 카카오 게임의 아성에 균열을 내고 있다. 구글·네이버 등은 카카오톡이 독식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뺏어오기 위해 게임 개발사에 별다른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출시되는 게임 중에는 카카오톡 대신 페이스북이나 구글플러스로 계정을 연동시키는 경우가 많다. 레이븐의 경우도 게임 제목 뒤에 카카오톡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의미의 ‘포 카카오(for Kakao)’ 대신 네이버와 합작을 뜻하는 ‘위드 네이버(with Naver)’가 붙어있다. 네이버는 또 라인레인저스 같은 게임을 통해 자체 플랫폼의 역량을 강화하고, NHN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쿠키런·포코팡과 같은 게임을 해외에서 라인 계정에 연동시키고 있다. 캔디크러쉬사가로 유명한 영국 개발사 킹 디지털엔터테인먼트도 지난 5월 다음카카오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 개발사는 캔디크러쉬사가의 팬 층이 두텁다는 판단 아래 자체적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위 내에 카카오 게임 수는 올 1월 8개에서 5월 6개로 감소했고, 카카오 게임 중 상위권에 있던 몬스터길들이기나 영웅·블레이드 등의 매출도 꺾인 실정이다. 지난해 8월 18만3100원으로 치솟았던 다음카카오 주가는 모바일 게임 부문의 부진 여파로 올 5월 초 10만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일부 게임 회사들은 자체 계정 플랫폼 개발을 확대하는 등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업계 최강자 중 하나로 꼽히는 게임빌은 자체적으로 ‘하이브’라는 플랫폼을 개발, 자사와 자회사인 컴투스가 제작한 게임의 사용자 계정을 선택적으로 연동시키고 있다. 아직까지 성공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인기 게임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 게임 개발자는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미 탄탄한 사용자층을 확보한 개발사로서는 카카오톡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일본 등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카카오톡 같은 SNS보다는, 게임 회사가 가진 자체 계정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모든 길은 카카오톡으로 통한다’는 모바일 게임 업계의 정설이 불과 2년 만에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구글플레이 상위 1~3위 매출 게임이 모두 비 카카오 게임인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며 “사용자들의 평가가 좋은 신작게임이 카카오 플랫폼으로 출시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어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출 부진 우려에 ‘카카오 게임샵’ 등 신규 서비스


다음카카오도 문단속에 나섰다. 입점 업체들의 이탈을 막아 매출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이를 위해 카카오 게임 사전예약 마케팅 지원과 중소 개발사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카카오 게임 사용자와 파트너들을 위한 게임유통 채널인 ‘카카오 게임샵’을 열기도 했다. 수익 배분은 개발사가 65%, 카카오게임 25%(결제 및 입점 수수료), 사용자 보너스적립 10%로 모바일 앱 스토어의 판매망에서 탈피, 개발사가 가져갈 몫을 늘려줬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 게임샵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대 경쟁사인 네이버에 메인 배너 광고를 싣기도 했다.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에 광고를 올린 것은 1995년 창업 이래 처음이다. 다음카카오의 절박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게임샵은 웹 기반이기 때문에 네이버뿐만 아니라 웹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지 광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93호 (20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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