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역사를 연구하는 하버드 대학의 니얼 퍼거슨 교수는 2011년 [문명:서양과 나머지 세계(The Civilization: The West and the Rest)]을 펴냈다. 그는 여기서 근대 서양의 발전과 중국의 몰락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쇠퇴를 가져온 중요한 원인이 경쟁을 촉진하는 개방성의 차이라고 봤다. 그는 바다를 포기하고 대륙에 안주했던 정화 이후 명나라의 쇄국정책 탓에 동서양의 헤게모니가 뒤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20세기 중엽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세계
무대에 다시 등장했고,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중국의 부상을 알리는 사건이 바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다. 개막식에서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작품 속에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 지르는 육상 실크로드와 도자기와 차를 가득 싣고 힘차게 노를 저어가는 정화의 해상 실크로드가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새로운 10년을 이끌 시진핑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국정 어젠다로 ‘중국의 꿈(中國夢)’을 내걸었다. 중국은 능동적인 유소작위(有所作爲)적 대외전략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추구하면서 대립보다는 협력을 강조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발전도상국’으로 바라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이 바로 중국의 꿈이다. 이를 위해 대륙 국가의 정체성에서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이중 정체성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명나라 정화 이후 잃어버린 해양 강국의 모습을 다시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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