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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연 기자의 ‘스칸디나비안 파워’ ⑭ 아사아블로이(ASSA ABLOY)] ‘자물쇠부터 첨단 도어록’까지 세계를 잠그다 

스웨덴의 글로벌 보안전문기업 ... 200여 기업 M&A 통해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사진:아사아블로이 코리아 제공
글로벌 홈퍼니싱 업체 이케아가 2014년 12월 경기 광명시에 국내 1호점을 냈다. 전 세계 300여 곳에 달하는 이케아 매장 중에서 광명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매장 입구에는 1300여 개의 소비자용 사물함이 들어섰다. 쇼핑 전후 무거운 짐을 보관해 고객들이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사물함에 들어간 잠금장치는 스웨덴 보안전문 기업 아사아블로이(ASSA ABLOY) 그룹 브랜드 유니락의 제품이다. 이 디지털락 제품은 별도의 열쇠가 필요하지 않고, 비밀번호 네 자리를 설정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숫자로 임시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1회에 한해 락커를 여닫을 수 있어 이용 고객이 많은 대형마트나 호텔·스포츠센터 등에서 쓰기 적합하다.

아사아블로이는 잠금장치·보안설비 분야에서 세계 1위인 글로벌 기업이다. 2014년 약 8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시장점유율은 10%에 달한다. 이 회사는 출입 통제, 신원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한 출입 자동화 시스템과 건물 보안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세계적으로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2014년 사상 최대 규모인 연매출 8조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제품은 잠금장치와 출입구 장치와 같은 기계 안전문, 방화문 등이다. 무선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해 물리적인 접촉 없이 감시와 접근 제어가 가능한 인식 기능 장치 제품도 있다. 초기에는 자동문이나 회전문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건전지를 이용한 디지털 번호판과 디지털 도어록 제품이 대중화되며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1881년 스웨덴에서 출범


아사아블로이 그룹은 1994년 출범했지만 이 회사의 역사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아사아블로이는 스웨덴 회사인 아사(ASSA)와 핀란드 기업인 아블로이(ABLOY)가 합병한 회사다. 각각 1881년과 1907년에 설립됐다. 먼저 창립한 아사의 역사는 1881년 스웨덴 동남부에 자리한 에스킬스투나 지방에서 시작됐다. 창업자 어거스트 스텐만은 이 지역의 한 경첩 공장을 인수해 회사를 설립했다. 스텐만은 경첩이 장착된 자동화 기계를 최초로 제작했는데, 기계에 들어가는 나사못 역시 직접 제조했다. 1935년 나사 제조회사를 인수하며 압정 등 관련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곧 생산량의 80%를 해외로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

아사 그룹이 잠금장치 생산을 시작한 것은 1939년 잠금장치와 통로문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공장을 인수하면서부터다. 1946년 처음으로 고안한 잠금장치는 5개 핀으로 이뤄졌지만 점차 정교해지면서 이젠 9만개 이상의 핀이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1960년대 들어 아사의 잠금장치는 볼보·사브 등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에 납품되며 날개를 달았다.

아블로이는 1907년 에밀 헨릭슨이 헬싱키에 설립했다. 같은 해 헨릭슨은 디스크 잠금장치를 발명했다. 이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핀란드 사람들이 자물쇠를 곧 ‘아블로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 자물쇠에 열쇠를 넣어 돌리면 평행하게 늘어선 디스크가 각각 정해진 각도만큼 회전해 사이드바가 디스크 옆에 파여진 홈에 들어가 자물쇠가 열리게 된다. 별다른 추가 보안기능이 없는 초창기 모델이지만 일반적인 핀텀블러에 비해 따기가 어렵고, 자물쇠를 열기 위해선 아블로이 전용 열쇠가 필요해 보안성을 높였다. 정교한 잠금장치를 개발한 아사와 열쇠로 자물쇠를 여는 기술을 갖춘 아블로이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두 회사는 1994년 합병을 계기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세계 최대 잠금장치 생산 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룹 아닌 사업부에서 인수 기업 고르고 관리


