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로 요즘 10~30대 젊은이들이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말이다. 김천의 불타는 금요일은 시장에서 시작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불금불금 야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김천시 황금시장4길 20에 있는 김천황금시장에서 벌어지는 행사다. 여기서 불금불금은, 물론 ‘불타는 금요일’을 두 번 줄인 말이다.김천황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과 김천시, 황금상인 시장회 등이 주관하는 야시장이 ‘불금불금’이란 이색적인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야시장에 김천 젊은이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를 담았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의 용어인 ‘불금’이란 단어를 붙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건 파는 상인부터 젊어져야”젊은이들을 시장으로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은 좋았지만,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였다. 김천황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은 젊은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려면, 일단 제품을 파는 상인부터 젊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시장 아케이드 천정에 스카이 갤러리를 설치하고 벽화골목을 지정해 벽화를 그리는 등 젊은 상인들의 관심부터 모았다. 또한 젊은 상인들에게 판매대를 지원하고 판매 장소를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도 제공했다.덕분에 젊은 상인들이 속속 김천장으로 몰려들었다. 현재 불금불금 야시장은 총 30팀의 청년 상인들이 주로 야시장 판매 제품을 선정하고 이끌어간다. 덕분에 김천장에는 젊은 상인들이 직접 제작해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상품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야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보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츄러스나 토스트, 더치커피, 원목가구, 패션 주얼리 등 다양하다.김천황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등의 아이디어도 젊은이들이 야시장으로 유입되는 데 한몫했다. 육성사업단은 즉석 행운권 추첨이나 음식 무료 쿠폰 이벤트 등 주머니 사정이 비교적 가벼운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뿐만 아니다. 20~30대 사람들은 자녀들 때문에 저녁에 갈만한 곳이 마땅찮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도 준비했다. 초대가수 공연, 페이스페인팅, 팝콘 제공, 키다리아저씨와 풍선 만들기, 어린이 놀이터인 ‘에어 바운스(air bounce)’ 등 다채로운 행사 덕분에 어린이들이 먼저 엄마 손을 이끌고 김천 시장으로 온다고.젊은이들을 위한 김천황금시장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매주 수요일이면 ‘수요 청년 마켓’을 연다. 수요 청년 마켓은 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특화한 아동의류, 육아용품, 여성의류, 생활용품, 수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시장. 더불어 더치커피와 건강 찰보리빵 등 먹거리를 제공해 젊은 사람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젊은 사람들이 매주 수요일이면 먹거리를 찾아 시장으로 유입되고 시장 제품을 판매하는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황금시장은 역사가 깊은 시장이다. 1953년도에 개설한 상설 시장으로 5일장을 겸해 김천 지역에서 열린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김천장은 개성, 강경, 대구, 평양과 함께 조선 5대 시장으로도 유명했다”라는 게 김천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시장 문화의 쇠락과 더불어 김천장도 하락세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등한 계기가 된 게 바로 문화관광형시장 선정 사업이다. 김천 황금시장은 2013년도 황금시장상인회가 발벗고 나서고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협조하면서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됐다. 2013년 6월 김천황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공식 출범해 시장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유치 위해 관광 상품 개발도황금시장에는 황금문, 소원을 비는 황금알, 황금알공원 등 명소도 다양하다. 여기에 김천황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해 더욱 관심을 증폭시킨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김천황금시장상인회와 손잡고 투어 코스를 마련했다. 김천황금시장을 중심으로 반곡포도마을, 직지사, 옛날솜씨마을, 지례흑돼지거리를 잇는 관광 코스다.김천황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은 김천 공자동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했다. 공자동은 ‘공자를 흠모하는 마을’이란 의미를 가진 동으로, 마을 앞에 ‘공자동’ 표석이 서 있다. 마을 이름이 공자동인 데는 두 가지 설이 유래한다. 첫째, 17세기 중엽 경주 이씨, 김해 김씨, 밀양 박씨 등 세 선비가 의기투합해 세상을 멀리하고 학문에만 정진할 수 잇는 곳을 찾아 황악산 자락인 이곳에 정착하면서 마을 이름을 학문의 대가 ‘공자’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다. 둘째, 임진왜란 이후 한 관리가 동지사로 중국에 가 공자의 초상화를 구해 고향 김천 대항면에 모신 이후 이 일대가 공자동으로 불렸다는 설이다. 어느 설이 맞든 이런 유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흥미를 끄는 게 사실이다.덕분에 매주 특정 시간에는 김천지역에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수많은 인파들이 시장에 몰릴 정도라고.-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박스기사] 김승길 김천황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코레일 연계 투어’ 사업 구상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이후 어떤 사업을 추진했나?“일단 ‘황금알을 낳는 황금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습니다. 이어 시장에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2013년 기본 인프라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상인 교육을 실시했으며, 점포 진열을 정비했어요. 이어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고객쉼터를 조성하는 등 시장 기본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나아가 지난해부터는 관광지와 연계한 시장투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을 황금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데 성과는?“김천시상인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젊은이들의 끌어모오기 위해 수요 청년 마켓이나 불금불금 야시장 등을 개최한 덕분에 현재 한 달 평균 약 2000명의 젊은이가 김천황금시장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고, 낮에는 일하다가 밤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시장에 오는 이른바 워킹맘 유입 속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황금시장상인회 내부에 기획단을 조직, 운영해 김천황금시장 문화 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개발한 스토리와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야시장의 정착화’와 ‘젊은 청년마켓활성화’ ‘스토리가 있는 스토리시장’ ‘관광객이 찾아오는 시장으로 코레일과 연계한 시장 투어’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이 사업들이 시작되면 김천황금시장이 보다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