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고속성장 VOD산업의 명암] 지상파 vs 케이블TV ‘으르렁’ 

시장 커지고 넷플릭스도 한국 상륙 … 플랫폼별로 규제 제각각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VOD는 통신망으로 연결된 컴퓨터 또는 TV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골라볼 수 있는 영상 서비스다. / 사진:중앙포토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쌍방향 미디어 기술의 보급으로 촉발된 VOD 서비스 확대로 방송 시장의 지형도도 급변했다. VOD 시장을 두고 잡음이 나오는 등 성장의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업자는 밥그릇 싸움을 시작했고, 콘텐트와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기술과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방통위에 따르면 2011년 8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유료방송의 VOD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4년 567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3년과 비교해도 31%나 증가한 수치다. 전체 유료방송 수신료 매출에서 VOD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1.4%로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FMI)는 글로벌 VOD 시장 규모가 2014년 2070억 달러(약 207조원)에서 2016년 263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료가입형 VOD 서비스도 확산

VOD는 통신망으로 연결된 컴퓨터 또는 TV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받아볼 수 있는 영상 서비스이다. 기존 공중망 방송이나 케이블 TV에서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수신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의 요구에 따라 이용하는 쌍방향 서비스가 장점이다. DVD나 블루레이 등 기존의 디스크 기반 콘텐트를 집 안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IPTV의 보급으로 인프라가 확보된 점도 VOD 시장의 성장을 앞당겼다.

네트워크망의 발달과 스마트폰·태블릿의 보급에 따른 유료 가입형 VOD(SVOD)의 확산도 전체 방송시장을 뒤흔들 변수로 꼽힌다. SVOD는 월정액을 내고 VOD를 자유롭게 시청하는 방식이다. 국내 시청자들은 아직 건별로 결제하면서 시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 1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SVOD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 안착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VOD의 확산은 기존 방송시장 플랫폼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영상 콘텐트인 영화는 이미 이동수단을 디스크 기반 장비에서 VOD로 갈아탄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IPTV와 케이블TV 업계가 기록한 영화 VOD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29.7% 증가한 2254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연 평균 48.9%씩 고속으로 성장했다. 이와 달리 DVD·VHS·블루레이디스크 등이 포함된 홈비디오 영화 패키지 상품의 매출 규모는 유료방송 VOD 매출액의 10%를 밑도는 218억원에 그쳤다.

TV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 행태도 바뀌었다. 실시간 방송을 보기 위해 편성 시간에 맞춰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VOD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프로그램의 시청 시간과 장소를 개인의 일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른바 ‘몰아보기’와 같은 시청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방송시장의 경쟁 양상 또한 달라지고 있다.

VOD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 방송시장의 경우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업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이 프로그램 공급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트를 가지고 전략적인 편성을 통해 자사의 채널을 차별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사하게 전 에피소드를 자사의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에 동시에 제공하는 전략을 시도하는 등 시청행태 변화에 따라 동일한 플랫폼 내에서도 사업자 별로 각각 서로 다른 대응책을 구사하고 있다. 방송 사업자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돈 내고도 억지로 광고 봐야


국내 방송시장 역시 VOD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 사업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재 VOD를 두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방송시장의 앙숙인 지상파와 케이블 TV 업계다. VOD의 영향으로 지상파가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콘텐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지상파는 유료방송 플랫폼에 제공하는 지상파 VOD 이용가격을 높이고 가격 산정 방식도 재송신 수수료처럼 이용자당 요금으로 바꾸고 지상파 콘텐트의 재송신 수수료도 280원에서 400원대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케이블TV 업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상파는 일시적으로 VOD 공급 중단이라는 강수를 뒀고, 케이블TV가 광고송출 차단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방통위의 중재에도 양자 간 합의는 여러 차례 불발돼 아직도 진행 중이다. 김호정 정보통신 정책연구원 연구원은 “VOD 서비스가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을 대체하는 위협 요소인지 아니면 보완하는 수익모델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방송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방송시장의 전체 생태계를 고려한다면 VOD 서비스가 보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방송시장 전체의 수익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VOD에 대한 정부의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월 ‘VOD 서비스 관련 규제 현황 및 개선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VOD 사업자는 법률적으로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별로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지상파,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부가통신사업자 등 다양하다. 이 중 지상파, 케이블TV, 위성방송은 ‘방송법’을, IPTV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사업법’, 부가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방송법을 적용받을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후 시정 권고를 할 수 있지만,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IPTV는 별도의 심의기관이 없다.

VOD 서비스의 광고 규제에도 공백이 있다. 방송광고 심의 규정은 주류·무기·폭약·도박·담배 등에 대해서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VOD 서비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시청 연령 가능 콘텐트에 맞지 않는 광고가 방영되기도 한다. 또 VOD 서비스가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유료콘텐트임에도 의무적으로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문제도 논란이 됐지만, 관련 규제가 없어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VOD 서비스에 대한 법적 개념 정의를 명확히 하고, 서비스 제공사업자의 의무 명시, VOD 서비스 산업에 대한 주기적인 실태조사를 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밖에 규제기구·광고·협찬·내용심의·소외계층 보호 등에 대한 규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1332호 (2016.05.0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