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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3·4세 경영승계] 혈족 승계 ‘예외는 없다’ 

조사 대상 23곳 모두 3·4세 승계 진행 중 ... 승계 원칙은 ‘최소 비용 최대 효과’ 

국내 재벌가 3·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1세대 창업주의 뒤를 이어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2세대가 뒤로 빠지고 손자·증손자 세대가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2~3세에서 3~4세로 지분과 경영권이 승계됐거나 승계되는 과정에 있다. 이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한창이다. 본지는 국내 30대 그룹 오너 일가의 3·4세 승계 현황을 취재했다. 그들이 미래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력과 중요성을 감안하면, 예의주시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30대 그룹 중 총수가 없는 포스코·KT·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에쓰오일과 창업주가 직접 경영하는 미래에셋, 3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부영그룹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대기업 창업주의 후손들이 지분은 물론, 경영권까지 물려받는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선진국, 특히 주주가 다양하게 분포한 주식회사·상장회사에서 창업주 후손들이 대대로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재벌 세습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지만, 이른바 가족경영의 장점이나 성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맨땅을 일궈 일가를 이룬 1세대 창업주와 부친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에 오른 2세대 경영자들은 한국 경제 발전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업력은 평균 63년이다. 자연스럽게 3·4세가 나설 때가 됐고, 실제로 대다수 그룹에서 3·4세 승계가 진행 중이다. 본지가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의뢰해 국내 30대 그룹(자산 기준) 중 총수가 있고, 3~4세가 있는 23곳의 지분 승계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지분 승계가 진행되고 있었다. 30대 그룹의 자산 승계율은 평균 40.2%였다(2015년 5월 말 기준). 자산 승계율은 경영권을 가진 오너 일가가 보유한 그룹 주식 자산 대비 자녀 세대가 소유한 주식 자산 비율을 말한다. 2013년 말보다 5.6%포인트 증가했다.

23곳 중 2세에서 3세로 지분·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끝났거나 마무리 단계인 곳은 삼성·GS·두산·신세계·현대백화점·효성·동국제강 7곳이다. 이 중 GS와 두산은 4세대로 승계가 진행 중이다. 아직 지분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3세 또는 4세가 그룹 내 주요 직책을 맡아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거나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곳은 현대자동차·LG·현대중공업·한진·한화·LS·금호아시아나·대림·현대·OCI·영풍 등 11곳이다. 이 중 현대차(정의선 부회장)와 대림(이해욱 부회장)은 3세가 사실상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SK그룹과 롯데·CJ·KCC는 현재 2세 경영 중이고, 자녀가 대부분 어려 3세 승계를 논하기는 이르다.

승계를 원활히 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부분 그룹은 지분 승계 역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경제 원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승계에 따른 증여·상속세 부담을 피하거나 줄이면서,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혈족 간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 고심하는 흔적도 역력하다.

결과적으로 23곳 중 오너 일가 3·4세로 지분 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거나, 3·4세가 그룹에 관여하지 않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마치 그래야만 하는 ‘철칙’처럼 보일 정도다. 아쉬운 점은, 재벌가가 2~4%대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3·4세대에서도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에서 일갈했듯이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서 총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총수 자리에 올라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려고 하는 것’도 향후 ‘재벌 3·4세 리스크’를 키울 우려가 있다. 그들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1301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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