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제페토 직원들이 현악기를 만들고 있다. / 사진:폴제페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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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 자체 제작한 악기를 취약계층과 나누고 이들을 각종 공연에 무료 초대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그룹 ‘부활’의 김태원이 설립한 폴제페토. 생고무를 가공한 친환경 신소재로 기타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꿈도 키우고 있다.
오는 11월 14일 춘천 강원대 백령아트홀에서 국악과 록이 어우러지는 퓨전 콘서트가 열린다. 강원도의 예비 사회적기업 폴제페토가 주최하는 공연이다. 폴제페토 측은 이 공연에 도내 취약계층과 막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 1000명을 무료로 초대한다. 무료 티켓 제공을 통한 공연 기부. 이 회사는 또 11월 10일 첫 오프라인 매장 및 악기 교육장 문을 연다. 관현악기 수리 시설을 갖췄고 수리 전문 인력이 근무한다. 여기서 악기 수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현악기 제작·수리, 관악기 수리 기술을 가르칠 예정이다. 위치는 의정부시 장암동.
폴제페토의 오너는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다. 이 회사는 연예인이 설립한 대표적 사회적기업으로 연예인 설립 2호 사회적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기타, 바이올린, 목관악기를 생산하고 악기 만드는 공구도 제작한다. 직접 생산한 악기와 자체적으로 기획한 공연을 취약계층과 나눈다는 게 이 회사 모토이다. 직원은 네 명, 그중 세 사람이 취약계층이다. 아직은 벌어서 직원들 월급 줄 정도지만 장차 수익의 70%를 악기를 접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환원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지난해 여름엔 위스타트 삼척마을 아이들에게 1000만원어치의 악기를 기증했다. 공연을 통한 사회 환원도 한다. 지난해 국악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을 때 약 400명의 취약 계층을 초대했다. 이런 식의 무료 티켓 제공을 통한 공연 기부액은 지난해 약 2500만원. 올 들어 11월까지 잡힌 기부액은 3200만원에 이른다.폴제페토는 강원도 평창의 안미초등학교와 함께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불우 청소년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스템.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자도 배출했다. 강원도에 이 시스템을 이식하려는 것이다. 안미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0명 수준인 미니 학교지만 한때는 학생 수가 1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30명 중 80% 이상이 다문화 가정 아이다. 김 대표가 이 학교의 안미뜰밴드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는 한편 연주 곡도 만들어 줬다. 다른 나라에서와 달리 클래식 악기를 배제하고 기타 앙상블이나 섹스폰 앙상블을 만들려 한다. 학교에 다양한 클래식 악기를 가르칠 교사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가 태동하고 있는 것.폴제페토란 상호는 가톨릭 신자인 김 대표의 영세명 바오로와 나무인형 피노키오를 만든 동화 속 할아버지의 이름 제페토를 결합한 것이다. 그는 “나무로 만드는 악기에 제페토처럼 생명을 불어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이 회사는 생고무를 가공한 친환경 신소재로 만드는 기타를 강원대와 손잡고 개발 중이다. 나무처럼 뒤틀리지 않고 전체를 나무로 만드는 올 솔리드 제품보다 가격도 훨씬 싸다. 특허도 출원했다. 홍상혁 폴제페토 전무는 품질 면에서 국내 20~40위권 수준의 기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10위권 안에 드는 몇백만원짜리 올 솔리드 기타보다는 음질이 떨어질 겁니다. 하지만 연주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30~40위권 수준의 기타는 신소재로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중국조차 지금 악기를 만들 나무가 없어서 고민 중입니다. 쓸 수 있는 나무를 거의 다 잘라 썼기 때문이죠. 신소재 악기는 지속가능한 악기산업의 대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폴제페토는 이 신소재 기타를 메고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계획이다. 내년 10월 상하이악기박람회에 이 기타를 들고 나가는 게 당면목표다. 홍 전무는 악기산업의 경우 중국과 견줘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인건비·물류비가 많이 올라 악기 회사도 유턴을 해야 할 형편입니다. 문제는 기술력이죠. 미국·스페인·일본이 우리보다 앞선 전통적인 제조 방식으로는 쉽지 않지만 신소재 악기로는 겨뤄 볼 만해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만든 적이 없는 관악기 제조에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신소재 기타 프로젝트가 끝나면 2단계로 강원대와 섹소폰 개발에 나서려 한다. 폴제페토는 내년 9월 말 강원도 사회적기업으로 정식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필재 더 스쿠프 대기자
[박스기사] 김태원 폴제페토 대표“나눈다기보다 받은 걸 돌려주는 것”어떻게 신소재 기타에 착안하게 됐나요?“강원도 산골 같은 데서는 기타가 뒤틀리면 수리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뒤틀리지 않는 악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저렴하면서 뒤틀리지 않는 반영구적 신소재를 찾게 됐죠.”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가 그랬듯이, 안미뜰밴드에서 김 대표처럼 훌륭한 뮤지션이 나올 수도 있을까요?“그럼요. 다들 아름다움이 감춰져 있는 원석 같은 존재들입니다. 처음엔 거부의 눈빛도 있었는데 제가 써 준 곡을 각자 자기 악기로 같이 연주하면서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어요. 음악이 인간의 언어보다 위대합니다.”
어떻게 취약계층과 나누는 사회적기업을 생각하게 됐나요?“저로서는 돌려주는 겁니다. 나눈다는 건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쓰고 그 나머지를 주는 거예요. 물론 아름다운 일이죠. 그런데 저는 받았기에 돌려주는 겁니다. 그래야 다시 제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제가 시작할 때 실제로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죠.”
연예인 사회적기업가가 앞으로 또 나올까요?“의롭고 아름다운 일인데 제가 먼저 모범을 보이면 언젠가는 후배들이 따라하겠죠. 해피 바이러스처럼 퍼지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전역이 더불어 사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개발 중인 신소재 기타가 전망이 밝으면 글로벌 시장에 나가 많이 벌수 있겠습니다. 사회적기업보다 많이 벌어 그 돈으로 좋을 일을 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나요?“저는 작가로서 작곡을 해야 하는데 순수성을 잃어버리면 곡이 안 나옵니다.”
돈 욕심을 내면 순수성을 잃나요?“그렇지 않나요?”
김태원의 영감의 원천은 뭔가요?“저에게 남아 있는 순수를 유지하는 것이죠. 나이 오십에 그나마 남은 순수를 지키려 사투를 벌이는 중입니다.”
그 순수성을 유지하려 어떤 노력을 하나요?“하루 종일 음악을 생각하고 24시간 음악에 미쳐 삽니다. 저는 작업실이 따로 없어요. 음악을 들으면 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예 안 듣습니다. 제 노래도 음반을 내고 나면 안 들어요. 집에 제 앨범도 오디오도 없어요. 차에서도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표절이 두려운 거군요.“곡을 안 쓰면 안 썼지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배를 주릴지언정 오점을 남길 수야 없죠.”
“김태원은 ()이다 ” 라고 할 때 ( )를 무엇으로 채우고 싶나요?“김태원은 시간을 믿는 사람이다. 음악 자체가 시간 예술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투입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지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지금을 투자해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야 할 이유죠.”
‘국민할매’를 상표로 등록했나요?“괜히 했어요. 그 상표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나중에 70대 되면 국밥집이나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