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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클럽’ 가입한 라인·쿠팡·넷마블 3색 성장 스토리] 글로벌화·서비스 혁신·승부수 적중 

명품 기업으로 가는 첫 관문 통과 … 3사 모두 상장 준비 중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기업에게 ‘매출 1조 돌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기업인들은 1조를 ‘꿈의 숫자’ ‘명품 기업으로 가는 첫 관문’이라 부른다. 1조에 ‘클럽’이라는 단어를 붙여, 따로 묶어 상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3개사가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IT를 대표하는 3가지 분야, 메신저·게임·이커머스에서 동시에 탄생했다. 주인공은 라인주식회사·쿠팡·넷마블. 세 기업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성장 경로와 그 뒤에 있는 3색 리더십을 들여다봤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는 최근 지난해 매출이 1조 2272억원(1207억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에 비해 40% 늘어난 수치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톡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매출 1조원은 라인이 먼저 돌파했다. 카카오톡의 지난해 매출은 9323억원이었다. 라인이 매출 1조를 먼저 돌파한 비결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있다. 라인은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2억15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톡보다 먼저 매출 1조 돌파

‘라인의 글로벌화’를 이끈 사람은 신중호 CGO(해외경영책임자·44)이다. 신 CGO는 검색엔진 스타트업 ‘첫눈’의 CTO(최고기술경영자)를 맡았을 정도로, 검색 분야에서 실력파로 인정받았다. 네이버는 2006년 6월 구글이 눈독 들이던 첫눈을 350억원을 주고 전격 인수했다. 당시 IT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기업을 인수한 게 아니라 인재를 인수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네이버 합류 후 신 CGO는 검색센터장을 맡다가 2008년 일본으로 파견됐다. 일본 시장 진출의 임무를 맡았으니 현해탄을 건너면서 그는 개발자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셈이다. 경영자로서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야후재팬과 구글이 양분한 일본 검색시장은 철옹성처럼 견고했다. 그는 당시 확장세를 보이던 스마트폰의 용도에 주목했다. 그 즈음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가족·지인·친척의 안부를 묻는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다. 신 CGO는 “모르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오픈형 SNS보다 가까운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필요성이 사회 전체적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신 CGO는 회사의 모든 자원을 스마트폰 메신저 개발에 집중했다. 모바일 메신저는 시장 선점 효과가 큰 분야다.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가 승부처였다. 전직원이 퇴근도 휴일도 없이 매달린 지 1개월 반 만에 라인이 탄생했다. 스마트폰은 물론 피처폰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든 게 효과를 봤다. 스마트폰이 도입되고는 있었지만 당시 일본에는 피처폰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비스를 내놓은 지 5~6개월이 지나자 중동지역에서 사용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랍어를 아는 직원이 없어서 기계 번역기를 돌려가며 서비스를 확대해야 했다. 이후 싱가포르·홍콩·대만·태국 등 동남아 사용자들이 몰려왔고 그때마다 번역기를 돌려야 했다. 신 CGO는 “일본 진출이 시장 파악과 소비자 행동 분석을 통해 ‘의도적으로’ 이뤄졌다면 그 외 나라로의 확장은 ‘자연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라인이 해외에서 신시장을 ‘창조’했다면 e커머스 업체 쿠팡은 국내에서 유통이라는 전통 비즈니스에 도전해 성과를 냈다. 쿠팡은 4월 14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매출액이 1조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쿠팡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쿠팡 매출이 430%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발표할 때 화면에는 하늘을 향해 급격히 올라가는 쿠팡의 매출 추이 그래프가 띄워져 있었다.

쿠팡 매출이 늘어난 데는 ‘로켓배송’ ‘쿠팡맨’같은 서비스 혁신 사례가 배경이 됐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면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이 무료로 곧장 상품을 배달해 준다. 물건을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이런 서비스 혁신을 이끈 이는 김범석 최고경영자(CEO·38)다. 그는 하버드대 정치학 학부 시절 대학생 시사잡지 [커런트(current)]를 창간할 정도로 도전적인 인물이다. 2002년부터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10년 5월 쿠팡을 창업했다.

신생 기업 쿠팡이 소비자의 물건 구입 방식과 습관을 바꿔놓자 유통 강자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쿠팡의 로켓배송을 연구하라”고 지시했고,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쿠팡처럼 적자를 보더라도 최저가 상품을 팔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김 대표는 유통 거인들의 반격을 IT기술로 극복할 계획이다. 실제 그는 “쿠팡은 소셜커머스 기업이 아닌 IT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쿠팡에는 3월 31일 투자개발실이 신설됐다. 투자개발실은 기존 사업과 연계 가능성이 큰 IT 기술 기업, 커머스, 디지털 콘텐트, 핀테크 분야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과 기술기업의 대결이 심화할수록 소비자들은 상품 구입 편의성과 가격 할인 혜택을 풍족하게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게임 업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순위 바꿈이 있었다. 넷마블게임즈가 매출 1조를 돌파하며 엔씨소프트(8383억원)를 추월했다. 넥슨(1조8086억)과 엔씨소프트라는 양강 체제가 무너진 건 넷마블이 모바일 중심으로 발 빠르게 변신하면서 가능했다. 넷마블을 이끄는 방준혁(48) 의장은 ‘위기에 강한 승부사’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수익모델 구축이 어려웠던 초창기에는 플래너스(구 로커스홀딩스)와의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넷마블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2003년에는 모회사인 플래너스를 역인수했다. 2004년에는 CJ E&M에 회사의 지분을 넘겼고, 2006년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가 2011년 6월 CJ E&M 게임 부문 상임 고문으로 복귀했다. 방 의장 복귀 후 넷마블은 성장을 거듭했다. 모바일 게임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레이븐’ 등이 잇따라 성공했다.

방준혁 의장 “나는 ‘흙수저’다”

그는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칭한다. 고교 2년 중퇴가 정규 교육의 전부다. 문제아는 아니었지만 필요한 지식은 책 속에 다 있는데 굳이 학교를 다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고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부모를 설득해 “학교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나을 아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위기 때 승부를 거는 성향은 경영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그는 평소 “경영진은 경험의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며 “팔던 옷을 또 팔 순 없잖은가”라고 강조한다.

매출 1조 관문을 넘어선 3사는 현재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은 라인·넷마블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쿠팡은 2조~5조원으로 추정한다. 꿈의 관문을 통과한 이들 기업이 명품 기업 반열에 안착할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1330호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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