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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자동화로 기관사 자리 줄어라이트의 탄식은 수십 년에 걸친 철도 자동화의 결과다. 승무원을 대폭 줄이려는 철도회사들의 원가 절감 드라이브에 기술혁신이 맞물렸다. 그가 기관사로 일하는 동안 목격한 가장 큰 변화 한 가지는 기차를 원격으로 조종해 차량기지로 이동시키는 기술의 등장이다. 전에는 탑승 기관사들이 지상에 있는 두어 명의 작업자와 함께 차량을 끌어와 교체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자동화 기술이 탑승 기관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작업조차 담당자 1명이 하게 됐다. 그는 대형 비디오게임 콘트롤러 같이 생긴 박스에 부착된 단추들을 조작해 모든 움직임을 제어한다.자동화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방직 수공인의 밥줄을 끊어놓은 초기 직조공장으로부터 차장 일자리를 앗아간 원격 모니터 시스템까지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기본 공식이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새 일자리로 대체된다. 그러나 몇몇 경제학자와 정책 전문가들이 그 공식의 후반부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요즘 등장하는 혁신기술(가령 로봇공학, 생물체를 인공 합성하는 합성생물학, 나노공학, 3D 프린터)의 범위와 속도는 예전과 다르다. 거기에 실업률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 이는 노동력에서 인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미래 노동자들이 요즘의 높은 실업률을 그리워하게 될 잠재적인 반(反)이상향이다.스탠퍼드대학 기업지배구조센터 연구원이자 저술가인 비벡 와드화는 “정말로 걱정스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사람은 할 일이 없어질 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와드화는 최근 ‘기술 특이점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학술 프로그램을 총괄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싱크탱크 스타일의 이 단체는 급격히 발전하는 인공지능을 응용해 거대 난제들에 대처하도록 지도자들을 교육하고 영감과 힘을 불어넣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와 기차들이 교통운수 업계 종사자들을 대체하고, 인공지능·센서·스마트폰이 대다수 의사·간호사 등 의료전문가의 역할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대다수 기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다고 말한다. 이 모든 변화가 앞으로 5~15년 사이에 일어난다고 와드화는 전망한다.[로봇의 부상(Rise of the Robots)]의 저자 마틴 포드도 우리가 노동시장의 “와해성 혁신의 문턱에서 있다”고 본다. 필시 앞으로 20년 이내에 변화가 찾아온다고 예상한다. 그것은 대다수 직종이 아무리 보람 있는 일이라도 틀에 박히고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곧 제철·소매유통·패스트푸드 같은 분야의 블루칼라 근로자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법률과 의학의 데이터 기반 직종 화이트칼라 근로자들, 가령 재판연구원과 방사선 전문의의 역할은 알고리즘이 대신할 확률이 높다.고용주들은 이 같은 추세를 은근히 부채질할 것이라고 포드는 말한다. “인간은 믿음직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화 로봇은 아침에 일어나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가를 떠나기로 작정하지 않는다. 적어도 상사 모르게 그런 일을 하지는 않는다. 로봇 일꾼은 또한 더 높은 생산성을 약속한다. 그들은 사무실 잡담, 흡연이나 낮잠, 휴식 또는 좋아하는 스포츠 팀 전적을 확인하려는 충동에 휩쓸리지 않는다.매사추세츠대학(앰허스트) 경제학과 리처드 울프 교수는 그런 주장이 과장됐다고 본다. “20세기, 19세기, 18세기의 기술변화 단계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베스트셀러 책에는 공통된 주제가 깔려 있었다. 최신의 기술 변화는 과거의 어떤 것보다 더 혁신적이고 커다란 변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책이 20종 정도 나오면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자본주의 기업들은 언제나 경쟁적 우위에 이끌려 주기적으로 작업의 기계화·자동화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시스템은 언제나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 방법을 찾아냈다. 따라서 사람들은 번번이 노동에서 벗어날 자유를 놓치고 말았다. 거기에는 경제학적으로 명백한 이유가 있다. 기업에는 물건을 사줄 소비자가 필요하다. 직장에서 정리해고돼 지출을 줄이려 애쓰는 실업자만 남고 소비자가 없다면 3D 프린트 공장에 로봇을 잔뜩 배치해서 제품을 만들어낸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업자만 남고 소비자는 사라지면…
정치적 변수가 일자리 안전판?라이트는 철로를 잠식해 들어오는 자동화로 직장에서 다소 이방인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단지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되기 때문은 아니다. “내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통제 책임을 맡고 있다.” 라이트는 매일 루이빌에서 300㎞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주로 컴퓨터화된 자동운행 시스템에 의존한다. 하지만 여전히 신호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수년 전 그 기술이 도입된 이후 직무상 피로도가 더 심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라이트가 가진 일자리의 미래는 자동화에 취약한 다른 많은 직업과 마찬가지로 기술뿐 아니라 정치적 변수에 좌우될지도 모른다.기술은 이미 도입됐지만 미국의 현 노동계약에선 화물열차에 승무원을 1명만 배치하지 못하게 돼 있다. 또한 미국 우체국 서비스 입장에선 창구직원과 우편배달원 대신 우편물 분류기기와 무인기를 이용하는 편이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노동계약 때문에 감원할 수 없다. 항만 근로자, 경비원, 간호원 등과 같이 쉽게 외주를 맡길 수 없는 다른 노조화한 직종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단체교섭 협약이 없는 직종도 고용을 보장하거나 새 일자리를 만들라는 압박이 정치권에 거세다. 이 같은 장벽에도 마틴 포드는 로봇 시대의 도래는 불가피하다고 믿는다. “오인 경보가 많이 울렸다”고 시인하면서도 자기 진영을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에 비유한다. 결국 늑대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콜 스탱글러 아이비타임스 기자 / 번역=차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