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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형제의 난’ 2라운드 어디로] 신동주 반격에 신동빈 방어 자신감 

신 전 부회장 광윤사 장악하며 신 회장 압박 ... 승소, 경영권 탈환 가능성 크지 않아 


▎사진:뉴시스
summary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소송 계획을 밝힌 그는 10월 14일엔 신 회장을 광윤사 이사직에서 해임시켰다. 국정감사에서 “더 이상의 경영권 분쟁은 없을 것”이라던 신 회장 입장에선 상황이 좀 꼬였다. 대응은 담담했다. 신 회장은 “흔들리지 않고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경영권 방어에 자신감을 보였다.

“총괄회장은 격노하고 또한 매우 상심해 총괄회장 본인의 즉각적인 원상 복귀와 동생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총괄회장은 저에게 친필 서명 위임장을 주시면서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소송을 포함한 여러 필요한 조치를 시작합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 카드를 꺼냈다. 10월 8일 오전 신 전 부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회견 개최를 언론에 알린 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그럼에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기자회견장은 기자들로 가득 찼다. 회견 자체는 갑작스러웠으나 준비는 꽤 많이 한 듯 보였다. 그는 ‘법적 권한을 위임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과 그가 위임장에 직접 서명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정상적 경영 판단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했다.

신동주 ‘소송 100% 승리’ 자신감


▎사진:중앙포토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아내 조은주씨가 대독한 발표문을 통해 신 전 부회장은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복귀와 명예회복, 신 회장을 포함한 관련 임원들의 전원 사퇴를 목표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비록 1라운드에서 졌지만 아직 승부가 끝난 게 아니라는 선포였다. 신 전 부회장은 한·일 양국에서 총 3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는 신 총괄회장의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무효소송’이고, 2건은 ‘이사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이다. 신 전 부회장은 법적 소송에 따른 경영권 분쟁의 승산을 묻는 질문에 “100% 이긴다고 본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 전 부회장이 최근 한국에 설립한 SDJ 코퍼레이션의 자문단이 동석했다. 민유성 고문(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김수창 변호사, 조문현 변호사 등이다. 김 변호사는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 나서며 신 전 부회장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며칠 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경영권에도 압박을 가했다. 14일 신 전 부회장은 도쿄에 있는 광윤사 담당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광윤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신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했다. 또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광윤사 주식 1주를 추가로 매입해 과반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하며 본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 총괄회장을 20년 이상 보필한 이소베테츠를 새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그는 “광윤사가 소유한 롯데홀딩스 지분 28.1%에 대한 확실한 지배력을 확보했고, 개인적으로도 1.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자격으로 지금부터 롯데그룹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개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의 공세에 롯데그룹은 비교적 담담하게 대응했다. 기자회견 직후 롯데그룹은 입장자료를 통해 “(신 전 부회장의) 소송 제기는 이미 예견됐던 일로 신 회장의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 관한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라며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롯데 측은 “신 전 부회장이 고령의 총괄회장을 자신들의 주장 수단으로 반복 활용하고 있다”며 “롯데의 기업 개선 활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사직 해임 발표 후에도 롯데 측은 “신 회장의 광윤사 이사직 해임은 롯데그룹의 경영권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광윤사는 지분의 일부를 보유한 가족회사에 불과해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 역시 10월 12일 인천국제공항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비전2020 상생2020’ 행사에 참석해 “흔들리지 않고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경영권 방어에 자신감을 보였다.

‘장남이 고령 아버지 이용한다’ 비난 거세


어쨌든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자문단까지 꾸리면서 배수의 진을 친 분위기다. 그러나 소송에서 승리하는 것도,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되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소송은 일본에서 제기한 해임무효소송이나 한국에서 제기한 이사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나 해임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절차상 하자가 있었고, 이에 따라 해임 무효 판결이 나와도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신 회장이 다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임하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경영권 탈환도 마찬가지다. 광윤사가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긴 해도 8월 주총에선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 5곳(20.1%), 임원지주회(6%) 등이 신 회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윤사만으로는 롯데홀딩스를 움직일 수 없다는 얘기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 중 종업원지주회를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종업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다. 만약 종업원지주회가 신 전 부회장 쪽으로 돌아서면 그는 과반이 넘는 5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주주총회를 열어 신 회장의 해임 등을 시도할 수 있고, 그러면 롯데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100%를 보유한 L투자회사와 호텔롯데까지도 한꺼번에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신 회장 지지를 선언한 종업원지주회가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만약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되찾을 경우 8월 신 회장을 지지했던 종업원지주회 관계자를 대거 제거하려 나설 것이 분명한데, 종업원지주회가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또한 신 회장에 대한 종업원지주회의 지지가 확고하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신 전 부회장 측은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돌리기보다 의결권의 정당성을 따지는 쪽으로 전략을 세운 듯하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게 ‘경제적 지분가치’라는 개념이다. 종업원지주회처럼 액면가를 기준으로 배당을 받는 주주와 사업 실적에 따라 배당을 받는 주주는 의결권에도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종업원지주회 등은 권리가 보장된 주주가 아니며, 이를 제외하면 광윤사의 경제적 지분가치가 55%라는 것이다. 이해조차 쉽지 않은 건 그만큼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당시 이런 주장을 폈을 때, 기자들이 의아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 자문단 측은 “종업원지주회 이사장 1명이 롯데홀딩스 27.8%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과도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이런 개념을 경영권을 따지는 데 적용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는 점에서 논리가 빈약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 역시 “그야말로 견강부회”라며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면세점 수성 차질 빚을까’ 우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0월 12일 인천국제공항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비전2020 상생2020’ 행사에 참석해 “흔들리지 않고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뉴시스
결과가 어떻든 신 회장 입장에선 상황이 좀 꼬였다. 신 전 부회장이 다시 한 번 여론전에 나서면서 겨우 가라앉힌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기 전에 재벌가의 분쟁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차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더구나 신 회장은 지난 9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 이상의 경영권 분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면도 체면이지만, 분쟁 중인 기업이란 이미지가 오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더 난처한 건 시점 때문이다. 신 회장은 최근 면세점 수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소공점·월드타워점 등 두 곳이 대상인데 신세계와 두산, SK네트웍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에서의 입지는 워낙 탄탄하지만 독과점 논란이 불거진데다, 경영권 분쟁 여파로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면세점은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5%에 육박하는 핵심 사업이자, 백화점과 함께 그룹을 상징하는 사업이다. 만약 둘 중 한 곳이라도 내준다면 양적으로도 타격이 크지만 신 회장의 커리어에도 좋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굳이 이 타이밍에 나선 것은 동생의 경영 능력에 자잘한 ‘기스’를 내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정말 회사를 생각하는 오너라고 보기 힘든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신 전 부회장은 장기전으로 갈 듯하다. 1라운드부터 해온 ‘아버지 마케팅’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신 총괄회장과 기자회견에 함께 나서는 방안을 고려 중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신 회장으로서는 어떻게든 차단하고 싶겠지만 쉽지 않다. 롯데그룹이 ‘94세의 고령으로 기억력, 판단력이 떨어져 있다’는 정도의 표현만 되풀이하고 있는 건 그만큼 대처하기 애매해서다. 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놓고 형제 간에 공방을 벌일 경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도 있다.

16일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CC(폐쇄 회로)TV 철수 등을 6가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 명의의 통고서에는 본인의 원대 복귀와 불법적인 경영권 탈취에 가담한 임원의 해임,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거소 및 지원 인력을 관리하게 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1307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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