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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 증가에 우는 분야는] TV·장류·수산물 ‘아 옛날이여’ 

온라인 쇼핑·편의점에 밀리는 대형마트 ... 고령층 많아 여행 수요도 줄어 


▎대형TV, 대형마트, 대형 아파트 등 ‘대형’ 카테고리의 제품과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중앙포토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 뉴턴의 제3 운동법칙 얘기가 아니다. 1인 가구 시대의 소비 패턴 변화가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인구구조와 가구 형태가 바뀌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기지만 기존 수요가 사라지기도 한다.

‘혼자 살면 필요 없는 게 뭘까’를 떠올려 보자. 먼저 생각나는는 건 ‘넓은 집’이다. 실제로 주택 매매·임대 시장의 대세는 대형에서 소형으로 바뀐 지 오래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에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는 찬밥신세가 됐다. 1인 가구 수요가 있는 중소형(85㎡이하) 아파트보다 집값 하락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주택 ‘다운사이징’도 늘고 있다. 주택 보유자가 집 크기를 줄이거나,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추세를 말한다. 이로 인해 공급이 늘어난 중대형 주택의 처분이 더 어려워지면서 중대형 주택의 주요 소유주인 ‘베이비붐’ 세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이다.

전세 종말 앞당겨질 수도

수요가 급감하면서 많은 건설사도 중대형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다시피 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09년 전체의 41.3%에 달했던 85㎡ 초과 중대형 주택의 비중은 2010년 37.2%, 2011년 23.4%, 2012년 20.6%, 2013년 20.7%로 점점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9월 기준 19.2%에 불과했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중대형의 비중은 이보다 더 적다.

일각에서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전세의 종말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본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전세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오피스텔·원룸을 빠르게 월세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보증금 1억원 미만의 소형 오피스텔·원룸 소유주는 투자 목적이 대부분이어서 월세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또 주요 수요 층인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은 향후 몇 년 내 결혼 취직 등 신변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전세를 구하지 못할 경우 매매보다는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서울 지역 월세 거래 비중은 2013년 1분기에 비해 37.4% 늘었다. 월세 거래 비중이 40%를 넘는 중구·종로구와 1년 새 증가폭이 78.3%, 54.7%를 기록한 마포구·동작구는 업무지구 접근성 때문에 1인 가구가 많은 곳이다.

작아진 집 안으로 들어가면, 가전제품과 가구의 변화가 크다. 한 집에 하나 있으면 되는 물건은 1인 가구화로 인한 가구수 증가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덩치가 큰 가전·가구는 점점 소외된다. 가령 에이스침대의 경우 매트리스 판매에서 퀸 사이즈의 비중은 2013년 44.4%에서 40.2%로 줄었다. 냉장고·세탁기도 마찬가지다.

크기만 작아지는 게 아니다. 혼자 살게 되면 부피가 크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가구류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집에는 거실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소파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작은 집에 크고 무거운 장롱을 놓는 대신 가벼운 옷걸이나 조립식 행거로 대체할 수 있다. 1인 가구가 주로 월세에 사는 것도 가구 소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가구는 주로 집의 크기와 형태에 맞춰 구매하기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니거나 자신의 집에 사는 것이 아닌 경우 구매 유인이 비교적 낮다. 실제로 KB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가구 관련 지출은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에 비해 1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냉장고 안도 가족 단위 가구와 사뭇 다르다. 1인 가구 증가의 영향으로 식자재 가운데 하나인 전통 장류 판매는 감소하고 있다.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이른바 ‘집밥족’이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간장·고추장·된장·쌈장 등 전통 장류 매출을 살펴본 결과 모두 감소 추이를 보였다. 2010년 판매량을 100개로 잡았을 때, 지난해 간장은 81.7개, 고추장 75.9개, 된장 77.3개, 쌈장 94개가 팔렸다.

채소·생선 등 신선식품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식품 소비에서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32.4%에서 2011년 28%로 4.4%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가계의 연간 수산물 소비액은 지난 3년 새 8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수산물 소비 비중(1분기 기준)은 2010년 12.0%, 2011년 12.3%, 2012년 11.3% 등으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1인 가구 증가 영향이 크다. 한국농촌경제구원의 ‘2013년 식품소비형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집에서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응답한 1인 가구는 23.2%였다. ‘수산물을 구입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아니다’고 답한 비율은 20.5%다. 반면 2인 이상 가구는 30% 이상이 ‘주 1회 생선을 사 먹는다’고 답했다. 1인 가구에게 채소·수산물 등 신석식품은 기피 대상이다. 손질이 까다로운데다, 보관도 어려워서다. 5년째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강영주(29)씨는 “대형마트에서 무심코 샀다가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 이제 채소나 생선은 잘 안 먹게 된다”고 말했다. 수산물 종류별 소비액을 보면 이 요인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0년 1분기 가구당 갈치·고등어·오징어 등 신선수산물의 월평균 소비액은 2만3495원에서 지난해 1분기 2만1984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마른 멸치, 북어 등 염건수산물 소비액은 6925원에서 8950원으로, 통조림 등 수산물 가공식품 소비액은 5451억원에서 67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줄어드는 신선식품 대신 외식과 가공식품 소비가 늘었다. 같은 기간 외식 비중은 44%에서 46.6%로, 가공식품 소비는 23.6%에서 25.4%로 각각 2.6%포인트, 1.8%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의 가계지출 비중 차이는 2003년 8.8%에서 2011년 2.6%로 크게 줄었다.