시작부터 두 회사의 합병으로 출발한 아사아블로이는 그 후 수많은 M&A(인수·합병)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이 회사가 지난 20여 년 간 인수한 기업은 200여 곳에 달한다. 아사아블로이에게 기업인수는 중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다. 4만4000여 명의 직원 역시 대부분 기업 인수를 통해 회사에 합류했다. 이 회사의 기업 인수 과정에는 세 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우선 그룹 차원이 아니라 해당 사업부가 인수 기업을 소유하고 관리한다. 그룹은 기업 인수 과정을 돕고, 브랜드의 품질 보증만 책임진다. 인수 대상을 심사할 때 재정 상태는 물론 목표로 하는 성장률과 비용, 시너지 효과 등을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수 후엔 이전 기업의 기업 정신은 물론 조직 체계 등에 유연성을 기해 인수 회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아사아블로이는 2004년 12월 한국에 처음 진출하면서도 도어록 관련 국내 업체 5곳을 잇따라 인수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대표적인 인수 사례가 국내 디지털 도어록 제조·판매 1위 업체였던 유니락이다. 2010년 설립된 유니락은 일본과 중국 지사를 통해 비즈니스호텔 등에 납품했고, 핀란드와 터키에도 총판을 둘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아사아블로이 코리아는 2014년 유니락 지분 100%를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밖에 국내 자동문 제작·설치 업체인 베삼코리아와 삼화정밀, 손잡이 제조 업체 엔젤금속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07년에는 ‘게이트맨’으로 잘 알려진 국내 업체 아이레보 지분 33.4%를 170억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아이레보는 빠른 성장을 구가하며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점했지만, 대기업 등 후발 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뛰어난 제품력에도 자본 경쟁에서 결국 밀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1위 업체 인수로 아시아 진출 날개 달아


▎1. 아사아블로이의 전신이 된 아사의 창립자 어거스트 스텐만. 2.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디지털 도어록 모델. / 사진:아사아블로이 코리아 제공
아사아블로이는 국내 기업을 품에 안으면서 당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발판으로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국내 보안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도어록은 다양한 인증 방식을 도입한 출입통제장치로 기술·시장 변화에 민감하다”며 “특히 디지털 도어록 수요가 활발한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인수 업체의 기술과 브랜드를 적극 이용한 것으로 풀이 된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M&A를 통해 아사아블로이가 보유한 브랜드는 현재 100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회사 이름이 낯선 까닭은 인수된 회사 브랜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100개 브랜드 대부분 기존 업체가 쓰던 이름이다. 대신 아사아블로이 로고를 덧붙여 더블브랜드 방식을 택한다. 아사아 블로이 측은 “현지 시장에서 이미 우위를 점한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더블브랜드 방식이 다소 복잡할 순 있지만 소비자에게 친근한 브랜드로 다가가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도어 오프닝 솔루션 사업 분야만 기존 아사아블로이 브랜드를 쓴다. 그 외 분야는 게이트맨(디지털 도어록), 유니락(디지털 락커락), 킹(도어 클로우저, 플로워 힌지), 엔젤(도어 하드웨어) 등 다양한 브랜드로 운영한다. 한국 법인을 세운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사아블로이 코리아라는 한국 법인명보다 자회사인 아이레보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제주 해군기지와 같은 공공시설을 비롯해 백화점·병원·주거시설 등에 아사아블로이 제품이 들어가 있다.

아사아블로이 그룹은 앞으로 더욱 진화된 잠금장치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아블로이 그룹의 요한 몰린 CEO는 “열쇠와 잠금장치는 17세기에도 존재했지만 현대사회에서도 필수적인 물건”이라며 “최근 상업용 시장뿐 아니라 주거시설에서도 각광받는 우리 회사의 클리크(CLIQ)라는 제품은 전자기계식 잠금 시스템으로 스마트한 솔루션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머지 않아 몇 시, 몇 분에 누가 문을 열고 닫았는지 알려주는 전자 잠금장치를 일반 가정에서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정보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더욱 복잡한 전자식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허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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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호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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