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직원수 32%, 근속연수 1.6년 증가대기업집단 중에서 임금피크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LG그룹으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LG그룹은 지난 2007년 LG필립스LCD·LG마이크론을 시작으로, 2008년 LG전자 등 대부분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 무노조 계열사가 아직 도입하지 않았으나, 이번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이르면 올 말에는 도입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경우 노사 모두 임금피크제에 만족하는 분위기다.LG그룹은 전통적으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자제해왔기 때문에 인사 적체와 고비용 구조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LG전자의 경우 매년 정년을 맞는 직원만 200~3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50대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직원들도 정년 연장에 흡족해 한다는 전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의 연령이 나날이 높아지는 데 따르는 고비용 문제와 숙련된 장기근속자를 쉽게 내보내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다”며 “인건비 부담을 낮추면서 이들을 활용하는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로 합의점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임금피크제 시행 이후에도 하던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한편 복리후생도 유지하는 ‘동일직무 동일처우’ 원칙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전체 인력의 30%가 넘는 연구·개발(R&D), 기술직 직원들의 경우 정년 이후에도 별도의 계약으로 업무를 이어가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젊은 피 수혈과 숙련공의 정년 연장, 인건비 부담 경감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임금피크제라는 틀 속에서 해답을 찾았다는 평가다. 임금피크제 시행 후 LG전자의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2008년 8.3년에서 지난해 9.9년으로 늘었다.포스코도 2011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포스코는 연공서열로 상징되는 공기업 문화가 강해 임금피크제 도입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준양 전 회장의 의지와 노사간 타협·양보를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정년을 58세로 2년 연장하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임금은 이전 정년인 56세 이후까지 연봉을 기준으로 57세에는 통상 임금의 90%를, 58세에는 80%를, 59세에는 70%를 지급한다. 임금피크 대상자는 한 해 평균 650여명. 포스코는 향후 정년을 60세로 2년 연장하는 한편, 임금피크제를 전 계열사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2017년부터는 임금체계를 직무와 능력, 성과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다만, 포스코는 LG와는 달리 임금피크제 도입의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는 모습이다. 지난 2012년 3월 말 1만7096명(철강 부문)이었던 직원 수는 1만6471명(2015년 6월 말 현재)으로 줄었고, 평균 근속연수도 18.5년에서 17.8년으로 1.3년 감소했다. 이는 정 전 회장 시절 이뤄진 대규모 구조조정과 부장급 직원들이 정년을 채우지 않고, 계열·협력사 등으로 대거 재취업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현대차 노사 10년째 줄다리기LG와 포스코를 제외한 대부분 대기업은 임금피크제의 물꼬를 트지 못하거나, 계획만 밝힌 채 아직 시행을 못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모든 계열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하고, 60세 정년법이 시행되는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각된 삼성코닝·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 등 일부 계열사가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시행했으나, 전사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계열사의 인사 담당자는 “부장급 직원이 너무 많고, 정년 연장 후 고용환경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이에 앞서 삼성은 지난 2013년 제일모직 여수사업장의 생산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년을 58세로 늘리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을 시범 운영, 타당성 검토에 나선 바 있다. 삼성은 그동안 진급대상자의 3년 연한이 있어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물갈이가 이뤄졌으나, 조직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화 등 일부 업종의 경우 기술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 기술 유출을 막는 동시에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인사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가장 목말라 있던 회사다. 1990~2000년대 입사한 인력이 많고, 숙련공 의존도가 높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5년 노조 측에 임금피크제를 처음 제시한 이후 매년 임금단체협약 때마다 화두로 꺼내고 있다. 그러나 번번이 노조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실패를 거듭했다. 또 임금피크제가 호봉제 폐지, 근무시간, 통상임금 등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현안인 탓에 협상 우선순위에서도 뒤로 밀렸다. 현대차는 오히려 노조에 협상주도권을 뺏기며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 정년을 60세로 연장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며, 현대·기아차 등 주력 계열사와는 아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SK그룹도 17개 주요 계열사가 지난 8월 초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SK텔레콤·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주력계열사들은 노사정 대타협과 관계없이 일정대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계열사도 올 말까지 노사 협의를 통해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세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한진그룹은 지난 3월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16개 계열사 모두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신세계그룹은 정년을 60세로 늘리고 누적식 연봉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롯데·GS·한화 등 주요 그룹들도 내년 임금피크제 시행을 앞두고 노사협의를 진행 중이다.-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