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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귀헌의 ‘질문 레시피’ 2016년 당신의 목표는?] 가슴 설레게 만드는 계획 세워라 

목표 달성한 직장인 절반뿐... 좋아서 꼭 하고 싶은 일 골라야 

권귀헌 질문연구소 SMART Q-Lab 소장

월화수목금금금. 휴일 없는 직장생활은 끔찍하다. 12월 달력을 넘겼는데 13월, 14월이 이어진다면 아마 적지 않은 사람이 혀를 내두르며 나가떨어질 것이다.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도 있는 법이다. 생각해보면 늘 주어지는 것이라 인식하지 못했지만 어떤 일에 시작과 끝이 있다는 건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는 심리적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대부분의 사람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1년을 준비한다. 물론 해가 바뀌어도 사이클이 반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새해 덕분에 우리는 심리적 재충전을 할 수 있다. 마치 축구시합의 전·후반전 사이에 있는 하프타임과 닮았다. 게다가 360개월이나 480개월에 한 번이 아니라 무려 12개월마다 한번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새해 목표의 역설

많은 사람이 새해 목표를 정한다. 조직에 따라서는 구성원마다 목표를 써내게 한 다음 연말에 확인해볼 생각으로 타임캡슐이란 박스에 넣어 보관하기도 한다. 획기적인 아이템을 개발하겠다, 승진하겠다, 토익 900점을 넘기겠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겠다, 1000만원을 모으겠다, 집을 마련하겠다, 책을 100권 읽겠다 같은 비교적 구체적인 목표부터 살 빼겠다, 연애하겠다, 취업하겠다, 효도하겠다, 아이들과 잘 지내겠다, 아내에게 화를 덜 내겠다, 운동하겠다, 여유를 갖겠다 같은 다소 두루뭉술한 목표에 이르기까지…. 궁리 끝에 수많은 바람이 탄생하느라 심리적 베이스캠프는 분주하다.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직장인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2015년 새해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응답자의 43.2%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평균 3개의 목표를 추진했는데, 무려 30개나 세웠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51.1%) ‘생업이 바빠서’(30.6%) ‘너무 무리한 계획을 세워서’(9.5%) 순이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목표 자체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이다. 조직에서 요구하는 자격이라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남들 사는 만큼은 살기 위해 선정한 목표가 대부분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업무 관련 자기계발을 새해 목표 1순위로 올렸다. 뜨거운 에너지를 바탕으로 결정했지만 놀랍게도 그 밑바탕에는 자신을 둘러싼 외부의 압력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목표로 했던 일이 ‘너무 좋아서 안 하고는 견딜 수 없었던’ 적이 있었나.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만든 새해 목표는 거창하기 쉽고, 1년이란 장기 목표일 가능성이 크다. 바꿔 말하면 애정이 넘치지 않는 목표를 1년이나 끌고 갈 의지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는 말이다.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어느덧 연말에 남는 것은 올해도 변함없이 말뿐이었다는 자괴감이고, 다시 1월 1일이 온다는 안도의 한숨이다. 새해 목표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주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새해 목표의 또 다른 문제는 목표 자체 외에는 주인의 관심을 차단한다는 점이다. 주어진 하루도 버티기 힘든데 목표 이외의 흥밋거리에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즉, 목표를 정하게 되면 정작 자신이 좋아하고 에너지를 불러오는 일을 만나더라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이다. 세상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새해 목표로 잡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문제점은 새해 목표가 길어야 며칠 밤의 고민 끝에 나온 결과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연말에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 해를 돌아보며 어떤 경험, 사람, 생각들이 나에게 행복과 성장을 안겨주었는지 돌아보는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2015년 한 해만 제대로 돌아봐도 자신이 새해에는 어떤 경험을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며,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누구나 성장하기를 원한다. 어제보다 오늘, 작년보다 올해 더 나아지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변화를 주저하며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다. 그런데 변화 없는 성장이 가능할까. 성장이란 어제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변화관리의 권위자인 그레고리 셰어는 신념과 가치를 강조한다고 해서 행동이 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큰 병에 걸리고도 담배나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그의 말을 이해하기 쉽다. 그는 구체적인 행동이 신념과 가치를 바꾸고 문화를 바꾼다고 했다. 정신무장만 강조해서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리를 장악하고 있는 새해 목표를 뜯어내는 작은 행동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자. 그 다음에 해야 할 몇 가지 행동을 아래와 같이 제안해본다.

구체적 행동이 신념·가치·문화 바꿔

첫째, 2015년을 반드시 결산하라. 처음이니 여러 분야를 망라하기는 힘들 것이다. 자신을 가장 웃음 짓게 했거나 만족스러웠던 일에서 교훈을 뽑아보자(물론 고통스러웠던 경험도 좋다). 그 일이 어떤 경험이었는지(새로운 도전, 인간관계가 얽힌 고민, 재미 있는 학습과 체험, 육체적 흥분 등), 누구를 만났는지, 그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과 같은 곁가지를 뻗어보자. 경험, 사람, 생각이 아니어도 좋다. 어떤 이들은 장소나 시간, 물건을 더 중요한 요소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끌어냈던, 행복한 기운을 안겨준 ‘행복거리’를 찾아보는 것이다. 페이스북, 블로그, 다이어리, 스마트폰의 사진첩, 카카오톡 메시지 등 우리에게 지난 한 해에 대한 정보를 줄 매체는 무궁무진하다. 반드시 결산하라.

둘째, 결산이 끝났다면 그런 ‘행복거리’들이 나를 어떻게 바꿔줄 수 있는지 상상하는 것이다. 행복을 안겨준 경험, 사람, 생각이 올해 더 풍성해진다면 작년보다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매년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영어점수나 자격증 같은 지식이나 기술, 날씬하고 균형 잡힌 몸매 같은 것 말이다. 측정 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정말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측정 가능하지 않다. 포용력, 배려, 창의성, 남다른 관점 같은 역량은 누구나 원하지만 어떻게 얻는 것인지, 측정은 할 수 있는지 모호하다. 새해에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바로이 부분이다.

셋째, 측정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주 근시안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다. 가능하다면 하나만 설정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나에게 통찰을 안겨줄 새로운 사람을 1주일에 한 명 만나겠다’ ‘관심분야의 세미나를 찾아서 2주에 한 번 참석하겠다’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작년에 했던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올 한 해 동안 깊이를 더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그러나 간단해 보이는 이 목표도 실천하다 보면 수많은 아이디어를 잉태하고 새로운 과업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러니 목표는 간단하고 적을수록 좋다. 그래야 달성 가능하다. 자신의 새해 목표를 자신한다면 그대로 밀고 가라. 그러나 위에서 말한 세 가지의 문제점이 보인다면 주저 말고 다이어리를 찢어버려라. 어차피 이루지도 못하면서 속만 상하게 할 녀석들이다. 그 대신 지난 한 해를 결산하면서 교훈을 찾아보자. 어떤 일이 나를 성장하게 했고 행복하게 했는지. 그리고 그런 일을 올 한 해 더 많이 해보는 것이다.

권귀헌 - 어떤 질문을 해야 삶이 풍요로워지는지 연구하는 조용한 혁명가로 질문연구소 SMART Q-Lab을 운영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세계를 이끄는 한국의 최고 과학자들], [질문하는 힘], [삶에 행복을 주는 시기적절한 질문] 등이 있다.

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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