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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 노리는 테슬라 모터스] 제2의 이케아 신화 쓸까 

모델3 앞세워 제주도 상륙 가능성... 본격 판매 시기는 미정 


▎엘런 머스크 테슬라 모터스 CEO가 전기차 SUV ‘모델X’를 소개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도 없다. 최근 100년 동안 자동차 시장에 새롭게 진입해 성공을 거둔 업체는 드물다. 기존 기업의 축적된 기술력, 소비자들의 보수적 소비 패턴, 견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기 힘들다. 기존 자동차 브랜드의 기술이 진화해 신생 업체나 벤처가 갈수록 진입하기 힘든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런 전망을 비웃듯 등장한 회사가 전기차 제조기업 테슬라 모터스다.

테슬라는 출발부터 독특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로 2002년 출발했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을 만든 엘런 머스크가 창업한 회사로도 주목을 받았다. 2008년 고성능 전기차 로드스터를 출시해 많은 이를 놀라게 했고, 2012년 모델S를 선보이며 자동차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회사가 됐다. 처음 출시한 로드스터는 별다른 마케팅이나 홍보 없이도 미국 시장에서 2500대가 팔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깐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2009년 미국 정부가 ‘전기차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한 465만 달러로 모델S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2015년 3분기까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팔린 테슬라 자동차는 3만 3000여 대다.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 테슬라가 한국에 상륙한다. 12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로 법인 등록한 것이 확인됐다. 미국 본사에서 이사 겸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토드 앤드루 마론과 수잔 진 레포가 한국법인의 공동대표를 맡는다. 테슬라는 법인 등록 이전부터 한국 시장 진출에 의지를 보였다. 경기도 일산에서 11월 열린 ‘에너지 포럼 코리아 2015’에 참석한 제프리 스트라우벨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국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7월에는 테슬라 공식홈페이지에 한국 담당 직원을 모집하는 공고가 오르기도 했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3’


▎테슬라 모델S.
법인등록은 했지만 테슬라 자동차의 국내 판매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당장 제품을 들여와 팔기에는 몇몇 어려움이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는 환경부·국토교통부와 같은 여러 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테슬라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한국의 전기차 인프라 구축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딘 것도 테슬라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스트라우벨 CTO는 한국 진출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한국 진출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인프라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현재 테슬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중인 자동차는 두 가지다. 세단 모델S(약 9400만원)와 SUV 모델X(약 1억6000만원)다. 가격은 비싸지만 성능은 뛰어나다. 모델S와 모델X의 등장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2016년에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라인업에 추가할 계획이다. 디자인은 모델S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성능은 조금 떨어진다. 대신 출시가격이 4000만원 이하로 예상돼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한국에서 전기차 구입자에게 제공하는 정부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감안하면 2000만원 후반의 가격에 모델3를 살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테슬라가 한국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삼을 지역은 제주도, 공략 첨병의 역할은 모델3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규모는 여전히 작다. 전기차 수요가 많지 않은 한국 시장에 투자할 여력이 안 된다. 어느 정도 인프라가 깔린 지역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유일하다. 국내 전체에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의 절반 이상이 제주도에 집중돼 있다.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기차 활용도가 높다. 또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다. 현재 BMW i3, 르노삼성 SM3 ZE, 기아차 레이가 경쟁하고 있는데 가격만 놓고 비교해도 모델3가 밀리지 않는다. 경쟁자를 압도할 만한 성능도 갖췄다.

테슬라의 등장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 글로벌 가구 업체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할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케아는 한국 진출 선언 후 많은 가구 업체의 견제를 받았다. 크고 작은 악재에 시달리면서도 빠르게 성장했다. 올 한 해 동안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팔아 호응을 얻었다. ‘이케아가 한국 가구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케아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국내 가구 업체도 혁신을 거듭했다. 테슬라 역시 경쟁모델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에 성능이 뛰어난 차를 생산한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테슬라가 ‘제2의 이케아’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박스기사] 테슬라 모델S는?

역발상으로 높은 진입장벽 뚫어

테슬라의 등장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전까지 전기차는 환경을 위해 태어난 차였다. 가솔린이나 디젤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사용해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기차를 개발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품은 배터리다. 상당수 전기차가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200km가 안 된다.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용량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면 차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가 커진다. 가격 또한 크게 올라간다. 대부분 자동차 브랜드가 배터리 크기를 조절해 자동차 가격과 무게의 최적 조합을 찾는 데 주력했다.

엘런 머스크는 달랐다. 그는 전기차의 모터가 가진 성능에 주목했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처럼 전기차 전용 배터리를 쓰지 않았다. 소형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손가락 크기의 리튬이온 전지 6800여 개를 병렬로 연결해 모델S의 배터리를 만들었다.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성능을 가진 차를 만들 수 있었다. 1회 충전 시 가능한 주행거리는 약 400km로 늘었다. 배터리의 무게만 450kg이 넘었지만, 초경량 소재로 차체를 만들어 단점을 보완했다. 모델S의 최대 출력은 300마력이 넘고 최대토크는 43.9kg·m에 이른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초. 말 그대로 수퍼 전기차다.

엘런 머스크는 이어 전기차의 또 다른 강점을 발견했다. 전기차에는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덩치 큰 부품이 필요 없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뺀 나머지 공간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가 엔진룸으로 쓰는 공간이 모델S에게는 트렁크다. 다른 자동차가 흉내내기 힘든 독특한 형태로 차를 디자인 하는 것도 가능했다.

2008년 로드스터에서 문제가 됐던 몇몇 가지 결함이 모델S에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그럼에도 출고가는 로드스터의 절반 수준이어서 지금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분명 후발주자다. 그러나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만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로드스터가 테슬라의 등장을 알리는 차였다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차는 모델S다. 이 차의 본격적 판매가 시작됐던 2013년 테슬라의 주가는 328%가 올랐다.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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