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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SUV 명가에서 만든 팔방미인 

실내 레그룸 넓어 장거리 여행 무난 … 동력성능과 경쾌한 핸들링 수준급 


SUV 시장은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부터 꾸준한 성장세다. SUV의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차를 제외한 승용차 판매의 40% 이상이 SUV다. 수입차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핫’한 장르가 단연 중·소형 SUV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5개 모델이 채 안됐던 중·소형 SUV는 현재 20개 넘게 경쟁한다. 판매 대수는 30배가 늘었다. 기존 연비가 나빴던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 대신 배기량을 줄인(다운사이징) 디젤을 달아 연비가 개선한 게 인기의 비결이다. 여기에 활용도가 큰 실내공간도 한몫했다. 올해 6월 랜드로버코리아가 출시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이런 SUV 붐 한가운데 위치하는 ‘핫’한 모델이다.

SUV 시장 선구자가 만든 명작

랜드로버는 SUV 시장의 선구자다. 이 장르가 막 생겨날 무렵인 1980년대부터 픽업 트럭에서 쓰던 프레임을 모노코크로 감싼 새로운 콘셉트의 유니보디 SUV 연구를 해왔다. 당시 모기업인 로버 그룹이 재정난으로 신차 개발을 연기하는 등 굴곡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1997년 출시된 1세대 프리랜더는 대박이 났다. 2002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네 바퀴 굴림 자동차’의 자리를 지켰다. 프레임 보디와 모노코크 보디의 장점을 결합한 유니보디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고스란히 계승됐다. 다른 SUV보다 월등히 높은 2200kg의 견인력을 자랑하는 비결이다.

지난해 4월 뉴욕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차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에서 시작한 다이내믹한 느낌을 계승하면서 디스커버리 브랜드에 걸맞은 넉넉한 모습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전면부 엠블렘과 6각형 패턴의 전면 그릴은 디스커버리4와 패밀리룩을 이룬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전면부를 덮는 보닛은 랜드로버 SUV의 전통이다. 측면부 디자인은 45도 각도로 꺾인 날렵한 C필러가 특징이다. 기존 모델을 계승하면서도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옆모습에 속도감을 더했다. 앞뒤 범퍼는 최대한 짧게 해 험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타 브랜드의 도심형 SUV보다는 훨씬 여유롭게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뒷범퍼다. 최대한 납작하게 디자인하다 보니 트렁크와의 틈이 없어졌다. 범퍼 본연의 역할은 충돌로부터 차체를 보호하는 데 있다. 이 차는 아주 사소한 후방 충돌에도 트렁크 도어가 찌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트렁크인데, 손상되면 견적이 상당할 듯싶다.

인테리어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랜드로버의 막내인 만큼 고급스런 느낌은 부족하다. 눈에 잘 띄는 부분은 가죽으로 감쌌지만, 센터콘솔과 대시보드 하단부의 플라스틱 재질은 질감이 떨어진다. 만져보면 상당히 딱딱하다. 신체 일부가 부딪힐 때 불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시동을 걸면 스르륵 올라오는 드라이브 셀렉터는 신기해 보인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을 조금 양보한 덕에 동급 최고의 공간을 얻었다. 레인지로버 라인업 모델들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나머지, 곳곳을 두툼한 천과 가죽으로 둘러싸 공간이 좁아진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크지 않은 차체에도 실내공간이 넓고 쾌적하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경쟁 모델과 비교해보면 두드러진다. 사이즈로 보면 독일 경쟁차보다 작다. 대신에 앞뒤로 160mm 슬라이딩 되는 뒷좌석을 달아 필요에 따라 실내공간과 트렁크 공간을 조절해서 쓸 수 있도록 했다. 뒷자리 등받이 각도 역시 조정이 가능하다. 뒷자리를 최대한 뒤로 밀고 등받이를 눕히면 대형 세단 부럽지 않은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시트의 두께가 얇아 고급스러운 느낌은 부족하지만 등 부분을 단단하게 지지해 장거리 여행에 편안하다. 뒷좌석 위치도 높아 시인성도 좋다. 가운데 불룩 튀어 나온 센터터널이 낮아 가운데 끼인 좌석의 활용도도 높다. 해외에선 트렁크 부분에 수납 가능한 2인용 시트를 단 7인승 모델도 있는데 국내에는 5인승만 판다.

뒷자리는 트렁크 우측에 자리한 원터치 버튼으로 완전히 평평하게 접힌다. 최대 1698L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앞좌석도 비교적 만족스럽지만, 뒤로 젖혀지다 마는 리클라이닝 각도는 아쉬운 부분이다. 혹시라도 차에서 잠을 자야할 경우 앞좌석을 눕히는 것보다는 뒷좌석을 접고 트렁크에서 자는 것을 추천한다.

편의장비는 충분하다. 파노라믹 글라스루프와 전동식 테일 게이트, 제논 헤드 램프, 전·후방 주차센서 및 후방카메라, 험로 주파에 용이한 지형 반응시스템도 기본이다. 시트·스티어링휠 열선, 16개의 스피커가 달린 메리디안 프리미엄 오디오가 꼭 필요하지 않다면, 600만원 이상 가격이 저렴한 기본형인 SE도 매력적이다.

주행성능은 개성이 강하다. ‘스포츠’ 라는 이름이 붙었기 때문인지 핸들링이 경쾌하다. 서스펜션 역시 단단하다. 저속에서는 쿵쿵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대신 중고속 주행과 장거리 주행에서 빛을 발한다. 2t에 가까운 무게가 위에서 짓누르고 있어 서스펜션이 단단해도 승차감은 좋은 편이다. 오히려 코너를 돌 때 차 무게를 잊어버릴 만큼 가뿐한 몸놀림을 보인다. 오프로드에서도 큰 충격은 걸러내고 차체 평형을 잘 유지한다.

훌륭한 섀시와 비교해 파워트레인은 만족도가 떨어진다. 2.2L SD4 디젤 엔진의 걸걸한 소음과 진동 때문이다. 진동은 속도와 관계없이 스티어링휠을 타고 운전자에게 전해진다. 9단 변속기는 만족스럽다. 급가속을 할 때 순간적으로 엔진의 동력을 100% 전달하지 않는 느낌을 제외하면 반응 속도가 빠르다. 저단으로 변속 시 엔진 회전수를 보상해 급 가속해주는 기능도 확실하다. 최고속도는 180km다. 엔진 회전수는 4600rpm까지 제대로 쓸 수 있다. 9단은 시속 110km를 넘어서야 들어간다. 9단일 때 시속 100km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1400rpm으로 연비 주행에 초점을 뒀다. 답답한 느낌에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으면 여지없이 아랫단으로 변속된다.

공인연비와 흡사한 실제 연비

공인연비는 11.2km/L다. 실제 연비가 공인연비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장점이다. 500㎞가 넘는 가혹한 시승기간 동안 평균 연비는 11.7km/L가 나왔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스웨덴 할덱스의 최신 시스템이다. 앞바퀴 굴림을 기초로 하지만 급가속을 할 때는 뒷바퀴 굴림 차같이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을 준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팔방미인’이다. 동급 최고의 공간 활용성을 갖췄고, 편의장비도 충분하다. 험로를 달리는 능력은 일반적인 도심형 SUV보다 월등하다. ‘스포츠’란 이름에 어울리게 뛰어난 핸들링이 강점이고 동력성능과 승차감도 무난하다. 이런 뛰어난 상품성으로 무장한 탓에 인기 폭발이다. 지금 계약을 하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나 받을 수 있다. 가격은 6660만원.

- 김태진 전문기자 kim.taejin@joins.com

1298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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