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이다. 먼저 변하지 않으면 엄중한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혁신과 차별화를 통해 핵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사회 공동체로서 역할을 다하고, 조직문화 개선에도 노력해 달라.’ 국내 10대 그룹 총수의 올해 신년사에 담긴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10대 그룹 신년사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변화’였다. 27번 등장한다. 다음으로는 ‘경쟁·경쟁력(24회), ‘어려운·힘겨운(22회)’, ‘위기·위협·리스크(22회)’ 순이었다. 예전 신년사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구조개편·사업구조’, ‘기업·조직문화’를 언급한 총수도 적지 않았다. 그룹별로 진행 중인 사업구조 개편을 독려하고, 명예·희망퇴직과 인력 재배치 등으로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본지가 10대 그룹 신년사 전문에 쓰인 단어를 분석한 결과다(이재용 부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삼성그룹은 분석에서 제외했다).경기 침체 지속에 따른 위기감이 신년사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위기와 불확실’이 신년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환율 및 유가의 불안정 등 어려운 경영환경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자칫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도 세계 경제는 불안이 가중되며 어렵고 힘들 것”이라며 “일각에선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역시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고, 추가적인 위협 요인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총수들이 제시한 대안은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그룹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성장을 위한 중요한 지점에 와 있다”며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변화와 혁신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우리의 역량 중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해, 강점이 있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고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성장 기반 마련예년과 달리 기업·조직문화 개선과 사업방식 변화를 언급한 총수가 많았던 것도 올해 신년사의 특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솔직함과 신뢰의 기업문화를 확산해 나갈 것”이라며 “시장에 솔직할 때 소통의 코스트가 줄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방산·화학계열사를 인수한 김승연 한화 회장은 “그룹 내부에서부터 다양한 편견의 벽을 허물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기업문화, 다양성과 창의가 존중받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가자”고 주문했다. 구본무 회장은 “자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사업방식의 혁신”을 내세웠다. 구회장은 “상품 기획과 연구·개발(R&D), 생산·마케팅 등 모든 활동이 고객이 열광하고 감동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에 철저히 맞춰져야 한다”며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자”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기존의 사고와 관습, 제도와 사업전략은 모두 버려달라”며 “익숙함은 과감히 포기하고, 변화에 선제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했다.그룹별 핵심 목표와 어젠다도 신년사에 나타났다.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813만대 생산·판매’를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제네시스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고,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체인지 투게더(Change Together)로 정했다”며 “2016년 첫 번째 목표는 흑자 달성”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올해를 ‘혁신과 내실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기반 구축의 해’로 정했다. 김승연 회장은 “뉴노멀 시대에 부합하도록 품질력 1위, 수익성 1위, 고객가치 1위의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인더스트리 4.0 추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더 강력한 팀 두산(Team Doosan)을 구축해 시장에 강력한 임팩트를 주면서 성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GS그룹은 수익성 확보와 성장기반 마련,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인재가 모여드는 선순환의 조직문화 정착을 목표로 내세웠다.-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