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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겹겹이 쌓이는 M&A 매물] 찬밥인 중소형 매물은 미아될 우려 

대우증권·두산공작기계 우선협상자 선정 불구... 내년 경기 전망 나빠 매각 미지수 


▎사진:중앙포토
연말연시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두산 인프라코어는 2015년 12월 23일 공작기계 사업 부문 매각과 관련해 글로벌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의 사모펀드인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KDB대우증권 역시 16년 만에 산업은행의 품을 떠나 미래에셋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맞이했다. 때문에 벌써부터 병신년(丙申年) M&A 시장이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반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제조업 매물은 - 건설·택배·시멘트 매물 적체


▎KDB대우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박현주 회장.
건설사 M&A 시장은 규모만 보면 거대한 시장이다. 하지만 국내외 건설 경기 불황 전망이 나오면서 M&A 시장은 얼어붙었다. 건설사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부터 매각을 추진 중이던 극동건설은 네 차례 시도 끝에 세운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맞이했다. 하지만 선정 직후 극동건설은 법정관리 졸업 1년 4개월 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인수희망자가 제시한 가격과 회사가 갚아야 할 회생채무(약 1135억원)의 차이가 커 중재자(법원)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는 게 극동건설의 설명이다.

모회사인 STX그룹이 경영난에 빠지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매물로 나온 STX건설도 매각이 유찰됐다. STX건설 매각주간사인 PwC삼일회계법인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2015년 12월 23일 STX건설 매각 유찰을 결정했다. 본입찰에 1곳이 참여했지만, 법원에서 정한 인수기준에 못 미치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15년 연내 매각이 기대되던 동부건설도 매각이 결렬됐다. 법원이 2015년 10월 부실채권(NPL) 전문 운용사인 파인트리 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본계약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시한이 세 차례나 연기된 끝에 결국 무산된 것이다. 동부건설이 투자한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무산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매물 과잉이다. 2015년 11월 들어 추가 매물이 줄줄이 등장했다. 울트라건설이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2016년 상반기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동아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중앙지법 파산 제22부는 2015년 11월 동아건설 매각을 위한 매각 주관사 선정 요청을 승인했다. 우림건설·성우종합건설이 2015년 하반기 매각 공고를 냈지만 원매자가 없어 매각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건설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류 업계에도 알짜 매물이 잇따라 나왔지만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내 4위 택배 업체 로젠택배의 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는 2015년 11월 30일 JP모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로젠택배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로젠택배는 KGB택배 지분 72.2%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로젠택배와 KGB택배가 시장에 모두 매물로 나온 셈이다.

국내 3위 물류 업체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은 무산됐다. 당초 최고 1조원대의 매각가가 거론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해외 매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부익스프레스는 동부인천항만을 비롯한 육상운송과 해상운송, 고속버스 등 다방면의 운송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알짜매물로 꼽혀왔다.

대우로지스틱스 역시 본입찰이 두 차례나 연기됐다. 2015년 6월 본입찰 예정이었으나 매출·영업이익 등 실적을 재추산해 몸 값을 높이겠다며 2015년 10월로 본입찰을 연기했다. 하지만 본 입찰 참여자가 없어 2016년으로 다시 한 번 본입찰이 미뤄졌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동양시멘트 지분 일부(19.09%)와 쌍용양회가 시장에 나와 있다. 하지만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잔여 지분 매각은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삼표·유진기업·한일시멘트 등이 모두 발을 빼면서 무산됐다. 공개 매각이 진행 중인 국내 시멘트 업계 1위 쌍용양회는 본입찰에 한앤컴퍼니와 한일시멘트 등 두 곳이 참가했다. 하지만 쌍용양회의 2대 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와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채권단)가 쌍용양회 우선매수권을 놓고 법정에서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어 안개 속이다.

한때 매각가로 3조원이 거론되며 2015년 하반기 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코웨이도 2016년으로 매각 계획이 넘어갔다. 칼라일이 실사를 중단하고 하이얼도 중도 포기한데 이어 CJ마저 본입찰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11월 30일 매각 본입찰 접수를 마감했지만 입찰에 참가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두산은 신규 사업 확대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사업을 매물로 내놓았다. 두산은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면서 중공업에서 소비재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두산은 군사장비를 생산하는 방위사업체 두산DST를 시장에 내놨다. 업황이 나빠져 어려움을 겪던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모두 매각되면 두산은 최대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동부그룹의 경우 자금난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계열사를 M&A 시장에 내놓은 사례. 하지만 동부건설,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무산 된 데 이어 동부팜한농 매각을 두고도 동부그룹과 동부팜한농 재무적투자자(FI)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2015년 11월 30일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일정이 지연되다 12월 24일 LG화학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동부제철은 2016년 4월 매각을 목표로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에게 티저레터를 발송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한국형전투기 개발 사업과 수출 호조 등으로 주가가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16년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금호타이어 채권단도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2016년 1월 자문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편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31.46%), 한국GM(17.02%) 등은 3년 내 단계적 매각이 추진된다.