가족형 외식과 1인 외식의 희비도 엇갈린다. KB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패스트푸드나 중식당에서의 카드 사용은 2009년 대비 142~143% 증가한 반면, 전통적으로 가족 외식장소로 애용됐던 패밀리레스토랑과 뷔페 등에서의 카드 사용 금액은 0.7~1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패밀리레스토랑과 뷔페의 사용금액을 전체 업종 카드 이용금액의 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산출한 ‘실질 증가율’로 환산하면 -41.8%, -31.7%다. 특히 1990년대 국내 시장에 처음 진출해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해외 프랜차이즈레스토랑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의 경우, 지난해부터 급격히 매장 수를 줄이고 사업전략을 재정비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국적으로 30여개의 매장 문을 닫았다.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쇠퇴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1인 가구 23% “집에서 수산물 안 먹어”

1인 가구의 식생활과 생환 패턴은 유통 업계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다. 1인 가구는 주변 편의점이나 수퍼마켓 등에서 필요한 물건을 자주 구매하는 식의 소비 패턴을 보인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대형 포장 중심인 대형마트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근거리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장을 보는 곳도 대형마트에서 집 앞 편의점으로 바뀌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0년 편의점에서 사용된 카드 금액은 1조1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2배 이상으로 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꾸준히 증가하던 대형마트 카드 실적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하향세로 돌아섰다. 또한 1인 가구는 온라인·모바일 유통 시장과 결합하기 쉽다. 이를 감안하면 대형마트 입장에서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고객 감소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수익구조를 통째로 바꿔야 할지도 모를 엄청난 변화다.

자동차 시장도 달라질 수 있다. 1인 가구의 자동차 관련 지출은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에 비해 31% 적다. 이는 혼자 살면서 자동차를 아예 보유하지 않는 경향이 다른 내구재에 비해 강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자동차 보유 비중은 32.6%에 불과하다. 2인 가구 보유 비중인 69.5%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혼자일 때는 값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 자동차를 탈 필요성이 적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결혼 이후에야 비로소 차를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비는 1인 가구가 3만3000원으로 2인 가구 1만7000원(1인당)에 비해 2배 수준이다.

독신남 여행 지출 여성의 절반

1인 가구가 늘면 뒷좌석 공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4인 이상 패밀리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4인 가구가 선호하는 배기량 2000cc 안팎의 중형 세단은 내수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가 감소하며 그 자리를 준중형차와 SUV에 내주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네 바퀴 자동차’가 쇠퇴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기술이 발달하고 1인 가구 증가로 생활 방식이 변하면 ‘바퀴 4개가 달린 차체의 의자에 앉아 핸들을 조작하는’ 기존 자동차 형태를 뛰어넘는 새로운 운송수단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행과 문화생활의 패턴도 달라졌다. 혼자 사는 사람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고, 이에 따라 관련 소비도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여행비 지출은 그리 많지 않다. 1인 가구 여행비 지출은 오히려 2인 가구의 1인당 지출보다 2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보다 남성의 차이가 더 현격하다. 남성 1인 가구의 월평균 여행 지출액은 1만5000원으로 여성 1인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인 3만4000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놀이동산에서 사용되는 카드 사용 액수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고령 1인 가구까지 감안하면 여행 소비는 더 줄어든다. 국내 고령 1인 가구는 성별과 상관 없이 모두 여행비 지출이 매우 적다. 이는 앞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를 겪은 일본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일본에서는 배우자와 동반하지 않는 1인 고령층 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행 소비가 늘었지만, 한국의 고령층은 아직 부부단위의 여행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1인 가구의 여행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박스기사] 1인 가구의 양극화 - 골드 솔로 많지만 솔로 푸어도


많은 이들이 1인 가구 증가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소비의 증가다.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보다 1인 가구의 소비가 크기 때문에 침체된 내수·서비스 산업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핵심 근거는 양극화와 저출산이다. 1인 가구는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양극화가 심하다. 잘 벌고 화끈하게 쓰는 ‘골드 솔로’와 적은 소득을 보완해줄 가족이 없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솔로 푸어’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그 격차도 크다.

또 1인 가구의 대부분은 사실상 60대 이상 빈곤층 인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가통계 포털의 수치를 기반으로 분석한 ‘싱글족(1인 가구)의 경제적 특성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34%다. 30대(17.3%), 20대(16.9%), 50대(16.1%)보다 현저히 높다. 또한 국민은행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월평균 소득 300만원이 넘는 가구의 비중은 2009년 8%였지만, 100만원 이하의 비중은 57%에 달한다. 그만큼 골드 솔로의 소비력을 누를 만큼 솔로 푸어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1인 가구의 양극화는 오히려 전체 소비를 줄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미혼의 20~30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 바로 저출산이다. 젊은층의 1인 가구 증가는 미혼·만혼으로 인한 저출산 고착화로 이어지기 쉽다. 저출산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1302호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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