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Letter] 중국에서 본 청년 창업가들의 눈빛 

 


10월 12일부터 닷새간 중국 베이징을 다녀왔습니다. 본지 1309호의 커버스토리로 소개할 ‘글로벌 창업 현장’ 취재를 위해서였죠. 13~14일 기자는 베이징시 서북부에 있는 중관춘(中關村)을 찾아갔습니다. 중관춘은 중국 청년 창업의 상징이자 산실인 곳입니다. 레노버·텐센트·바이두·시나닷컴·샤오미 등이 중관춘에서 창업했고, 이곳 출신 벤처 중 수백여 곳이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지금도 매년 6000개 정도의 스타트업이 중관춘에 둥지를 튼다고 합니다.

중관춘에는 창업대가(創業大街, Innoway)라는 거리가 있습니다. 200m 정도의 골목은 그 자체가 창업 생태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처쿠카페와 3W카페·빙고카페·IC카페 등 창업 공간으로 쓰이는 카페가 20여 곳 넘게 있고, 건물마다 창업투자사와 인큐베이팅·액셀러레이터 회사들이 입주해 있었습니다. 창업 컨설팅 회사와 스타트업 벤처들도 오밀조밀 모여 있죠. 창업 카페는 활기가 넘쳤습니다.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고, 창업 계획서를 짜고, 팀원들과 토론을 하고, 투자자와 상담을 하는 열정적인 중국 청년들을 보며, 저는 ‘3포 세대’와 ‘헬조선’을 되뇌며 냉소와 좌절에 빠진 한국 청년들을 생각했습니다.

한 창업카페 벽에는 샤오미의 CEO인 레이쥔과 알리바바의 마윈 등 중국 벤처의 신화적인 인물들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청년들은 그들을 보며 꿈을 꾸고, 신화가 된 그들 역시 중관춘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후배들을 만나고,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주링허우(90后·90년대생)라는 한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사진도 저 벽에 걸릴 것 같나?” 그가 웃으며 답했습니다. “맨 꼭대기에 걸릴 것이다.”

귀국하는 날,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9%에 그쳤다는 속보가 떴습니다. 중국 경제 둔화와 그 파장을 우려하는 분석 기사가 넘쳤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작 두려운 것은 중국에서 만난 청년들입니다. 꿈을 품은 젊은이의 살아있는 눈빛. 저는 중국 중관춘에서 그런 눈빛을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그게 부럽고 두렵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꿈꾸게 했을까요? 다음 호에서 자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1308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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