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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승산 있을 때 나서고 세력 활용하라 

바둑에서 배우는 자영업 성공전략 ... 경쟁 업체와 제휴, SNS 적극 활용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일러스트:중앙포토
요즘 자영업은 월급쟁이의 무덤이라는 말을 흔하게 듣는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직장을 그만 두고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태가 되면 누구나 직접 사업을 해 보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가 퇴직금과 대출금까지 날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만큼 자영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창업하는 사람의 20% 정도만이 살아남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20% 안에 들려면 뭔가 남다른 노하우나 조건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전략이다. 바둑으로부터 자영업에서 성공하는 전략을 배워보자.

◇경쟁에서 승리하는 전략이 필요 = 많은 사람은 사업이 성공할 것으로 가정하고 창업을 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처럼 시설과 인력을 갖추면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단순한 생각으로 창업을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마치 남이 산에 오르니까 나도 등산화 신고 배낭 메고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준비가 안 된 사람이 고산등반을 할 경우 많은 위험이 따른다. 등반을 하다가 추락하기도 하고 길을 잃어 미아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심장이나 호흡기에 이상이 생겨 생명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은 높은 산에 오르는 것 못지않게 리스크가 크다. 가장 큰 리스크는 경쟁이 치열해 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음식점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음식점수는 60만 곳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인구를 음식점 수로 나누면 한 음식점 당 평균 고객 수는 83명이다. 잠재 고객의 수로 볼 때 많은 음식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 상황에서 성공하려면 특별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보통의 평범한 방법으로 경쟁우위에 서기는 쉽지 않다.

◇승산이 있을 때 도전하라 = 자영업을 시작할 때는 맨 먼저 승산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싸워서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를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이것을 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한다. 많은 전략가들은 승산이 있을 때 싸우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삼국지>의 조조는 승산이 없는 싸움을 절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바둑에서도 자신이 유리한 상황, 즉 승산이 있을 때 싸우라고 한다. 상황이 불리하다면 싸움을 피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승산이 있는지를 알 수 있을까? 사업을 벌여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는 것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 고객분석을 해야 한다. 또한 사업의 성패는 환경적 여건과 능력 요소에 따라 좌우되므로 이것도 분석해 보아야 한다. 마케팅에서 흔히 하는 SWOT분석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 환경적인 기회 요인과 위협 요인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 분석이 만능은 아니지만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는 유용하다. 예를 들어 아동 인구가 줄고 고령화사회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실버산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전략적 매치를 할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의 약점도 생각해야 한다. 그 약점이 중대한 장애가 된다면 그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석을 하다 보면 의외로 괜찮은 틈새시장을 발견할 수도 있다. 경쟁이 극심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강점을 발휘하라 =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경우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전략이 없이 남들이 다 하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입지조건이 아주 좋은 상황이라면 평범한 방법으로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곳이라면 반드시 경쟁자가 끼어들게 되어 있다. 혼자서 재미를 볼 수 있는 블루오션은 쉽지 않은 법이다. 자영업에 뛰어든 순간 이미 치열한 전쟁터에 들어왔다고 생각해야 한다. 고객쟁탈전이라는 쉽지 않은 싸움에 뛰어든 것이다. 이 싸움에서 경쟁상대는 이미 전투를 치르며 어느 정도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또한 상대 중에는 거인처럼 거대한 기업도 있다. 이것은 마치 아프리카의 빈국이 선진국과 중진국과 싸우는 것과 같다. 이런 여건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자신만의 강점을 발휘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차별화 전략이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요소로 싸움을 해야 한다. 공격에 능한 축구팀은 자신의 공격력으로 승리를 거두려 한다. 바둑에서 펀치력이 센 사람은 전투력으로 승부를 하려고 한다. 반대로 집차지에 능한 사람은 집짓기로 승부하려고 한다. 비즈니스에서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사업과 결합할 필요가 있다. 연예인이나 유명 선수라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이용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라 = 경쟁력을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주변의 이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바둑에서는 ‘세력’을 싸움에 이용하라고 한다. 세력이란 자신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주변의 두터움을 가리킨다. 그것을 잘 이용하는 것이 전투를 잘 하는 비결이다. 자영업자들이 고객을 끌려면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해야 하지만 홍보나 유통과 같은 마케팅도 필요하다. 이런 마케팅에 이용 가능한 자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요즘 세상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은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이용한 SNS다. 페이스북이나 온라인카페 등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알려야 한다. 개인적으로 인맥이 있다면 이것도 유익한 자원이다. 보험 같은 업종은 인맥을 이용하는 마케팅을 주로 쓴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물건을 떠맡기는 식은안 된다. 아는 고객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오도록 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바둑에서 세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1도]에서 오른쪽에 백의 튼튼한 벽이 있다. 이것을 ‘세력’이라고 한다. 이것을 잘 이용하는 것이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2도]에서는 백1로 흑진에 뛰어드는 것이 좋다. 오른쪽 세력을 이용해 흑진을 간단히 깨뜨리고 역으로 백을 공격할 수 있다. [3도] 모양처럼 흑의 미생마가 있는 상황이라면 세력이 있는 곳으로 흑돌을 몰아 강하게 공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주변의 세력을 전투에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경적 이점을 이용하지 않고서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수들은 세력을 유효적절하게 써먹을 생각을 한다.

◇전략적 제휴를 하라 = 자영업자들은 통상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쉽게 하지 못한다. 주변에 유사한 사업을 하는 업체가 있다면 무찌르고 올라서야 할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의 커피숍 근처에 있는 커피숍과 동맹을 맺을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러나 때로는 제휴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쟁을 할 때 하더라도 파이를 함께 키우자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바둑에서는 대마의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싸우다가도 타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전략적 제휴는 업종은 다르지만 관련이 있는 분야와도 맺을 수 있다.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로신왕전에서 우승했다. 한국프로기사회장, KBS 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1309호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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