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기업 규제 완화의 전제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하림, 카카오 그리고 셀트리온 등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적용받을 각종 규제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기업집단 지정과 그에 따른 규제는 세계에서 거의 유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부처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에 관한 규정이 너무 오래 전에 이루어졌고 경제 여건이 바뀌었으니 이제는 지정 요건을 더 올려야 한다느니, 혹은 IT나 바이오와 같은 신산업의 경우는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등 여러 논의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 규제를 완화하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이런 논의를 보면서 규제 완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전제 두 가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 대기업집단 지정과 그에 따른 규제의 정당성에 관한 논의는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지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런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는 주장이 살짝 들려올 뿐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집단이 행하는 일감 몰아주기나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은 악이고, 규모가 작은 집단이 동일한 행위를 하는 것은 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사실 대규모집단에 대한 각종 규제는 힘의 불균형 상태에 의한 불공정거래를 막자는 데 근본 취지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대규모집단이 불공정거래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최근 구글에 대한 반독점 취지의 판결은 단순히 기업의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규제하는 것이 맞는다는 취지일 것이다. 따라서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 더 이상 규모를 키우지 않는 ‘피터팬 증후군’을 방지하려면 이제 규제 대상이 될 기업 기준을 완화하자는 주장은 별로 타당성이 없다. 어떻게 자산 규모가 350조인 삼성과 이제 막 5조에 진입한 하림이나 카카오가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하는가라는 주장은 너무 순진하고 기계적인 발상이 아닐까? 오히려 차제에 대기업집단 지정과 그에 따른 규제라는 제도를 존치할 것인지 백지상태에서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행위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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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4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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