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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PB·외환 쌍두마차로 영업력↑기대 

해외 사업 비중 40%로 확대 … 시너지 효과 창출은 미지수 


▎사진:중앙포토
국내 금융 업계에서 막내 취급을 받던 하나금융지주가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9월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마무리하며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332조5000억원의 자산 규모와 업계 수위의 영업망을 갖춰서다. 통합 시너지 효과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다는 측면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의 당면 과제는 영업 경쟁력 제고다. 핵심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의 영업점·직원 수는 국민은행에 이어 업계 2위다. 하지만 신뢰도와 인지도 등 비정량 지표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금융업은 고객과의 신뢰가 밑바탕인 업종인 만큼 브랜드 가치는 영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나금융은 경쟁 은행에 비해 역사가 짧고, 4위 이미지가 강하다. 통합 효과로 인지도가 다소 오르기는 했지만, 자산 규모에 걸맞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진 못했다. 이런 가운데 계좌이동제와 인터넷은행 출범은 위기 요소다. 특히 계좌이동제로 국민·신한은행 등의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

하나금융은 KEB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부문 경쟁력을 토대로 영업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 직원 대상의 자산 관리 교육으로 PB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편, PB서비스의 대중화를 통해 영업 확장과 고객 충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통합 이전 하나은행은 은퇴·노후설계, 펀드·부동산 등을 이용한 자산증식 프로그램으로 10여년 전부터 PB 명가로 통했다. ‘유로머니’가 선정하는 ‘한국 최우수 PB은행상’을 8번 수상할 정도로 해외 평판도 좋다. “영업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첫 단추는 인재 양성이다. PB명가 하나은행의 강점을 더욱 살리기 위해 전 직원의 PB화를 추구할 것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취임 일성에도 하나금융의 경영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다수 고객에 개인 재무설계


KEB하나은행은 조직 출범과 함께 지점 PB 1700여명을 새로 선발해 전 영업점에 배치했다. 5000만원 이상 금융자산 보유 고객에서 3000만원 이상으로 문턱도 낮췄다. 또 오래 거래한 고객은 누구나 PB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PB들만 사용하던 ‘PB 전용 자산관리 시스템’을 전 영업점에 개방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의 자산 규모와 투자성과 분석, 상속·부동산·금융종합소득과세 등 개인 재무설계와 포트폴리오설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금융은 은행 부문의 PB서비스 강화를 지렛대로 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 등의 시장지배력과 경쟁력도 높여 은행에 편중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포석이다. 하나금융의 총자산 대비 비은행 부문 비중은 16.83%(2015년 3분기 기준)로 신한금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나-외환의 화학적 결합이 관건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강점인 외국환 분야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전 직원을 외환 전문가로 키워 고객을 잡겠다는 계획으로 외환 전문가로 구성된 교육팀이 일선 영업점을 돌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출입 기업의 외환업무를 도맡는 수출입업무 직거래 점포도 40개에서 160개로 확대한다. 이와 더불어 해외 시장 확대도 노린다. 하나은행은 김승유 전 회장 때부터 중국·베트남에 적극 진출했다. 외환은행은 홍콩과 미주 지역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췄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24개국에 127개의 법인·영업점·지점·출장소를 두고 있다. 이를 단계적으로 키워 현재 10%인 해외 사업의 이익 비중을 2025년에는 40%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시범단계지만, 캐나다 외환은행이 모바일금융 플랫폼인 ‘1Q뱅킹’을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식해 이익 창출을 꾀하는 등 해외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하나은행의 소매금융·자산관리·PB 부문의 경쟁력과 외환은행의 기업·무역금융·글로벌 네트워크의 강점이 결합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의 이런 전략에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은행들의 PB·외환 서비스 수준이 평준화돼 하나금융이 비교우위를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PB·외환 서비스 분야의 은행 간 격차는 크지 않고, 서비스도 대동소이하다”며 “PB나 외환은 물론 소매금융·신용카드 등 각 분야의 은행 수익 비중이 비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의 올 3분기 방카수수료 수익은 5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급감했고, 신탁 잔액도 5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 줄었다. 외환 부문 역시 올 3분기 257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 감소했다. 특히 중장기 실적의 향방은 시너지 효과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아직까지는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통합 이전에 두 은행 모두 소매금융에 집중한 탓에 고객이 겹치고, 신용카드 등 비은행 부문의 역량도 뛰어나지 않다. 김은갑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은행과의 통합 비용이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익 모멘텀이 낮아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두 조직 간 화학적 결합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하나금융은 경영진 중심의 집단문화가, 외환은행은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중시하는 개인문화가 뚜렷한 조직이다. 일선 부서에서 마찰이 생길 여지가 있다. 현재 복수노조인 KEB하나은행의 통합 노조위원장 선출을 전후해 노사 간 기싸움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전산통합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평가전문위원은 “하나SK카드-외환카드의 전산통합 과정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며 대규모 고객 이탈이 발생했던 사례처럼 시스템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며 “노사나 직원 간 갈등 발생, 중복 고객의 이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은행이 저금리·저성장을 극복하려면 비은행 부문에서 이익을 내거나 고정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조직 효율화, 중복 비용 제거 등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1310호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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