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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HANISM] HAPTIC | 이젠 자동차도 ‘햅틱’이다! 

지능형 가속 페달 

글 정진구 모빌리스타 칼럼니스트
요즘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그런데 수많은 정보를 시각과 청각을 통해서만 전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운전자의 주의를 흩뜨려놓는다. 대안으로 촉각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햅틱’ 기술이 주목 받는다. 지능형 가속 페달은 진동을 통해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엔진 매니지먼트 시스템, GPS 센서, 레이더 센서 등 다양한 센서와 결합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운전을 돕는다.

▎지능형 가속 페달은 가속 페달로 발바닥에 자극을 줌으로써 운전자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자동차는 나날이 진화한다. 이제는 사람이 눈치채기 힘든 각종 정보까지 알려준다. 안전벨트 경고등과 각종 알림음은 기본이다. 대부분의 차는 후방경보기도 달려있다. 고급차는 전·후방뿐 아니라 좌우까지 카메라로 감시한다. 심지어 나이트비전은 어둠 속에서 보행자나 장애물을 감지해 밤길 운전을 돕는다. 최근에는 전면 유리창에 각종 정보를 투영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Head-Up Display)도 널리 보급 중이다. 운전자는 맞춤 수트처럼 자기 몸에 꼭 맞게 조절되는 시트에 앉아, 고개조차 까딱하지 않고 자동차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손금 보듯 훤히 알 수 있다.

그런데 교통사고는 생각만큼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물론 안전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원인은 사람만이 아니라 자동차에도 있다. 인간의 주의집중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과다한 정보 때문에 운전자는 집중력이 흩뜨려져 도로상황에 집중할 수 없다.

자동차가 운전자에게 보내는 정보는 매우 많다. 라디오에서는 쉴 새 없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내비게이션은 몇 초 간격으로 진행방향을 알린다. 복잡한 교차로에서 진행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의 화면을 쳐다봐야 하기도 한다. 차선을 변경할 때는 방향지시등을 켠다. 방향지시등 역시 계기판의 화살표와 소리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린다. 게다가 운전자는 항상 사방의 다른 차와 신호등에 신경 써야 한다.

아주 간단한 상황을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 운전자가 접하는 정보는 이보다 훨씬 많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정보가 시각과 청각을 통해서만 들어온다. 다양한 정보가 인간의 오감 중 단 두 곳만을 통해 들어온다면, 그만큼 피로하고 주의가 흐트러지기 쉽다. 컨티넨탈에서 개발한 지능형 가속 페달(AFFP, Accelerator Force Feedback Pedal)은 바로 이 같은 문제에 착안해 개발했다.


진동으로 신호 보내는 AFFP

간혹 고무나 비닐 타는 냄새로 자동차의 이상을 감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감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한 후각과 미각을 정보 전달 통로로 쓰기는 힘들다. 그런데 촉각은 다르다. 진동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신체에 직접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반응속도도 시각보다 열 배, 청각보다 세 배 빠르다.

최근 들어 ‘햅틱’ 기술이 각광받는 이유다. 이미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촉각을 통한 정보 전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각과 청각만으로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게임이 총을 발사했을 때 총이 떨리거나,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 스티어링 휠에 충격이 오면 한층 더 생생해진다. ‘햅틱 휴대전화’ 역시 마찬가지다.

제대로 눌렀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터치스크린에 진동기능이 들어가면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문자 메시지를 쉽게 보낼 수 있다.

지능형 가속 페달에도 진동을 통해 신호를 보내는 ‘햅틱’ 기술이 스며있다. 정해진 속도를 초과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세게 페달을 밟으면, 답력을 변화시켜 진동을 일으킨다. 발바닥 압력 변화로 운전자는 자동차와 소통한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이 기술을 통해 운전자는 도로상황에만 집중하면서 정보를 얻는다.

다양한 장치와 결합해 시너지 발휘


▎인피니티는 2009년 세계 최초로 지능형 가속페달을 상용화했다.
지능형 가속 페달의 핵심 기술은 가속 페달에 직접 연결한 전기모터다. 이 모터는 반응 시간이 매우 짧다. 0.1초 이내에 페달에 진동을 주거나 답력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발에 직접 신호를 느끼게 해 신속하게 상황을 인지하도록 한다. 덕분에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위험이 닥치면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거나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으로 지능형 가속 페달은 다양한 장치와 연동한다. 우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레이더 센서와 결합한다. 이 경우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페달의 진동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운전자는 도로상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브레이크를 밟거나 졸음을 쫓는 것과 같은 후속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실제로 컨티넨탈의 자체 실험 결과 지능형 가속 페달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기대보다 훨씬 컸다고 한다.

연료절감효과로 환경에도 도움돼


▎지능형 가속 페달은 다양한 안전 장비 및 전자 장비와 손쉽게 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전과 더불어 지능형 가속 페달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은 탁월한 연료절감효과다. 운전자가 경제적인 운전을 위한 ‘에코모드’를 선택하면, 가속 페달을 최적의 상태로 다룰 수 있다. 만약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필요 이상으로 세게 밟으면 지능형 가속 페달은 압력 변화를 통해 운전자에게 신호를 준다. 새싹을 키우는 게임 형식으로 경제적 운전을 가르치는 혼다의 ‘에코 어시스트’와 비슷한 개념이다. 시각정보 대신 촉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는 면에서 훨씬 안전하고 직관적이다.

지능형 가속 페달은 원래 컨티넨탈의 ‘프로젝트 GERICO’(Gestion de I’EneRgie par Interface COnducteur,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의 에너지관리)의 일환으로 개발했다. 따라서 주 목표는 연료효율 개선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최소화다. ‘프로젝트 GERICO’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운전자가 가속 페달만 적절히 다뤄도 연비가 5~10% 정도 올라간다고 한다.

실제로 40명의 운전자에게 가속페달을 적절히 밟는 법을 교육시킨 결과, 참가자들의 연료절감은 평균 11%에 달했다. 지능형 가속 페달은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연료절감효과가 기대를 뛰어넘었다.

지능형 가속 페달이 달린 차를 시속 50km로 일정하게 운전하면, 일반 페달 자동차보다 5.6% 더 경제적이었다. 0→시속 50km로 가속할 때도 지능형 가속 페달은 최적 변속 구간을 알려줘 연료 사용이 1.3% 줄어들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구간에서는 실질적인 연료절감효과가 55%에 이르렀다. 일반적인 교통흐름에서도 46%나 줄어들었다. 시속 100km에서 50km로 속도가 떨어졌다가 다시 시속 100km로 높아질 땐 지능형 가속 페달이 달려있지 않은 차보다 연료가 39%나 덜 들었다. 물론 가속 페달 하나만 최적화해 얻은 결과는 아니다. GPS센서와 레이더 센서로부터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교통상황과 도로의 경사, 주행 경로 등을 분석한 맞춤정보 때문에 가능했다. 지능형 가속 페달은 이 맞춤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인피니티는 2009년, ‘에코 페달’(세계 최초 지능형 가속 페달이다)이 달린 자동차를 선보였다. ‘에코 페달’은 특히 연비와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지능형 가속 페달은 계속해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와이어’ 기술이 보편화 된 요즘, 어떤 기능이 더해지더라도 지능형 가속 페달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맵의 급커브 구간, 스쿨존, 과속방지턱 같은 위험 구간 정보를 받아 미리 알려주는 기능을 더할 수도 있다. 지능형 가속 페달은 미래 자동차 시스템에 필수다. 안전도를 몇 배나 높일 수 있는 안전혁명의 핵심 기술이다.

1307호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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