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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IMPRESSION] KIA SPORTAGE R | 포르셰 ‘마칸’을 닮았나? 

상품성과 완성도 개선한 SUV의 대표 주자 

글 임유신 모빌리스타 에디터
4세대 스포티지는 역동적인 디자인과 여유로운 파워로 젊고 스포티한 스포티지만의 특성을 잘 살렸다. 이전 세대에 비해 각종 편의ㆍ안정장비를 보강해 상품성이 높아졌다. 실내 인테리어와 부족했던 적재공간을 개선해 완성도를 높였다.

스포티지라는 이름은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993년 처음 나온 스포티지는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의 원조다. 당시 대형 SUV가 대세였던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처음 시도를 했지만, 정작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스포티지는 3세대 모델(2010년) 때 다시 주목받았다. 디자인 중흥기를 맞이한 기아가 내놓은 모델 중에서도 디자인이 뛰어난 모델로 꼽혔기 때문이다. 국산차로는 특히 SUV로는 흔치 않게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기도 했다. 스포티지 터보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소수의 취향까지도 만족시키고자 하는 기아의 도전 정신이 돋보이는 차였다. 스포티지는 젊고 역동적인 감각을 앞세워 젊은 세대에 마니아층을 두툼하게 형성하는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역사를 쌓아 올렸다.

이번에 나온 스포티지는 4세대 모델이다. 3세대 스포티지가 2010년에 나왔으니 모델체인지가 좀 이른 편이다(2세대는 2004년~2010년). 다급하게 서두른 티가 난다. 이 급은 경쟁이 심하지도 않다. 형제 차인 현대 투싼을 빼고는 파괴력이 약한 쌍용 코란도 C가 전부다. 아래로 소형 SUV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전면적으로 겹치지는 않는다. 스포티지 뿐만 아니라 국산차의 경쟁상대는 이제 수입차다. 폴크스바겐 티구안 급의 SUV를 상대해야 한다. 판매대수로는 아직 게임이 되지 않지만, 선호도나 가치면에서는 수입차가 앞선다. 그리고 수입차는 계속해서 차종이 늘고 있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형제차이지만 투싼이 올해 먼저 모델 체인지를 거쳤기 때문에, 스포티지도 마냥 뒷짐지고 쳐다보기만 할 상황은 아니다. 수입차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9월 중순 터진 폴크스바겐의 유로5 디젤 엔진 소프트웨어 부정 사건의 여파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인 티구안이 해당 차종이라 스포티지는 예상 못한 호재를 만날 수도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


▎포르셰 마칸
신형 스포티지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디자인이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전면부는 포르셰 마칸을 쏙 빼닮았다. 잘나가는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과 유사하게 만들어, 프리미엄 이미지를 투영시키고 안전하게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시도는 이미 K9에서도 있었다. K9은 BMW 7시리즈의 디자인 요소를 상당부분 차용했다. 잘하면 무임승차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잘못하면 ‘짝퉁차’로 낙인찍혀 실패할 위험성이 크다.

기아는 2000년대 중반 디자인 경영을 시작하면서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기아만의 개성을 살린 모델이 잇따라 선보였다. 그런데 최근 기아 디자인은 초기의 독창적 시도는 옅어지고 트렌드를 따른다는 명분을 앞세운 노골적인 벤치마킹에 치중한다. 고유한 기아만의 디자인에 스스로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디자인 논란은 있지만 스포티지는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느낌은 잘 살렸다. 좁은 그린하우스와 뒤쪽 도어 라인, 옆면 실루엣, 범퍼에 위치한 방향지시등 등은 이전세대 스포티지의 디자인 요소를 계승했다. 정체성을 살리고, 역사가 깊어짐에 따라 스포티지만의 특징을 잡아가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실내는 기아차 특유의 단정함이 돋보인다. 버튼이 꽤 많은데 가지런히 잘 정돈했다. 화려하고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싸 보이지도 않는다. 차 급에 맞는 적절한 수준을 유지한다. 대시보드는 플라스틱 소재인데 가죽처럼 보이기 위해 스티치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시도는 좋은데 느낌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휴대폰 무선충전기, 조수석까지도 되는 통풍시트 등 자잘한 편의장비를 가득 담았다(물론 옵션이지만). 시트 속 소재도 두 개에서 세 개로 늘려, 닿는 부위의 푹신함을 달리해 앉았을 때 편안함을 최대화했다.

공간은 여유롭다. 휠베이스는 30mm 늘었다. 시트포지션을 이전보다 낮췄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를 34도까지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자세를 잡기에도 좋고, 트렁크 공간을 활용하는데도 유용하다. 트렁크는 공간이 더 커졌다. 이전세대 스포티지는 눈으로 봐도 비좁아 보였는데, 신형은 공간을 최적으로 뽑아냈다는 느낌이다. 2열을 접을 경우 바닥 각도를 14도에서 8도로 줄여 이전 보다 평평해졌다. 트렁크 바닥에는 별도의 수납 공간이 있는데, 뒷좌석을 접어서 공간을 넓히면 러기지 스크린을 바닥에 수납할 수 있다. 트렁크 도어(스마트 옵션 차종)는 트렁크 옆에 3초 동안 서 있으면 도어가 자동으로 열린다. 트렁크 공간에 공들인 티가 팍팍 난다.

