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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김동리作 [무녀도]의 ‘티핑 포인트’ 

변화가 일어나거나 급격히 진행되는 변곡점... ‘사회적 전염’ 주목해야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남녀 사이라면 손을 잡을 때, 첫 키스를 할 때가 두 사람 관계의 티핑 포인트가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안 오르더니, 어느 순간 성적이 껑충 뛰는 때가 있다. 스포츠는 뜻하지 않은 실수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묘하게 바꾸더니 대역전극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1914년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총을 맞은 사건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무당은 바야흐로 청승에 자지러져 뼈도 살도 없는 혼령으로 화한 듯 가벼이 쾌잣자락을 날리며 돌아간다’. 무당의 굿거리를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문장이 있을까. 김동리의 [무녀도]는 무당의 굿판을 이렇게 묘사한다. [무녀도]는 무당 어머니와 딸, 그리고 기독교인인 아들의 갈등을 그렸다. [무녀도]는 1936년 발표됐다. 김동리 나이 스물넷이었다. 42년 후 [무녀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내는데, 그게 [을화]다.

경주읍에서 성밖으로 오리쯤 나가서 조그만 마을이 있다. 이 마을 한구석에 모화라는 무당이 산다. 찌그러져가는 묵은 기왓집으로 지붕 위에는 기와버섯이 퍼렇게 뻗어 올라 역한 흙냄새를 풍기고 집 주위에는 앙상한 돌담이 꼬불꼬불 에워싸고 있다. 그 마당에는 수채가 막혀 1년 내내 빗물이 괴어 강아지풀 같은 잡풀이 자라고 있고, 그 아래로는 지렁이와 두꺼비가 구물거리며 항상 밤이 들기만을 기다리는 ‘도깨비굴’ 같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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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호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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