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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 ‘포스트 스마트폰’ 될까] 성능·가격·소프트웨어 아직은… 

세계 스마트워치 판매량 기대치 밑돌아 … 스마트밴드 등 경쟁 상대도 만만찮아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S’를 통해 심박수 점검을 받을 수 있다.
올 상반기 애플 스마트워치 ‘애플워치’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면서 가열된 국내 스마트워치 시장이 반환점을 돌고 있다. 한동안 스마트워치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기로 주목받았다. 대체재까지는 어렵더라도 보완재로 성공하기는 충분하다는 긍정적 분석도 잇따랐다. 실제 기존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정체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소비 시장인 중국의 올 2분기 스마트폰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하면서 처음으로 역신장세로 돌아섰다. 이에 올 3분기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전 세계 판매량은 당초 기대치인 4800만대에 훨씬 못 미친 3900만대에 그치면서 2분기보다 1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도 올 2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감소했다.

“스마트워치에 대한 기대감 낮춰야”


여기까지만 보면 스마트워치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반짝 유행하는 상품을 넘어 스테디셀러로 갈 가능성이 충분한 것 같지만, 아직까지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는 비관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워치 판매량이 올 6월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2분기 세계 스마트워치 판매 자체도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세계 스마트워치 판매량은 기존 예상치인 2650만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 이후로 차세대 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존의 기대감을 낮춰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됐지만, 스마트워치 시장도 벌써부터 정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 6월 국내에 출시된 애플워치는 출시 당시만 해도 장맛비 속에 소비자 수백명이 서울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구매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세계 다른 시장에서는 반응이 이보다 더 뜨거우면 뜨거웠지 이에 못지않았다. 불과 몇 달 만에 열기가 급격히 식은 이유는 뭘까. 우선 스마트워치의 활용성을 극대화해 줄 소프트웨어, 즉 애플리케이션(앱)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 국내 주요 포털 스마트워치 관련 동호회 게시판을 보면 ‘막상 사보니 앱도 적고 쓸 만한 기능은 별로 없더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미 다양한 앱과 함께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소비자들로서는 앱 선택권이 줄어든 현실이 달갑지 않다. 또 비싼 가격에 비해 배터리 지속시간이 짧은 등 하드웨어도 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다.

스마트워치를 대신할 대체재가 많다는 사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의 때이른 정체에 한몫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밴드다. 이승혁 연구원은 “샤오미의 ‘미밴드’ 등 많은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밴드가 스마트워치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밴드는 사용자의 운동·건강관리 기능에 중점을 둔 웨어러블(Wearable) 기기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중에 나온 스마트워치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올 4월 체성분 분석 기능을 갖춘 스마트밴드 ‘인바디밴드’를 출시한 한국 기업 인바디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매출이 지난해 489억원에서 올해는 630억원가량으로, 영업 이익은 101억원에서 160억원가량으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 사용은 스마트폰으로, 건강 관리는 스마트밴드로 한다고 가정하면 스마트워치는 그 위치가 애매해진다.

아직 건재한 아날로그 시계도 스마트워치의 예봉을 꺾고 있는 버거운 경쟁 상대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아날로그 시계 매출은 105억 달러(약 12조5000억원)가량으로 전년 대비 4.1% 성장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올해부터 스마트워치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되면서 이 수치는 2019년까지 연평균 3.5% 정도로 둔화될 전망이지만,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명품 아날로그 시계의 대명사인 롤렉스는 연간 60만~7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47억 달러(약 5조5900억원)어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백화점에 입점한 롤렉스 매장의 올 1분기 매출 신장률은 평균 41%에 달했다. 사치재로서의 아날로그 시계를 찾는 수요가 그만큼 꾸준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기기인 스마트워치의 경우 몇 년 차고 신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인식이 깊다”며 “획기적인 발전이 없다면 아날로그 시계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지만, 이미 피처폰을 누르고 세계를 장악한 스마트폰도 스마트워치의 막강한 경쟁자다. 회의나 이동이 잦은 직무를 수행하는 직장인이거나, 주방 등에서 일할 때가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스마트폰을 놔두고 스마트워치를 통해 전화를 받거나 할 이유가 없다. 종합해보면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을 대체하기엔 소프트웨어의 다양성이나 하드웨어 기능 면에서 부족하며, 경쟁 상대인 스마트밴드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사치재로 기능하는 아날로그 시계마저 상대해야 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마트워치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기 위해선 성능과 디자인이 지금보다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영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시중에 나온 스마트워치의 착용감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며 “착용할 때 무겁거나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 (스마트워치를) 지금보다 소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앱이 지금보다 다양해지고, 기기 본체의 내구성이 진일보하면서 배터리 지속시간이 늘어나는 등의 개선이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0월 출시 삼성 ‘기어S2’ 시장 판도 바꿀까

한편,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 10월 출시할 예정인 스마트워치 ‘기어S2’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어S2가 기존 스마트워치의 한계를 얼마나 극복했느냐에 따라 최근까지 애플워치 위주로 재편됐던 스마트워치 시장 판도가 또 다시 바뀔 수 있어서다. 앞서 9월 3일(현지시간) 삼성은 독일 베를린에서 기어S2의 쇼케이스를 열고 전작인 기어S의 뒤를 잇는 기어S2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기어S2는 아날로그시계 느낌이 나는 원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또한 전작과 달리 갤럭시S 시리즈의 스마트폰 외에 안드로이드 4.4 ‘킷캣’ 운영체제(OS) 이상을 탑재한 다른 스마트폰과도 연동이 되는 등 호환성을 강화했다. 배터리 지속시간은 완전 충전 때 최대 3일간(약 72시간)이다. 이날 삼성은 기어S2에 종전보다 다양한 앱의 탑재가 가능하도록 기어S2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모든 개발자들에게 공개하는 등 스마트워치를 반짝 상품이 아닌 스테디셀러로 만들기 위한 전초전에 들어갔다. 애플도 애플워치 후속작 개발에 한창이다. 업계 빅2 애플과 삼성은 그동안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 스마트폰을 스테디셀러로 진화시킨 전례를 남긴 바 있다. 이번에도 스마트워치를 그렇게 진화시킬 수 있을까.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1303호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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