금융권 매물은 - ‘미래에셋+대우증권’ 초대형사 나올까


제조업과 달리 금융 업계는 새 주인이 될 후보를 찾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자기자본이 4조2581억원에 달하는 대형 매물 KDB대우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KDB대우증권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12월 24일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 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2월 최종 협상이 마무리되면 자기자본 규모 7조8000억원 수준의 대형 증권사가 탄생한다.

LIG투자증권의 모회사인 KB손해보험은 2015년 11월 17일 케이프인베스트먼트를 LIG투자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해 LIG투자증권 매각은 현재 최종 단계인 대주주 변경승인만 남겨둔 상황. 다만, 노동조합이 매각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LIG투자증권지부는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앞에서 ‘KB금융지주 규탄결의대회’를 여는 등 투쟁 일변도다. 한만수 LIG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케이프인베스트먼트는 단순히 매각 가격을 가장 높게 썼다는 이유만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건전한 자본·고용승계 가능한 자본·비전을 가진 자본에게 매각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리딩투자증권도 LIG투자증권과 비슷한 상황이다. 2년 전부터 매각을 시도했지만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됐던 리딩투자증권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를 찾았다. 리딩투자증권 매각 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은 2015년 11월 AJ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AJ인베스트먼트는 렌털 전문 기업인 AJ네트웍스 계열의 리스 회사다. 주식매매계약·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16년 초 딜이 마무리된다. 다만, 복잡한 지분구조가 변수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9.98%), 대성목재(9.98%), 이금화 대업스포츠 대표이사(8.37%), 한국교직원공제회(8.34%), 아이더블유엘파트너스(유)(7.82%), 대업스포츠(7.77%), KDB생명(5.17%) 등으로 지분이 나뉘어져 있다. 이 중 기관투자자는 그간 리딩투자증권의 부실 경영과 증자 실패 등의 책임을 뒤집어 쓸까 봐 경영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리딩투자증권의 지분 16.14%를 보유한 이금화 대표 이사와 대업스포츠가 지분을 매각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간 리딩투자증권은 큐캐피탈파트너스, 동화홀딩스, 옥터스인베스트먼트 등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2014년 10월 미국 씨티그룹이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매물로 나왔던 씨티캐피탈의 경우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인수한다. 한국씨티은행은 2015년 12월 15일 “자회사인 한국씨티그룹캐피탈 주식 전량을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OK저축은행을 출범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종합금융사 도약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씨티캐피탈의 인력과 노하우가 그룹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새 주인과 짝짓기 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매각을 수차례 재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증권은 2015년 연내 매각이 무산됐다. 현대그룹은 최근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했다. 2015년 1월 30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오릭스PE가 선정되고 6월엔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결국 10월 19일 주식매매계약이 해제됐다. 오릭스 PE는 “대외적인 시장 환경에 부정적인 변화가 발생해 해지했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기존 현대증권 2대주주인 자베즈 사모펀드와 현대그룹의 이면계약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증권 매각은 2016년 상반기 매각이 재추진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골든브릿지증권 등 중소형 매물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찬밥 신세다. 2012년부터 매각을 추진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재 중국 자본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진행 속도가 더딘 편이다. 골든브릿지증권도 지난 11월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주주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지분 매각을 포함한 자금조달 및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위해 국내외 투자 의향자와 관련 사항을 협의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공시한 바 있다.

2016년부터 생명보험사도 M&A 시장에 대거 쏟아진다. MBK파트너스가 2년 전 인수한 ING생명을 시장에 내놓을 시점인데다, 알리안츠생명·PCA생명도 한국시장 철수를 고민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MBK파트너스는 2016년 상반기 ING생명을 매각할 전망이다. MBK파트너스가 금융위원회와 약속한 매각 제한 시점인 2년이 지났고, 2년 동안 영업실적과 기업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1조8400억원에 ING생명을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현재 2조4000억~2조5000억원 가량의 가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KDB생명 역시 산업은행이 재 매각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KDB생명은 앞서 매각이 2차례 이상 유찰된 바 있어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산업은행은 국내 회사에 KDB생명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PCA생명의 모기업인 영국 프루덴셜생명도 아시아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PCA생명 매각을 추진 중이다.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인수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프루덴셜생명은 지난 2015년 5월 일본 PCA생명을 일본 SBI홀딩스에 6800만 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한편 알리안츠SE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알리안츠생명은 JP모건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인수자를 찾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2014년을 제외한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캐피털사의 경우 2015년 11월 24일 KDB산업은행이 KDB산은캐피탈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예비입찰에 SK증권-HJA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만 단독 입찰하면서 국가계약법상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온 업체의 상당수는 2015년 연내 매각을 목표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는 2016년에도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M&A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M&A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M&A를 통한 화학적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M&A가 의미가 있다”라며 “연내 매각 등에 구애받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도 “2016년에도 저성장 국면이 계속되고 업황 부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매수자가 등장하지 않는 장기 매물이 다수 존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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