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조계에서 전관예우 문제는 시대를 불문하고 뜨거운 이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퇴임하는 대법관의 전관예우가 문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예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기까지 했고, 대법관 후보들에게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관만이 문제일까. 전관 출신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학연·지연·혈연 등 정실에 입각한 변론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전관이 아닌 변호사들에게도 재판부와 연수원 동기 또는 고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의뢰인들이 접근해 오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전관이라고 해서 알아서 예우해주는 관례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남은 문제는 학연·지연·혈연 등을 이용한 변론으로 재판을 왜곡시키려는 행태다. 이러한 정실 변론의 가장 큰 수단이 바로 ‘소정외 변론’이라는 것이다.
법정에서의 정식 변론이 아니라 법정 밖에서 이루어지는 편법적인 변론을 뜻하는 소정외 변론이야말로 재판의 공정을 해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나쁜 관행이다. 법정에서 심리도 하기 전에, 그리고 판사가 기록을 검토하기도 전에 일방이 판사를 상대로,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심는 귓속말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상대방 입장에서는 얼마나 분통터질 일인가. 지난해 방영된 법정 드라마 [개과천선]을 보면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모여서 어떻게 판사를 상대로 정실변론을 할지 의논하는 장면, 그리고 실제로 담당 판사를 상대로 소정외 변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감스럽게도 현실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은 장면이다.
소정외 변론을 하다 적발된 변호사는 변호사 단체에서 징계를 해야 한다. 또 이런 행태를 허용하는 재판부도 제재를 당해야 한다. 그러나 사법부나 변호사 단체나 소정외 변론에 대한 규제와 제재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변호사윤리장전에 ‘변호사는 개인적 친분 또는 전관 관계를 이용해 직접 또는 간접으로 법원이나 수사기관 등의 공정한 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칠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는 선언적인 조항 하나를 두고 있을 뿐이다. 법관 윤리규정도 ‘법관은 재판업무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와 대리인 등 소송 관계인을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면담하거나 접촉하지 아니한다’라는 단 하나의 조항만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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