엔진은 요즘 폴크스바겐 사태를 불러온 것과 같은 급인 2.0L 디젤이다.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는 41.0kgㆍm다. 이전보다 출력만 2마력 높아졌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1.7L 디젤과 7단 DCT의 조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힘은 좋다. 여유롭게 치고 나간다. 이만한 차 급에서는 충분한 파워다. 변속은 약간의 시차를 두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럽다. 주행모드는 일반ㆍ스포츠ㆍ에코로 나뉜다. 에코는 힘을 덜 쓰는 듯한 느낌이다. 스포츠는 일반 모드와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차라리 수동 변속 모드를 쓰는 게 낫다. 스포티지는 패들 시프트도 갖췄다. 그런데 차의 성격상 쓸 일을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스티어링도 가볍게 돌아간다. 스포티지가 추구하는 역동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유연한 감성이 전체를 아우른다. 고속 안정성은 이전보다 좋아졌지만, 코너를 돌아나가거나 급차선 변경을 할 때에는 키가 큰 SUV의 약점이 드러난다. 운전의 재미나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한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전형적인 ‘한국인 취향’에 맞춘 편안하고 아늑한 운전을 목적으로 삼은 듯하다. 이런 성격을 두고 “여자들하고 나이든 사람도 타야 하니까”라는 한 전문가의 평가에 딱 어울리는 셋팅이다.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 한 2.0L 디젤 엔진


디젤이지만 소음과 진동은 상당히 잘 억제했다. 달릴 때는 물론이고 공회전 때에도 거슬리지 않는다. 연비는 트림과 휠 크기에 따라 다른데 복합연비의 경우 1L에 12.4km~15.0km를 형성한다. 앞바퀴 굴림 자동변속기에 19인치휠을 단 최고급 옵션 시승차는 공인연비가 1L에 13.8km다. 성인남자 둘이 타고 에어컨을 켠 채 고속도로 위주로 60km 정도 달렸더니 연비가 15km 중반을 기록했다.

스포티지는 잘 만든 차다. 전체적으로 상품성과 완성도가 높아졌다. 그렇다고 선뜻 스포티지를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가격은 2179만원~2842만원이다. 쓸만한 옵션을 고르면 2000만원 중후반이다. 최고급 모델에 이것저것 풀옵션을 달면 3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국산차에 기대하는 가격대보다 좀 비싸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가격은 늘 불만이지만 수입차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산다. 스포티지를 고르는데 망설이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는 가격이 아니라 형제차 투싼이다. 스포티지는 투싼과 뼈대와 파워트레인이 같다. 편의장비와 가격도 거의 비슷하다. 달리 말하면 껍데기만 다른 차다. 결국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가 선택을 결정한다. 아직까지는 현대가 기아보다 브랜드 신뢰도가 앞선다. 이전 세대에서는 스포티지 디자인이 좀더 역동적이었지만, 투싼도 신형은 스포티지 못지않게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스포티지는 디자인 논란을 겪고 있지만, 투싼은 싼타페와 일관성 있게 정체성을 통일한 디자인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승차감이나 주행감성에 있어서도 투싼은 유럽형 감각으로 큰 변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지만, 스포티지는 한국 시장에 맞는 일반적이고 보수적인 특성에 머무른다.

스포티지와 투싼과의 관계는 풀기 힘든 숙제다. 사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생산 원가를 낮추고 손쉽게 차종을 다양화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자동차 회사가 즐겨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충돌은 최소화한다. 대중차와 고급차로 구분을 하든가, 판매 지역을 달리하든가, 타깃 연령층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충돌을 피한다. 그런데 투싼과 스포티지 뿐만 아니라 현대ㆍ기아의 다른 차종도 같은 급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 지금 같은 현대ㆍ기아 독점체제에서는 적당히 나눠먹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점유율이 낮아지고 동급의 수입차가 세력을 넓히면, 그야말로 서로 잡아먹는 ‘팀 킬’을 피할 수 없다. 디자인 이외에 서로를 구분할 수 있는 뚜렷한 특징이 없다면, 생명력을 부지하기가 쉽지 않다. 진정 시장에서 인정받는 차가 되려면 ‘형제차’라는 꼬리표부터 확실하게 떼어야 한다.





[모빌리스타 취재팀의 평가]

김태진_ 국산차가 이 정도 상품성이면 매우 훌륭하다. 퍼포먼스는 기존 티구안을 거의 추격했지만 내년 초 신형 티구안이 나온다. 점점 수입차와 간격이 좁아지는 가격이 흠이다.

임유신_ 기존 모델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짐 공간을 제대로 개선해 활용도가 좋아졌다. 신형은 SUV의 본질인 공간 활용성에 공들인 티가 난다.

신홍재_ 사진으로 볼 때에는 못생겼는데, 실물로 보니 사진보다는 낫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역동적인 느낌은 잘 살렸다. 고민하지 않고 SUV를 타고 싶은 층에게 최적의 차다.

1307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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