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정치에도 시장논리를 도입하자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각 정당이 행사해야 하는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권을 영입인사인 김종인 대표에게 부여했다. 국회의원 공천권을 외부 인사가 결정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당의 지배구조가 고장 나 있어서다. 선거 때만 되면 집행 임원인 정당 지도부 간의 싸움이 벌어진다. 이를 통제할 이사회도, 주주총회도 없다. 회사에 주주가 있다면 정당에는 당원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정당구조에선 당원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이사회를 구성할 권한도 없다. 벌어진 싸움으로 집안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한 심사위원을 외부에서 모셔와야 한다. 정당 지배구조의 실패가 가져온 한국식 정치 진풍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는 곤경에 처한 조직을 살려내야 하는 구원투수다. 1976년 위기의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생을 위해 포드자동차에서 영입한 리 아이아코카 회장과 유사한 입장이다. 아이아코카 회장은 7년 만에 35명이던 임원 중 33명을 경질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7년 만에 부채를 털어내고 7억 달러의 순익을 넘기는 신화를 창조했다. 김종인 대표에 대한 평가는 선거의 승리, 즉 조직의 목표와 합치한다(개인적인 야망이 없다면).

이제 여당을 보자. 역시 혼란스러웠다. 공천 목표가 불분명했다. 여당 의석 수를 최대화하는 게 조직의 목표인지, 권력을 쥐고 있는 이른바 ‘친박’의 지배력 확대가 중요했는지, 아니면 집권 여당의 가장 강력한 비공인 집행임원인 대통령의 레임덕 방지를 겨냥했는지 불분명하다. 조직의 목표와 의사 결정권자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는다. 그 결과가 공천 학살론과 음모론의 근본 원인이다. 공천 갈등에서 나오는 소음이 커질수록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을 위한 경쟁으로 여겨지지 않아서다.

상향식 공천은 당원의 권리로 정상적인 정당구조 아래에서 민주적 원리에도 부합한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회사가 팔 상품 중에서 고객이 원하는 바가 분명한 상품을 골라서 내놓는 방식이다. 마땅히 도입돼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집권당 대표가 주장해온 상향식 공천이 철저하게 배척됐다. 회사가 객관적으로 고객의 성향을 맞추어 시장조사를 할 의도가 없고 그를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제대로 마케팅 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경선이나, 프라이머리 등은 일종의 마케팅이다. 경쟁하는 제품을 내어 놓고 시장 반응을 보며 전략 상품을 고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상품 품질을 판단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상품을 고르라고 강요한다. 특히 우리 정치권은 신상품의 경우 품질은커녕 브랜드를 알릴 기회도 주지 않는다. 이미 편향된 조사에다 제품의 정보도 주지 않는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리가 없다. 당연히 소비자들도 외면한다.

한국의 정치시스템은 지배구조도, 조직관리와 인사제도도, 마케팅 노력과 기법의 기본조차 갖추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독과점이 아니라면 이런 기업이 설 자리는 없다. 바로 퇴출될 것이다. 정치에 시장 논리를 도입하고 싶다. 공천 드라마 수준이 너무 낮다.

-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1329호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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