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20대 총선에 가린 3가지 뉴스 

 

타마키 타다시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지국장)

한국은 불안정한 북한 정세와 불투명한 세계 경제, 고령화, 소자화 등의 문제를 안고 20대 총선을 치렀다. 선거 결과를 보니, 유권자들도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언론은 여야의 공천 문제와 내부 대립에만 관심을 보였다. 이런 정쟁 뉴스에 가려졌지만, 한국 경제의 문제를 관통하는 3개의 뉴스가 보도됐다.

선거를 나흘 앞두고 실시된 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22만 명이 몰려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 첫 번째다. 한국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를 넘었다. 명문대 학생이라도 졸업 전에 취업하는 사례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 학생은 우수하다. 지식이 풍부하고, 성실하며 업무 속도도 빠르다. 외국어도 능숙하게 한다. 문제는 그뿐이라는 데 있다. 취업이 되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한국에선 뛰어난 인재가 최소 2~3년은 취업 낭인 생활을 한다. 이번 공무원 시험에도 30~40대 응시생과 ‘장수생’이 넘쳤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채용시험(HMAT)에도 적지 않은 수가 재·삼수생이었다. 더구나 7급 공무원 시험을 치른 한 20대 남성이 정부종합청사에 난입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선 2016년 3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의 96%가 취업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두 번째로는 기업 오너의 운전수·경비원 폭행 뉴스였다. 일부 기업 오너의 만행은 2015년 히트한 영화 [베테랑] 이상이었다.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경영자가 한 명도 아니고, 계속 나온다니. 사회인으로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큰 기업의 경영자가 된 것일까. 이사회가 그에게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 것 역시 이상했다. 폭행 사건과 기업 경영은 별개라는 것인가. 오너가 절대적인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데도 어떻게 기업을 승계할 수 있는지, 경영자 검증 시스템은 있는지, 주주·노조·소비자단체는 어째서 움직이지 않는지 의문투성이다.

알리안츠생명의 매각 뉴스도 흥미로웠다. 독일 알리안츠는 1999년 한국의 제일생명을 사들여 증자를 포함, 총 1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런데 돌연 중국의 안방보험그룹에 고작 35억원에 팔렸다. 매각에는 재무상태 악화 등 여러 이유가 있었으며, 심각한 노사문제도 그중 하나였다. 한국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데, 노사문제가 심각하다면 독일 알리안츠로서는 철수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대형 해외 기업이 이런 문제로 떠나는 것이 한국 경제에는 뼈 아프다는 점이다.

청년실업과 채용에 인색한 기업, 기업인의 횡포, 풀리지 않는 노사관계…. 여기에 제조 공장의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 대기업 집단의 지나친 지배력,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어려운 환경, 사회 전체에 만연한 ‘갑을 구조’…. 모두 즉각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이를 방치한다면 한국에서 우수한 인력을 활용할 수 없고 경제의 역동성도 저해될 것이다. 역동성이 떨어진다면 외국 기업 유치도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이런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20대 국회 4년 동안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렇지만 한국의 유권자는 공천 혼란만 보고 표를 던진 것은 아니다. 난제를 잘 해결하라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20대 국회는 협치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한국 경제가 봉착한 난맥상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 타마키 타다시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지국장)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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