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북한 정권이 달라질까?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광명호 4호를 쏘아 올리면서 국제 사회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유엔이 대북 제재에 나선다고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미지수다. 한·미간 공식 협의가 시작된 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 사드) 체계의 배치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위한 수단일 뿐 북한을 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안은 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베트남과 같은 개혁개방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카터의 외교정책에 비판적이었던 하버드대 국제정치학자 스탠리 호프만은 “국제 정치는 자유주의에 대한 복수였다”라고 말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국제 사회 질서가 정의롭고 평화로운 체제로 진보해 나갈 것이라는 자유주의자의 믿음은 현실에서는 너무나도 이상주의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하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북한도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은 정말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폭군이 개과천선한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중국의 고전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西經)은 중국 고대 왕실에서 일어난 군주와 신하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 성군과 폭군, 그리고 성군이 되도록 보좌한 재상의 얘기가 담겨 있다. 여기에 폭군을 성군으로 만든 유명한 일례가 전해진다.

하나라의 폭군 걸왕을 몰아내고 새롭게 중원에 등장한 나라가 은나라다. 은나라를 세운 탕왕이 발탁한 노예 출신의 이윤은 일국 최대의 재상이 되었다. 그는 원래 왕실의 요리사 출신이었다. 걸왕의 요리사가 되어 주군의 패악을 보고 간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유신국 왕의 딸이 탕에게로 시집갈 때 요리사로 따라가면서 탕의 눈에 들게 되었다. 그리고 탕왕의 요리사에서 중국 역사상 최초의 재상으로 중용되었다. 그래서 재상의 재(宰)는 요리사를 뜻한다.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책임을 졌다는 의미도 있다. 탕왕이 죽자 그 뒤를 이은 맏아들 태갑을 보좌하게 되었는데, 태갑은 어려서부터 왕궁에서 호의호식에 익숙해져 왕위에 오르자마자 방탕한 생활에 빠졌다. 이윤은 태갑을 왕위에서 끌어내려 감금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태갑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개과천선했다. 그리고 다시 왕위에 올라 선정을 베풀었다.

북한의 김정은은 3대에 걸친 세습체제로 권력을 잡은 지도자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북한과 같은 권력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 어이없긴 하다. 어쨌든 김정은은 은나라의 태갑과 같이 어려서부터 부족할 것 없는 대우를 받으며 자랐다. 만약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북한에 이윤과 같은 재상이 있었다면 태갑과 같이 김정은이 개과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맹자는 서른여덟의 나이에 공자와 마찬가지로 주유천하를 시작했다. 맹자는 제나라 선왕을 잘 설득하면 자신의 정치적 이상인 왕도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제나라 선왕은 맹자를 빈객으로 환영했지만 패도정치를 일삼았다. 맹자는 나이 예순에 홀연히 제나라를 떠난다.

춘추시대의 정치는 지금과 무척 다르다. 그러나 모든 권력자들은 왕도정치보다는 패도정치에 매료될 가능성이 크다. 맹자도 실패한 왕도정치의 실험을 생각하면 북한의 김정은이 과연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설지 회의적일 뿐이다.

-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322호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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