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소비자 이익 생산자 이익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독일의 자동차 그룹 폴크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지난 9월 19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년의 조사 끝에 폴크스바겐의 2000cc급 디젤 차량에 유해가스 배출량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이 장착됐다고 밝혔다. 회사 경영진들은 미국 측의 실험 환경이 다른 탓이라며 부인하다가 조작 소프트웨어가 발각되자 그제야 배출량 조작을 인정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11월 2일, EPA는 2014~2016년형 3000cc급 차량 일부에도 배출량 조작 장치를 심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은 클린 디젤을 내세우며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와 GM을 제치고 1위까지 오른 글로벌 초일류 그룹이다. 폴크스바겐 외에도 아우디·포르쉐·벤틀리·람보르기니 등의 브랜드를 거느리는, 기술면에서도 세계 최강의 자동차 그룹이다. 이런 회사가 2009년부터 최근까지 전 세계의 규제당국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만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이상이다. 그동안 배출량 조작 프로그램을 장착해 판매한 차량이 1000만대를 훌쩍 넘는다고 하니 앞으로 벌금, 리콜 및 수리, 손해배상에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수십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렇게 천문학적 액수로 보속(補贖 : 죄의 값을 보상함)을 해도 실추된 명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돈으로 과거의 잘못을 보상할 수는 있어도 회사의 신뢰까지 복원할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식회사는 17세기 초에 네덜란드에서 태동한 이후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여럿 있었다. 이번 건도 그중의 하나로 오랫동안 기억될 만하다. 그 이유는 피해의 규모와 범위가 크기 때문만이 아니다. 자동차산업에서 대규모 리콜과 벌금은 낯설지 않은 일이다. 2009년 도요타는 가속페달 결함 때문에 700만대를 리콜했고, GM은 점화장치 결함을 이유로 지난해 260만대를 리콜하는 등 약 6조원에 이르는 보속 비용을 지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전의 사건들은 부품이나 기술의 결함의 문제지만, 폴크스바겐 사건은 의도적 기만행위라는 점에서 문제의 성격과 죄질이 다르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1311호 (2015.1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