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권대욱 아코르 앰배서더 호텔 사장

‘우리는 매일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냥 있어도 가슴 뛰는 그런 삶이면 오죽 좋으련만 그냥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야하는 삶이기 때문에 땅 위에 한 발을 딛되 또한 발은 구름 위에 둬야 한다. 꿈과 희망 역시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 과정이 아닐지 모르겠다. 이루어진 꿈은 이미 꿈이 아닌 것. 또 새로운 꿈을 꾼다. 꿈의 끝이 허망할줄 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꾼다.’

최근 작사한 ‘삶과 꿈’의 가사 중 일부다. 왜 사는가? 이 원초적 물음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시인은 말하지만 소이부답(笑而不答) 하기엔 너무나 엄중한 물음이다. 우리는 보다 명쾌한 존재의 이유, 분명한 삶의 목적을 원한다.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 스스로 정의하고 그렇다 믿는 만용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의한다. 소명이 우리가 세상에 와서 존재하는 이유라면,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고 싶고 그럴 권리가 있다. 그런데 과연 행복은 무엇인가? 행복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 인류 역사 이래 이 의문만큼 오래도록 많이 물었지만 정답 없는 의문도 없을 것이다. 어느 매체에서 실시한 ‘가장 행복한 사람’에 대한 설문 결과가 답이 될지 모르겠다. 답변 중 1위에서 4위를 차지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았다. 1위 모래성을 막 완성한 어린아이, 2위 아기 목욕을 다 시키고 난 어머니, 3위 세밀한 공예품 장을 다 짜고 휘파람 부는 목공, 4위 어려운 수술을 성공하고 막 한 생명을 구한 의사.

답변 중 백만장자나 황제나 귀족이 되는 것은 들어 있지 않다. 대정치가나 인기있는 직업의 사람도 모두 빠져있다. 이 말에 크게 공감한다. 내가 직접 느꼈고, 지금도 그 느낌을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13년 전 어느 산속에 홀로 있을 때 등짐져 나른 돌과 경계석과 고물상의 FRP통으로 만들었던 분수대를 보며 느꼈던 행복감은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선하다. 한여름 땀 뻘뻘 흘리며 잔디 깍고 누워 바라본 파아란 하늘과 한겨울 땔 나무 그득 쌓아둔 충만감은 바로 행복이었다. 그것은 댐 만들고, 고속철 만들고, 높은 빌딩 짓고, 공장 만들고, 회사 사장으로 느꼈던 성취와는 차원이 다른 또 하나의 경이로운 세계였다. 남이 아니라 나요, 수고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며, 마음에 저버림 없어 얼굴에 부끄럼 없는 당당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은 현재의 자리에서 자신의 수고를 통해 맺어지는 열매를 보고 기뻐하는사람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아님을 알고 마음을 통해 몸을, 몸을 통해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가는 곳마다 주인 되고, 서 있는 곳 모두 참되어 얼굴에 부끄런 빛 없는 사람이다.

행복한 사회를 원하는가? 행복한 가정 행복한 직장을 꿈꾸는가?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행복해지면 된다. 욕심을 조금 버리고 불행하다 생각하는 작은 나를 잡아내어 생각만 해도 가슴뛰고 눈 반짝여지는 곳으로 데려갈 ‘참 나’를 하나 만들어 두자. 행복은 오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며, 내 주위에 항상 머물고 있다. 지금 내 몸을 움직여 수고하고 땀 흘려 얻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말자. 생각만 해도 눈 반짝이고 가슴뛰는 일 하나쯤은 늘 가지고 있자.

- 권대욱 아코르 앰배서더 호텔 사장

1332호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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