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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지멘스는 중국에서 가전제품 제조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습니다. 중국의 각 지방 정부는 다양한 인프라 제공을 약속하며 경쟁을 벌였습니다. 지멘스는 중국 서남부의 쓰촨성을 선택했고,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순조롭게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지멘스는 독일에서도 손에 꼽히는 공장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쓰촨성에서도 자사의 최신 기술을 적용하며 한 세대 앞선 스마트 공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의도 크기에 버금가는 대형 공장인데, 직원수가 불과 280명에 불과했습니다. 쓰촨성 담당자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일자리 1만개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궁지에 몰린 담당자는 연일 지멘스를 찾아갔습니다. 공장 가동을 중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고심하던 지멘스 관계자는 물류센터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렸습니다. 기술교육 기관도 만들어 지멘스뿐만 아니라 인근 공장 직원의 재교육까지 맡고 나서야 간신히 한숨 돌렸습니다. 투자 유치와 일자리 확보 사이에서 벌어진 해프닝입니다.

지금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 공장을 늘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 ‘제조업 혁신 3.0’을 추진 중입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자동화 공정을 지원합니다. 문제는 일자리입니다. 공장에 로봇 한 대가 들어설 때마다 일자리 4개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한국이 고용 없는 성장에 빠진 지 10년입니다. 기업이 투자를 해도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는데, 자동화 공정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습니다.

독일은 10년 전, 차세대 공장 자동화 정책인 ‘인더스트리 4.0’을 진행합니다. 대대적인 공장 자동화를 벌여 성공을 거뒀습니다. 독일은 자동화로 인해 줄어든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먼저 노동법을 개혁해, 고용 시장의 유연성을 높였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소개했습니다.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 관련 예산도 크게 늘렸습니다. 실업 급여와 연금문제도 지난 10년간 함께 개선했습니다. 사회보장 제도를 공장 자동화 정책과 함께 개선한 덕에 제조업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독일과 다릅니다. 모든 게 부족합니다. 일자리 늘리라고 기업의 팔만 비틀지 말고 정부가 뭘 할지도 더욱 고민할 때입니다.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1297호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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