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Letter] 뻔한 정답과 쏠림의 허울 

 


한국은 어떤 분야든 쏠림이 참 심합니다. 스마트폰은 삼성, 자동차는 현대, 검색은 네이버. 카레는 오뚜기, 사이다는 칠성…. 그것뿐인가요? 중화요리는 짜장면, 일식은 초밥, 대학은 ‘SKY’…. 대중의 선호를 좇았을 때 찾아오는 심리적 평온함. 한국 시장에서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국민들은 집단에서 어울리고, 남에게 인정받기를 갈망하는 소비자입니다.

인류·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강제적 문호개방과 피식민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국가·사회제도와 경제시스템을 주입 받다 보니 사회적 논쟁과 사고의 발전이 거세됐다는 것이지요. 쏠림은 피식민 경험이 있는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철권통치를 당한 나라일수록 더욱 심하다고 합니다. 누군가 정해놓은 규정과 판단·기호들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토마토를 왜 채소라고 배울까요. ‘토마토는 후식이 아니라 식사의 중요한 일부이므로 채소다.’ 1893년 자국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재판부가 내린 판결 때문입니다. 이 억지 판결로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를 사실이라고 배웁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유독 ‘대세 마케팅’이 잘 먹힌다고 합니다.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제품·서비스를 대세처럼 잘 꾸미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올해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2]도 이런 성격을 잘 이해하고 마케팅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며 1049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영화 [JSA]에서 북한군 병사로 나온 배우 송강호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이야, 역시 미제(美製)는 위대하다.”

소비자들의 무비판적 쏠림은 스스로의 만족을 줄이고 피로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혁신과 경쟁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지요. 한국에 애플·알리바바 같은 혁신 기업이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회에 비판 의식 넘치는 ‘투덜이’가 많을수록 사회는 발전하고 경제가 성숙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뻔한 정답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창조와 혁신이 일어날 것입니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1294호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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