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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애완 비즈니스’의 함정을 경계하라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나라의 힘을 키우는 일보다 자신의 욕구에 따르는 왕이 결국에는 나라를 잃어버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전술을 소홀히 하는 것은 나라를 잃는 주된 원인이 되는 반면, 효율적인 전술은 종종 나라를 차지할 수 있게 한다.’ -군주론 14장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것만 하면 고통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때론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해야 하는 게 인간의 삶이다. 조직의 리더가 자신의 성격과 취향에 맞는 일을 하면서 성과도 좋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현실은 다르다. 리더가 자신의 취향과 리더로서의 책무를 분명히 구분하지 못한다면 조직의 미래는 어둡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 양공(襄公)은 춘추 5패(五覇) 가운데 한 사람인 강력한 군주였다. 약소국 정나라가 초나라와 가까워지며 무례하게 구는 것을 괘씸하게 여긴 양공은 기원전 638년 정나라를 공격했다. 초나라가 정나라를 구하러 원군을 보냈고, 양공은 이를 맞아 홍수(泓水)에서 결전을 벌이기로 하고 강변에 먼저 도착해 진용을 갖추었다.

초나라 군사가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참모들은 ‘적군이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가 승기를 잡을 절호의 찬스이니 공격하자’고 건의했다. 그러나 양공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대편의 약점을 노리는 것은 군자인 자신이 취할 바 아니라는 이유였다. 초나라 군사가 강을 건너자 태자까지 나서서 공격해야 한다고 진언했다. 양공은 군자인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리치고 한참을 기다려 적군이 전투 태세를 갖춘 후에야 싸움을 시작했다. 결국 송나라는 대패했고 양공도 부상으로 목숨까지 잃는다. 후세 사람들은 어설픈 도덕률에 빠져 전쟁에 지고 본인이 전사한 양공의 필요 없는 정, 어리석은 관용을 일컬어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교훈으로 삼았다. 양공은 개인적 취향의 포로가 되어 군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은 물론 나라까지 파멸시켰다.

취미로 하는 사업을 일명 ‘애완 비즈니스(Pet Business)’라고 한다. 여유있는 사람이 관심있는 분야의 애완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일종의 경제적 자유이다. 그러나 애완 비즈니스가 본 사업처럼 되면 성공하기는 오히려 어렵다. 취미가 있는 분야는 관련 지식이 많다는 장점도 있지만, 냉정한 경제적 판단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에 이끌려 중요한 의사결정을 그르치기 쉽기 때문이다. 여유롭게 즐기는 취미는 아무 문제 없지만, 취미를 사업으로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영업 수준에서는 취미가 경쟁력이지만 사업 단위로 확장되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공동체의 리더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리더로서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 조직 운영에 전력을 기울여야 리더의 자격이 있다. 개인적 관심이나 취미를 무리하게 조직에 접목시키는 것은 조직 기반의 와해로 이어지기 쉽다.

운명적으로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었으나, 책무와 개인적 성향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는 현실에서 흔히 보는 일이다. 문제는 두 가지를 혼동할 때 발생한다. 현실에서는 운명의 흐름에 따라 리더가 되었으나, 이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이 없이 개인적 성향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조직원에게 헌신을 요구해도 조직원들이 따를 리는 없다. 리더가 공적인 책무와 개인적 취향을 혼동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길을 잃고 표류한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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